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2) 사드의 "새로운 저스틴"

(앞에서 이어집니다.)

 

5. 18세기 유럽 사회 내의 사랑과 성에 관한 이야기: 이미 언급했듯이 『새로운 저스틴』이 발표되기 전에 간행된 두 개의 판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첫 번째 판본은 감옥에서 유작으로 발견된 『미덕의 불운 Les infortunes de la vertu』 (1787)이며, 두 번째 판본은 『저스틴, 혹은 미덕의 불운 Justine ou Le Malheurs de la vertu』 (1791)를 가리킵니다. 물론 1796년에 그의 소설, 『줄리엣의 이야기 혹은 악덕의 이로운 사항들 Histoire der Juliette ou Les prospérités du vice』이 하나의 발췌 본으로 간행된 바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 특히 『줄리엣』을 통해서 장 작 루소가 1761년에 간행하게 한 서간체 소설, 『줄리 혹은 새로운 엘로이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은근하게 표명하려고 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루소는 중세의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안타까운 사랑의 이야기를 소설 속에 담음으로써 당시 사회의 부자유스러운 인습을 강하게 비판하려고 했습니다. 루소의 소설은 당시 유럽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 역시 이에 착안하여 발표된 소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마르키스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18세기 프랑스에서의 귀족 그리고 일반 사람들의 사랑이 관습, 도덕 그리고 법에 의해서 방해받는가? 하는 점 뿐 아니라, 그 속에 은폐된 성의 본질적 문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려 하였습니다.

 

6. 불행하게 살아가는 착한 저스틴, 즐겁게 살아가는 사악한 줄리엣: 장편 소설은 두 명의 서로 다른 여성의 운명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스틴은 경건한 처녀로서 미덕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반면에, 줄리엣은 사악하고 신을 모독하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는 여성입니다. 두 사람은 자매인데,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목숨을 잃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자매는 온갖 추잡한 일을 마다하지 않다가 약간의 부를 거머쥐게 됩니다. 이때 저스틴은 미덕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그미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고, 고통을 감내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이에 반해서 줄리엣은 죄를 저지르고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서 연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릅니다. 결국 줄리엣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게 됩니다. 『저스틴』 첫 번째 판에서는 여주인공이 마치 바로크의 순교자의 비극적 면모를 그대로 답습합니다. 그미는 선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신으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얻게 되리라고 희구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순결의 오랜 방랑을 시사해준다는 점에서 젊은 귀족들의 패륜과 음탕한 술수를 묘사한, 드 라클로의 『위험한 정사 Les Liaisons dangereuses』를 연상하게 해줍니다.

 

7. 사악함의 찬양: 그러나 두 번째 판본에서는 시니컬한 표현을 동원하여 악덕의 찬란함이 문학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윤리적 사고에 있어서의 이러한 급진적 전환은 세 번째 판본인 『새로운 저스틴』에서 수미일관되게 출현하고 있습니다. 악덕이 찬란한 까닭은 그것이 타자에게 고통을 가하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내적 심리를 달래주는 욕망 충족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 온갖 유형의 표현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저스틴은 첫 번째 판에서 나타난 바 있는 선한 도덕성을 더 이상 견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그미는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이 처한 불행을 한탄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거칠고 외설적인 단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합니다. 나아가 그미는 지금까지의 행동과는 전혀 다른 마치 우화와 같은 모험을 감행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줄리엣의 이야기는 소설 전체를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운 사항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작품은 마치 소논문처럼 명확하고 분명하게 사악함이 인간에게 때로는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점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세계 창조는 마치 사악한 신의 작품처럼 표현되고 있으며, 사악한 신은 오로지 냉혹한 계산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범행의 욕구만이 타당한 것이라고 설파할 정도입니다.

 

8. 저스틴이 겪었던 파란만장한 불행: 저스틴의 이야기는 아무런 죄 없는 처녀가 어린 시절부터 겪어야 했던 불운에 관한 사건들을 차례로 들려줍니다. 그미의 고통은 1775년, 그러니까 14세의 나이부터 시작됩니다. 저스틴은 일찍이 조실부모하여 굶주리고 고아원을 전전하며 살아갑니다. 그미가 여동생 줄리엣과 함께 당도한 곳은 홍등가였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그미는 은거하던 사원으로부터 쫓겨나게 됩니다. 그 후에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육체적으로 학대당하고, 성적으로 희롱당하는 것은 하루하루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먹을 것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자신을 다독거립니다. 말하자면 저스틴은 경건한 마음을 추스르면서 언젠가는 좋은 삶이 도래하기를 희구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저스틴은 아주 끔찍한 범죄의 산증인이 됩니다. 이를테면 유아 살인자 봉돌의 성 (城), 거짓 롤랑으로 행세하는 생 마리 드 모아의 수도원에서 그미는 음탕함과 저열한 욕구의 대상으로 취급당하고,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은 저스틴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수감됩니다.

 

 

 

 

 

9. 『저스틴』제 1판의 주요 내용 (1): 일단 저스틴이 겪었던 수모를 구체적으로 요약하기로 하겠습니다. 첫째로 저스틴은 설령 몸 파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먹고 살아야 했습니다. 사디스트 뒤보르는 저스틴에게 돈을 줄 테니 자신의 알몸을 채찍으로 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저스틴이 이를 거절했을 때 그는 온갖 힘든 일을 강요합니다. 둘째로 하르핀이라는 사내는 자린고비이자 이기주의자였는데, 저스틴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돈을 훔쳐오라고 요구합니다. 저스틴이 어쩔 수 없이 돈을 훔쳤을 때 하르핀은 그미를 절도 혐의로 당국에 고소합니다.

 

셋째로 저스틴이 감옥에 갇혔을 때 드보아라는 여인을 만납니다. 그미는 살인혐의로 처형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드보아가 함께 탈옥하자고 요구했을 때 저스틴은 이를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구금형은 자신의 죄에 대한 처벌이므로 달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드보아는 그미에게 괘씸죄를 물으려고 남자친구들로 하여금 풀려난 저스틴을 몰래 납치하여 그미를 윤간하게 조처합니다. 넷째로 저스틴은 동성연애자 마르키 브레살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마르키 브레살은 그미로 하여금 자신의 가증스러운 모친을 독살하라고 명령합니다. 저스틴이 이를 거부했을 때 저스틴을 채찍으로 내리쳐서 온몸을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립니다.

 

10, 『저스틴』제 1판의 주요 내용 (1): 다섯째 저스틴은 우연히 병원에 감금된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그로 하여금 병원에서 도망치도록 도와줍니다. 이로 인하여 저스틴은 외과의사 로맹에 의해서 고통스러운 고문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미는 발가락 두 개가 절단되는 고통을 겪습니다. 원래 아이는 노예 출신의 고아로서 어디선가 팔려온 아이었는데, 의사들은 살아 있는 아이의 몸을 해부학 실험을 위한 해부 대상으로 선택했던 것입니다. 여섯째 저스틴은 사원에서 미사에 참석하려고 하다가 네 명의 수사에게 붙잡힙니다.

 

이때부터 그미는 수개월동안 온갖 유형의 체위를 강요받으면서 그들의 성노리개의 대상으로 살아갑니다. 일곱 번째 저스틴은 어느 불행한 여자에게 돈을 몇 푼 적선했는데, 여자는 고마움을 표명하기는커녕 절도범으로 돌변하여 저스틴이 가지고 있던 나머지 돈을 훔쳐 달아납니다. 여덟 번째 저스틴은 우연히 목격한 진실을 털어놓음으로써 어느 사기꾼의 죄를 면하게 해줍니다. 그럼에도 사기꾼은 그미를 강제로 자신의 성으로 끌고 가서, 마치 짐승처럼 부려먹습니다. 아홉 번째 어느 날 주막에 불이났는데, 저스틴은 그 안에 아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불속으로 뛰어듭니다. 안타깝게도 아이를 구출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아이의 어머니는 그미를 방화자로 당국에 고발합니다.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