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상 5

(명시 소개) (4) 타향에서 고향 찾기, 이교상의 연작시 "담양에서 쓰는 편지"

(앞에서 계속됩니다.) 6. 고향의 심리적 의미 (자아) 너: 세 번째 주제인 고향의 심리적 의미 역시 상기한 사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요? 나: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인의 자세 내지는 사명일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을 통해서 “댓잎”과 같은 삶의 자세를 견지해 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시인은 단양 지역의 여행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시 창작을 통해서 자신이 왜 존재하는가를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너: “말의 거품”을 가려내고, “헛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은 말하자면 창작 행위를 통해서 실현된 셈이네요? 나: 네, 젊은 시절에 시인은 가난과 고독 속에서 자신을 안데르센의 동화에 등장하는 “미운 오리새끼”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시 창작을 통해서 자신이 오리가 아니라, ..

19 한국 문학 2022.07.08

(명시 소개) (3) 타향에서 고향 찾기, 이교상의 연작시 "담양에서 쓰는 편지"

(앞에서 계속됩니다.) 4. 고향의 지리적 의미 (공간) 너: 이어지는 시편들은 한결같이 놀라운 시적 상상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기회에 다루어볼까 합니다. 일단 시작품에 나타난 고향의 의미에 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은 서두에서 고향의 1. 지리적 의미 (장소로서의 공간), 2. 문학적 의미 (세계), 3. 심리학적 의미 (자아) 4. 철학적 의미 (두 개의 시간) 등을 말씀하셨지요? 나: 네. 고향이란 흔히 “한 인간이 태어나 자란 곳”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과거에 체험한 안온한 공간을 떠올리고 이를 고향의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향수 역시 자신이 살았던 과거의 공간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고향이 내재하는 지리적 의미가 도사리고 있습니..

19 한국 문학 2022.07.08

(명시 소개) (2) 타향에서 고향 찾기, 이교상의 연작시 "담양에서 쓰는 편지"

(앞에서 계속됩니다.) 3. 「호접몽을 만나다」 너: 실제로 시인은 담양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면서 자신의 유년의 삶 그리고 젊은 시절을 다시 기억해냅니다. 이는 「다시 봄날에」, 「호접몽을 만나다」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나: 물론 우리는 시인의 과거 체험에 관해서 모조리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시인은 “허기진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마른 나뭇가지의 바스락거림은 “술 취한 아버지의” 흥얼거림을 연상시킵니다. 시인의 “발목”이 자꾸 ”허공에 푹푹” 빠지는 까닭은 막막한 현실을 헤쳐나갈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너: 그런데 시인은 담양에 있는 관방 산에 있는 제방에서 지나간 사랑을 반추하고 있습니다. 은은히 날아가서/ 물낯이 되고 싶었을까요? 그동안 아주 요상한 외로움이 시간을 녹슬게 했..

19 한국 문학 2022.07.07

(명시 소개) (1) 타향에서 고향 찾기, 이교상의 연작시 "담양에서 쓰는 편지"

1. 문제는 고향을 찾는 일이다. 너: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교상 시인의 연작시 『담양에서 쓰는 편지』가운데 몇 편을 골라서 논평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연작시는 시집 『독경読経』(들꽃세상, 2020)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시인은 수십여 년 동안 탁월한 시조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특히 그의 시집 『시크릿 다이어리』(들꽃, 2015)는 오늘날 시조 창작의 교과서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하필이면 『담양에서 쓰는 편지』를 선택했는지요? 나: 연작시는 한마디로 망각할 수 없는 명작들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새롭게 접하는 자연 속에서 수많은 시적 감정을 찾아냅니다. 강과 나무, 바위와 정경 등은 시인에게 마치 하나의 경전과 같은 시적 소재인 것 같습니다. 너: 네. 나: 우리가 다루게 될 연작시는..

19 한국 문학 2022.07.07

(명시 소개) 이교상의 시, "댓잎이 별의 집이 되는 이유"

알아도 어쩌지 못한 상처가 너무 많아 으슥한 그림자를 끌고 어디론가 자꾸 도망 다니는 악몽을 꿀 때마다 별이 보였습니다. 백태 낀 혀로 제 몸 핥아먹고 마음대로 우묵해진 여름 손등으로 문지를 때마다 별이 보였습니다. 노숙의 풍경들이 나무 그늘 속에 검은 얼굴을 묻고 요란한 매미의 울음소리로 허기를 채울 때 별이 보였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무럭무럭 웃자란 가시넝쿨 그 새빨간 거짓을 지울 때마다 별이 보였습니다. 거리에 버려진 비닐들이 아버지의 서러움으로 느껴질 때마다 별이 보였습니다. 산을 오르다가 우연히 마주앉은 풀꽃들을 아주 귀하게 읽을 때마다 별이 보였습니다. 떨쳐내려 할수록 더욱 집요해진 슬픔을 그러안을 때마다 별이 보였습니다. 봄이면 그 무수한 상처가 반짝반짝 말을 합니다 (실린 곳: 이..

19 한국 문학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