2 나의 잡글

비행하는 이카로스 (3)

필자 (匹子) 2022. 8. 29. 11:51

3.

네 번째의 글 「프란츠 베르펠의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은 프란츠 베르펠이 죽기 전에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대작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을 작품 내재적으로 분석한 것입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5권의 『서양 유토피아의 역사』를 집필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베르펠의 미래 소설이자 사이언스 픽션인 이 작품을 분석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서양의 유토피아의 역사에 수록되기에는 주제상의 다른 측면을 지닌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자고로 문학 유토피아 속에는 주어진 사회에 대한 비판 내지 정치적 시스템으로서의 새로운 구조가 설계되어야 마땅한데, 이 작품에는 이러한 요소가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서양 유토피아의 역사와는 별개로 본서에서 이 글을 소개하기로 작심하였습니다.

 

다섯 번째의 글, 「역사를 삼키는 신화인가? 귄터 쿠네르트의 신화 이해 비판」은 구동독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귄터 쿠네르트의 신화 이해를 비판적으로 추적한 글입니다. 신화는 문헌학적으로 정확하게 고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역사의 차원과 동일한 선상에서 파악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쿠네르트는 신화적 의미를 역사의 기능보다도 우위에 설정함으로써 역사적 결정주의의 시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로써 유토피아의 기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결국 파시즘의 출현을 비판적 합리성에 의해서 고찰하려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시키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그리고 일곱 번째의 글은 이카로스와 관련되는 것입니다. 「서양문학에 나타난 이카로스의 유형 연구」는 말 그대로 이카로스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하여 이를 해명한 것입니다. 사랑을 열망하는 남성으로서의 이카로스, 예술가 내지 시인으로서의 이카로스. 기술자 내지 비행사로서의 이카로스 그리고 망각의 대상으로서의 이카로스가 네 가지 구분 사항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네 번째 사항은 지금까지 국내외의 이카로스 연구에서 명확하게 해명된 바 없습니다. 뒤이어 언급되는 글 「이카로스의 상징성」은 이카로스의 신화가 어떻게 유토피아의 사고와 접목되는가? 하는 사항을 고찰한 문헌입니다. 필자는 구동독 출신의 작가 볼프 비어만 그리고 귄터 쿠네르트의 작품들을 일차적으로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여덟 번째의 글 「크리스토프 하인의 낯선 연인」은 앞의 두 논문에 비하면 학문적 가치를 지닌 글은 아니며, 교육적으로 도움을 주는, 수월하게 읽히는 문헌입니다. 그렇지만 이 글이 지적하는 바는 무엇보다도 남성 중심적으로 조건화되어 있는 사회 질서에 대한 비판입니다. 독자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억압과 차별이 구동독과 같은 발전된 과학 기술의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온존하고 있었으며, 인간의 사랑의 삶에서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아홉 번째의 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하이너 뮐러의 연애시」는 정치적인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하이너 뮐러의 연애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글 역시 학문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교육의 재료로서 활용 가치를 지닙니다. 비록 사랑과 성에 대한 이들의 묘사가 선정적이지만, 시작품들은 인간이 이성을 지닌 존재일 뿐 아니라, 수많은 유형의 욕망을 품고 있는 감성적 존재임을 솔직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열 번째의 글 「실험극과 언어유희만이 능사인가? 토마스 브라쉬 비판」은 토마스 브라쉬의 문학적 경향을 비판적으로 천착한 글입니다. 필자는 창작 방법론으로서의 실험성 내지 극단적 표현 기법 역시 주어진 사회의 제반 질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려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비판적 논조를 담고 있다고 해서 필자의 글이 토마스 브라쉬 문학을 비난하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토마스 브라쉬 문학에서 한 가지 놀라운 사항을 답습할 수 있습니다. 즉 기존하는 사회가 정체되어 있을 때, 예술가는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주제상의 문제 뿐 아니라, 창작 기법의 측면에서도 자극을 가해야 한다는 사항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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