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핀 6

마르가레테 슈테핀의 시 '내 어렸을 때 당연히 인형과'

내가 소녀였을 때 당연히 인형과 노는 것을 가장 즐겼어요. 열일곱 나이였을 때 나는 물론 첫 번째 사랑을 느꼈어요. 처음엔 엄마가, 다음엔 애인이 이렇게 말했지요, 그래, 아이야, 너는 아마 쌍둥이를 낳게 될 거야 (아시겠지요, 사랑이 눈멀게 한다는 걸) 먼 훗날 서로 만나 사랑했다면, 아주 멋지게 출산했을 테지요. 허나 그분이 직장에서 쫓겨났을 때 즉시 곤궁함에 시달렸지요. 아무리 거대한 사랑이라도 우리의 생활비 걱정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어요. 직장 없는 자는, 자식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신경 써야 하니까요. 실제로 근심으로 가득한 수많은 아이들을 바라보았어요. 나는 내 아이를 가질 수 없었지요. 도움을 얻으려고 발버둥 쳤으니까. 그래도 13주 동안 아기를 품었지요, 이후에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었어요..

21 독일시 2023.10.30

박설호: (5)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5.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너: 지면 관계로 다른 작품을 살펴볼 수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슈테핀의 시적 주제를 요약해주시지요? 나: 네, 슈테핀의 시작품은 고통에 처한 여성의 뒤엉킨 사랑의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거기에는 사랑을 둘러싼 부차적인 복합적 증상들이 뒤섞여 있지요. 물론 슈테핀은 요절했지만, 그미가 남긴 소네트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합니다. 너: 인간은 이성적 존재지만, 다른 한편 본능적 동물이지요? 나: 네, 인간의 몸은 지렁이처럼 반응합니다. 그런데 주어진 현실은 인간 동물의 사랑을 연속적으로 방해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화를 내고, 눈물을 흘리며, 누군가를 질시하며, 초조한 불안으로 어쩔 줄..

21 독일시 2022.10.30

박설호: (4)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4. “생각해 봐, 당신이 살 섞었던 모든 여자가” 너: 임에 대한 헌신은 문학 작품 집필에서도 나타납니다. 만약 슈테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브레히트는 많은 명작을 완성하지 못했겠지요? 나: 그렇습니다. 1930년대에 슈테핀은 한스 아이슬러의 말대로 “브레히트의 가장 귀중한 협력자”였습니다. 가령 「호라치와 쿠라치」, 「둥근 머리와 뾰족 머리」, 「제 3제국의 공포와 참상」, 「카라 부인의 무기」, 「아르투르 우이의 저지할 수 있는 상승」, 「주인 푼틸라와 하인 마티」 등과 같은 놀라운 수준의 드라마 작품들을 생각해 보세요. 슈테핀은 연인을 위해서 직접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했고, 원고를 세심하게 정리했습니다. 너: 자신의 창작보다도 임을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었군요. 나: 네. 그밖에 슈테핀은 ..

21 독일시 2022.10.25

박설호: (2)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2 “축축해졌는가 하고 그가 처음 물었을 때” 너: 일단 작품 「축축해졌는가 하고 그가 처음 물었을 때」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편의상 제1행을 제목으로 붙여보았습니다. 기이하게도 슈테핀의 작품에는 제목이 없습니다. 나: 슈테핀의 시작품은 주로 브레히트의 소네트에 대한 답신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작품 발표를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축축해졌느냐 하고 그가 처음 물었을 때 그게 대체 뭐람? 하고 생각했어요. 한 번 살펴볼까? 하고 다시 물었을 때 매우 부끄러웠어요, 축축해졌으니까요. 맨 처음 나를 가지게 되었을 때 그는 물었지요, 감이 오는가? 하고. 김이 무엇인지 나는 몰랐답니다. 대답하지 않았어요, 감이 왔으니까요. 나이 어린 소녀처럼 그리 행동했어요. (정확히 4년 반 동안 한 남자와 그런 식으로 동거하..

21 독일시 2022.10.18

브레히트: 제 7 번째 소네트

제 7번째 소네트 그냥 너를 내게 맡기라고 조언하고 싶어, 그러니 타인에게 더 이상 꼬리치지 말라고, 허나 어떻게든 내버려두라고 말하면, 난 두려워 그리 조언하면, 너는 고분고분 순응할 줄 알았어. 네가 맛있는 음식처럼 나를 다루어달라는 것, 한 명 외엔 다른 식객에 다가가지 않는 음식처럼 말이야, 그는 접시를 밀치겠지, 정말 배가 부르니까. 어느 누구도 훔칠 수 없는 것은 쉽사리 망각되지! 나는 이렇게 생각해, 성의 일부를 교묘하게 이용하라고 규정된 시장의 법칙에 따르면, 이 경우 그러한 조언을 배가시킬만한 의혹이 자리하고 있어 당신의 조언은 좋을 수 있어요, 하고 말하겠지. 안타깝지만 나의 충고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몹시 의심스러울 테니까. 그래, 조언을 철회할게 Das Siebente Sonett..

46 Brecht 2022.04.26

마르가레테 슈테핀: (10) 무제

여성의 오르가슴과 성에 관한 여성의 자의식에 관하여 논의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1930년대에 활동한 안드레아스- 살로메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뤼스 이리가레 등의 문헌을 예로 들 수 있을 뿐입니다. 남녀의 성적 결합이 20세기 후반에 서서히 이론적으로 밝혀진 것을 감안한다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최초라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Mitscherlich; 209ff) 사실 성과 오르가슴은 수치심, 굴욕스러움 등의 심리적 반응을 동반하기 때문에 금기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여성의 성이 수치심, 순진함 그리고 굴욕 등의 감정과 접목된 것은 필연적 귀결이었습니다. .......................... 축축해졌느냐 하고 처음 그가 물었을 때 그게 대체 뭐람? 하고 생각했어요...

21 독일시 202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