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11. 그미의 여동생 줄리엣이 겪었던 이야기: 이렇듯 『새로운 저스틴』 속에는 수없이 많은 범죄, 강간, 살인 등이 뒤섞인 채 묘사되어 있습니다. 저스틴의 이야기는 줄리엣의 이야기로 건너뜁니다. 줄리엣을 둘러싼 이야가들은 몇몇 장면을 제외한다면 줄리엣의 시각에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줄리엣은 누아케이에라는 한량을 만납니다. 그는 온갖 사악하고 끔찍한 일을 마치 밥먹듯 저지르는 자입니다. 게다가 대단한 허영심을 지닌 잔악하기 이를 데 없는 사내로서, 힘없고 착하며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을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착취하는 거머리 같은 인간입니다.
누아케이아는 줄리엣의 주인으로 등장하는데, 신을 모독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하녀들의 성을 차례로 농락하며 지냅니다. 그 뿐 아니라 그는 자신의 여동생의 성을 범함으로써 근친상간을 저지르며, 주위 사람들을 협박하여 재물을 빼앗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반항하면, 잔인하게 당사자의 목숨을 끊어버립니다. 광란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 간간이 누아케이에를 찾아오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생 퐁 장관이며, 낭트의 망나니로 활동하는 델쿠라는 사내들은 누아케이아의 동료입니다. 이들은 줄리엣이 범행을 저지를 때 갑자기 나타나거나 뒤에서 이를 조종하는 주범들입니다. 어느 날 프랑스의 장관이 음험한 계획을 세워서 프랑스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모조리 굶겨 죽이려고 계획을 세웠을 때, 줄리엣은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랍니다. 그래서 그미는 이탈리아라 도주합니다.
12. 줄리엣이 저지른 만행들: 이탈리아에서 줄리엣은 찬란한 카니발에 참가하여 열연하는 모스크바의 사내, 민스키를 만납니다. 민스키는 시간이 나는 대로 교묘하게 작동되는 침대 기계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이것을 보여주곤 합니다. 민스키가 만든 침대는 그 자체 처형기계와 같습니다. 침대의 기계가 작동하면, 16명의 인간이 다양한 방법으로 한꺼번에 처형될 수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살해함으로써 지루한 삶에서 그야말로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고 합니다. 교황 피우스 6세는 처형당한 사람들을 위해서 페터스 성당에서 검은 미사를 거행합니다. 줄리엣은 여기에 참석합니다.
줄리엣은 강도떼의 수장인 브리자 테스타 또한 만나는데, 그는 줄리엣의 동료인 클레일과 친남매 사이인데도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클레일과 근친상간을 일삼습니다. 뒤이어 줄리엣은 나폴리를 다스리는 페르디낭 왕과 조우합니다. 페르디낭 왕은 봄베이의 폐허 지역에다 기상천외한 극장을 건립하게 하여, 일반 사람들로 하여금 짜릿한 연극을 공연하게 합니다. 대부분의 연극 작품은 혼음의 축제 내지 피의 축제와 관련되는 것이었습니다. 페르디낭 왕은 아내와 함께 이러한 축제들을 관람하며 흥청망청 즐기곤 합니다. 놀라운 것은 줄리엣이 음탕한 쾌락의 유희와 살인의 현장에서 자신의 딸을 왕에게 바친다는 사실입니다. 줄리엣의 딸은 성적 학대와 이 와중에서 자행되는 고문으로 인하여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불속으로 뛰어들어 타죽고 맙니다.
13. 선이 패배하고 악이 승리하다?: 마지막에 줄리엣은 자신의 삶을 요약하면서 다음과 같이 실토합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죄악을 좋아해요, 열과 성의를 다해서 그걸 실천하지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면, 온몸이 짜릿짜릿해진답니다. (...) 희생당하는 자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들은 그냥 이 땅에서 사라질 뿐이지요.” 요약하건대 줄리엣은 혼음과 살인의 축제를 즐기다가 결국 자신의 삶 자체를 망치게 됩니다. 다른 한편 불행한 저스틴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줄리엣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게 됩니다. 두 자매는 재판정에서 서로 만나게 되고,
저스틴은 자신의 여동생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바를 이야기해줍니다. 그미는 신의 판결을 기다리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들판에서 처형을 기다립니다. 결국 저스틴이 신의 판결에 해당하는 번갯불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때, 사필귀정과는 정반대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즉 광란의 엽색행각을 벌이던 사람들은 마지막에 이르러 승리를 구가하게 된 것입니다. 남자들은 저스틴의 시체를 마구잡이로 유린합니다. 죽은 여자의 시신을 범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누아케이에는 왕의 부름을 받고 새로운 총리로 임명되고, 줄리엣과 그 밖의 다른 사악한 인간들은 오랫동안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아갑니다.
14. 작품 『새로운 저스틴』의 영향: 사드의 대표작은 후세에 놀라운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를테면 유럽의 낭만주의자들은 사드의 작품을 끔찍하고 기괴한 상을 그들의 문학 작품 속에 반영하였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오스카 와일드와 같은 “세기말의 문학 Fin de Siècle”에 속하던 작가들은 끔찍한 피의 장면을 작품 속에 담았던 것입니다. 기괴한 성, 고문 도구, 검은 마법 그리고 음험한 제식 등은 세기말의 작가들이 즐겨 묘사하던 대상이었는데, 이는 누구보다도 마르키 드 사드에게서 연원하는 것입니다. 쉬르리얼리스트들도 마르키 드 사드의 작품을 즐겨 인용하곤 하였습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사디즘의 심리와 관련되는 구강 조직에 관해서 연구하였는데, 마르키 드 사드의 작품을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 속에 도사린 폭력과 공격성향을 출처를 찾으려고 하였습니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역시 『계몽의 변증법』 (1947)에서 마르키 드 사드의 정신사적 의미를 구명하려고 하였습니다. 마르키 드 사드 문학이 사시하는 바는 사악함이라는 편견을 넘어서서 인간의 본성 속에 도사린 공격성향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마르키 드 사드의 작품은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에 의하면 언제나 마치 정신사적 차원에서 독소로 이해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마르키 드 사드의 문학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기독교의 권선징악의 흑백논리에 의해서 처음부터 재단된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루소의 성선설과는 반대되는 입장을 마르키 드 사드의 문학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추의 미학과 관련되는 것이며, 나아가 니체와 슈티르너의 부정과 거부를 선취하는 어두운 사고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밝고 찬란한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어둡고 끔찍함 아름다움 말입니다. 물론 사도마조히즘의 예술의 경향을 하나의 예술 형태로 용인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그렇기에 마르키 드 사드의 문학은 이를테면 사회주의자들에게서 엿보이는 선한 인간의 사랑의 관점과 근본적 차이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그것은 사악하고 교활한 마키아벨리즘의 잔인함의 관점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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