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근대영문헌

서로박: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2)

필자 (匹子) 2022. 3. 20. 20:00

(앞에서 계속됩니다.)

 

6. 메리 셸리의 삶 (1): 얼핏 보기에는 메리 셸리는 행복한 유년을 보낸 것 같습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미는 1797년 런던의 소머스 타운에서 윌리엄 고드윈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저명한 작가 내지 무정부주의 이론가였으며, 어머니는 영국의 여권 운동가로 활약한 사람입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미국의 상인, 길버트 임레이를 사랑하여 임신하게 됩니다. 그러나 임레이가 끝내 혼인을 거부하여,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1793년 프랑스 파리에서 딸을 출산합니다.

 

당시에 그미는 작가로서 그리고 여권운동가로서 상당한 문명을 떨치지만, 개인적으로는 몹시 불행하였습니다. 그미는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로 인하여 심한 우울증에 빠져, 1795년 10월 10일에 런던의 푸트니 다리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합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그미는 이듬해 우연한 기회에 무정부주의 작가 윌리엄 고드윈을 만납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자신의 두 번째 딸인 메리 셸리를 출산합니다. 그미는 딸을 출산한 뒤 열병에 걸려 조만간 세상을 하직합니다.

 

7. 메리 셸리의 삶 (2): 메리는 아버지의 보살핌으로 배다른 언니인 파니 임레이와 런던에서 자랍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두 딸은 죽은 어머니를 몹시 존경했습니다. 메리 셸리가 네 살 되던 해인 1801년에 아버지는 1801년에 이웃여자인 메리 제인 클레르몽과 결혼합니다. 왜냐하면 메리 제인 클레르몽이라는 여자가 임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윌리엄 고드윈은 자식들과 함께 런던의 고서점 가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서점을 차렸습니다. 윌리엄 고드윈은 죽은 아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입장을 고려하여 남녀 구분 없이 아이들을 교육시켰으나 그는 매우 권위적으로 자식들을 대했습니다.

 

1816년 여름에 메리 셸리와 퍼시 셸리 그리고 클레르몽 등은 스위스의 제네바에 있는 친구의 별장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별장에는 영국의 위대한 시인으로 거듭나게 될 바이런도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연이은 나쁜 날씨에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귀빈들에게 차례로 유령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제안합니다. 이때 메리 셸리는 공상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영감을 얻게 됩니다. 1816년 말에 퍼시 B 셀리는 자신의 아내인 해리엇이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하고 몇 주 후에 메리 고드윈과 결혼식을 올립니다.

 

8. 메리 셸리의 삶 (3): 셸리 부부는 1818년 이후에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정주하면서 살아갑니다. 1822년 7월 8일 퍼시 B. 셸리는 토스카나의 비아레지오의 해안에서 보트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트가 뒤집혀서 그는 안타깝게도 30세의 나이로 익사하고 맙니다.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 Fortuna는 사랑하는 연인들을 자주 이별하도록 조처합니다.

 

어쩌면 그미의 마음은 시기와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나 봅니다. 카를 오르프 Carl Orff의 오페라, 「베네딕스 수도사의 노래 Carmina Burana」에서는 운명의 여신을 변덕스러운 여자로 묘사하곤 하였습니다. “오 포르투나. 그대는 마치 달처럼 변화불측하구나. O Fortuna,velut lunastatu variabilis.” 이듬해 메리 셸리는 남편이 남긴 원고 그리고 자식을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옵니다. 이때부터 그미는 죽을 때까지 집필활동에 몰입하면서, 이따금 남편의 유작들을 차례차례로 세상에 공개하였습니다.

 

9. 자연과학자 인조인간을 만들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익명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메리 셸리는 이러한 끔찍한 내용에다 소설 기술의 전략으로서 어떤 다양하고 복잡한 소설 관점을 가미하여 탁월한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작품은 로버트 월튼이라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됩니다. 그는 지구의 북쪽을 항해하다가 북극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결빙으로 인해 자신의 배가 멈추어 서게 되었습니다. 이때 그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자연 과학자를 구조하는데, 빅터는 기력을 회복한 뒤 자신의 과거사를 들려줍니다. 그는 제네바 출신으로서 어린 시절에 연금술에 심취하다가, 17세의 나이에 독일의 잉골슈타트 대학으로 유학하여 그곳에서 자연과학 연구에 몰두합니다.

 

주인공이 제네바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루소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김상욱: 491) 수많은 화학적 실험을 통하여 죽은 육체에 어떤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프랑켄스타인은 학문적 엄밀성을 무시하고, 거의 신들린 듯이 이른바 중세의 연금술과 같은 신비로운 실험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의 연구는 어떤 소름끼칠 정도로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서서히 완성됩니다. 프랑켄스타인은 일단 시신에서 추출한 뼈와 살을 연결시켜서, 인간과 유사한 육체를 조합시키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 그 육체에다가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시도합니다.

 

10.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 자리에서 일어나다: 드디어 인조인간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는 2미터 44센티의 거대한 체구를 가진 괴물입니다. 전율에 사로잡힌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친구인 헨리 클레발을 만납니다. 원래 헨리는 인조인간의 발명 작업에 동조하고 친구의 재능에 대해 찬탄을 터뜨리던 자였습니다. 겁에 질린 친구의 모습을 대하니, 그의 안위가 걱정스러웠습니다. 빅터는 헨리에게 자신이 인조인간을 만들었다고 실토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실험실로 갔을 때, 인조인간은 어디론가 자리를 뜨고 없었습니다. 빅터는 과학자로서의 어떠한 책임감도 성찰하지 않은 채 무조건 인조인간을 창조했습니다. 인조인간은 놀랍게도 인간의 영혼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소속감과 연대감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는 친구를 사귀고 애인을 찾기 위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서서히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와 만날 때마다 기괴한 얼굴에 두려움과 혐오감을 느끼고 혼비백산 달아나기 일쑤입니다.

 

11. 인조인간의 측은지심 그리고 공격성향: 자연과학자는 한 가지 연구 대상에 몰입합니다. 자신이 발명해낼 무엇이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떠한 파장을 던질지 전혀 예측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자연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합니다. 이게 현대의 비극일지 모릅니다. 인조인간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하나씩 듭득해 나갑니다. 어쩌면 괴물의 언어습득은 인간 사회에 내재해 있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편입과정”일 수 있습니다. (Jones: 281). 왜냐하면 문명은 태초의 자연인을 잔인한 존재로 만들고 지배 욕망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인조인간은 노래와 음악으로 저녁시간을 보내는 가난한 농부 가족 드 라시의 삶을 접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알 수 없는 비애를 감지하게 됩니다. 동시에 인조인간은 드 사리 가족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들의 가난에 동정심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는 드 라시 가족의 음식을 더 이상 훔치지 않고, 인근 숲에서 초근목피를 마련하여 자신의 배를 채웁니다. 이러한 태도는 자연 상태의 태초 인간이 견지하는 내적 심성으로서 타인에 대한 경멸감 내지 소유욕 등과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판명됩니다.

 

타인에 대한 미움, 이기심에 근거한 소유욕 등은 타인과 자신의 존재 사이에 하나의 선을 그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정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는 인조인간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 내지는 전율에 기인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기겁하여 도주할 때, 자신을 하나의 인간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인조인간의 마음속에는 증오로 인한 분노가 솟구치게 됩니다. 이러한 분노는 마침내 살인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12. 어처구니없는 계기로 발생한 살인사건들: 다른 한편 빅터는 심신이 지쳐서 열병을 앓습니다. 수개월 동안 밤잠 안 자고 연구에 몰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헨리는 위대한 젊은 과학자를 정성스레 간호합니다. 건강을 회복했을 때 주인공은 친구와 함께 다시금 편안한 마음으로 연구에 몰두합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빅터는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편지에는 동생 빌헬름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습니다.

 

빅터는 동생의 사망 소식에 놀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밤에 창문 사이로 비치는 거대한 형체의 실루엣을 목격합니다. 이때 그는 괴물이 자신이 창조해낸 인조인간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모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 저스틴을 빌헬름의 살인범으로 지목합니다. 왜냐하면 빌헬름이 죽기 전에 걸치고 있던 목걸이를 소지한 사람이 바로 그미였기 때문입니다. 빅터와 그의 여동생이 저스틴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그미는 살인범으로 선고받고 처형되고 맙니다.

 

13. 현실은 인조인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빅터는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어떤 죄의식으로 인하여 진범이 누구라는 것을 밝히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는 고통스러운 잡념을 씻기 위해서 주위를 방황하곤 합니다. 바로 이 순간 그는 인조인간과 마주칩니다. 인조인간은 빅터에게 다음과 같이 토로합니다. 자신은 근처의 농부, 드 라시의 집에 은신하면서 몰래 책 읽는 것을 배웠다고 합니다. 인조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농부의 가족을 도와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드 라시의 집에서 겨울 난방을 위한 장작을 패고 주위에 수북하게 쌓인 눈을 치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드 라시의 가족마저도 인조인간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엄청난 경악에 사로잡힌 채 인조인간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고매한 가족들에게 느끼는 실망감은 어느새 분노로 돌변합니다. 인조인간은 자신을 만들어낸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찾습니다. 인조인간은 실험실을 떠날 때 빅토어의 일기장을 가지고 왔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누가 자신을 만들었는지 서서히 감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괴물은 자신이 빌헬름을 교사했다는 것을 자백합니다. 사실인즉 동생이 고함지르는 것을 다만 막기 위해서 입과 목을 눌렀는데, 이것이 질식사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인조인간은 자기 자신을 쓰라린 환경 속의 희생자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자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사악한 눈초리가 결국 자신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14. 인조인간과 사회적 소외: 기괴한 형체를 지닌 괴물을 만날 때 드 라시 가족들은 언제나 비명을 지르면서 어디론가 도망칩니다. 인조인간은 언제 어디서든 간에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회피의 대상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인조인간은 가족이 되기를 원하고 친구를 필요로 합니다. 사랑과 우정을 찾으려는 그의 필사적인 노력은 언제나 증오심을 끓어오르게 만들고, 주위를 아수라장으로 변화시키게 할 뿐입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인조인간은 친구와 연인을 사귀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소한 어린아이 한 명이라도 친구로 사귀려고 프랑켄스타인의 아들에게 접근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에게 접근하는 자를 끔찍한 모습의 괴물 내지는 식인종이라고 일컫습니다. 인조인간은 다시금 빅터와 그의 아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끼는데, 그의 좌절은 결국 빅터의 동생마저 살해하게 했던 것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