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8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서문

“더 나은 무엇을 갈망하지 않는 인간은 가련하다” (Freud) “희망을 포기하거나 무가치하다고 판단하는 자들은 언제나 회의적 세계관을 지닌 실증주의자들이었다.” (Bloch) “더 나은 미래를 떠올리는 자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부자유의 질곡에 갇혀 있는 자이다.” (필자) ......................... 희망은 그냥 막연히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바라는 수동적 자세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그리고 여기”의 끔찍하고 참혹한 개인적 사회적 정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아 바로 “터득한 희망docta spes”입니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새로운 무엇”을 찾으려는 갈망은 절망과 반대되는 정서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차제에 누려야 하는 자유와 평등의 구체적 가능성의 ..

1 알림 (명저) 2023.03.05

자샤 스타니치 그리고 페터 한트케

보스니아 출신의 작가 자샤 스타니치 (1978 - )는 소설 "출생Die Herkunft"으로 2019년 독일 서적 상 Der deutsche Buchpreis을 수상하였다. 비록 독일인은 아니지만, 독일어로 작품을 집필 발표했으니, 독일 작가로 인정받은 셈이다. 작품의 주제는 무엇보다도 고향이다. 고향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뿌리를 내린 곳일 수도 있다. 스타니치에게는 고향은 헤르츠 체고비나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일도 아니다. 그것은 그의 뇌리 속에 자리하는 살고 싶은 장소를 가리킨다. 소설을 읽어보면, 낯선 나라를 고향으로 삼으며 살아야 하는 이방인의 애환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우정 등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작품이 그렇게 큰 문학상을 받을 만큼 우수한 것일까?..

48 최신독문헌 2021.10.12

블로흐: 실증주의 비판

아래의 글은 다음의 책에 실려 있다. Ernst Bloch: Das Materialismusproblem. seine Geschichte und Substanz, Frankfurt a. M. 1985, S. 439 - 441. .............................. 실증주의자들은 제각기 다른 대상을 연구하지만, 자신들이 추적하는 연구 대상을 도중에 멈추고 이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공통적 특성을 보여줍니다. 이로써 그들이 연구하는 대상은 어떠한 것도 생략되지 않고 철저하게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대신에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척도로서의 회의적 관점입니다. 인간의 감각으로 관찰될 수 있는 주어진 사항에 유효한 것은 오로지 이러한 척도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의 단초는 순수 사고의 경제..

29 Bloch 번역 2021.10.08

서로박: 어슐러 르귄의 "어둠의 왼손" (1)

1. 인간의 어깨에는 상상의 날개가 달려 있다. 날개는 보이지 않지만, 갈망하는 자로 하여금 무한한 공간 그리고 무한의 시간 저편으로 떠나게 합니다. “우리에게 꿈이 없다면, 세상은, 과거와 미래는 얼마나 황량하겠는가? 꿈을 상실하느니 나는 차라리 고통과 불행, 피눈물의 삶을 송두리 채 저버릴 것이다.” (어슐러 르 귄) 대부분 사람들은 지금 여기의 현실만을 중시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자들이 그렇게 판단하지요. 이들은 가령 형이상학을 무가치한 학문으로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해서는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요. 실용주의자 가운데에는 회의주의자들이 참 많습니다. 가령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

36 현대영문헌 2021.07.05

우리가 선호하는 학문 연구의 나쁜 경향

S씨,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나쁜 (?) 학문적 경향은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난해한 학문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수록,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들은 쉽게 이해되는 것에 대해 코웃음 치며, 이를 경시합니다. 무릇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대하게 되면, 그 속에 어떤 사상적 깊이가 내재해 있다고 지레 짐작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은 인간으로 하여금 궁금증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요?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무엇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려고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 무엇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게 되면, 사람들은 실망에 가득 찬 채 중얼거리지요. “아, 내가 이따위 것을 알려고 그렇게 노력했다니.”하고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2 나의 글 2020.11.09

서로박: 윤노빈의 한울 사상 (2)

5. 거짓말과 흑색선전: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생명을 이어주는 “제 2의 피”입니다. 그러나 악마는 참말을 거짓으로 왜곡시키며, 거짓을 참이라고 전달합니다. 악마가 사용하는 무기는 거짓말과 흑색선전입니다. 윤노빈은 인간의 언어에 관하여 놀라운 사상을 피력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언어의 여백의 공간을 가리킵니다. 이로써 형성되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여백 내지 틈 (間)이 형성됩니다. 바로 이러한 여백과 틈이 악마가 돌아다니는 통로와 같습니다. 언어 여백의 공간에는 금지된 언어, 강요된 침묵과 발언되지 못한 언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람들이 결코 인내천의 혁명 사상을 쉽사리 깨닫지 못하는 것도 바로 사악한 자들의 간계 때문입니다. “사람이 한울이다. 人乃天”이라는 혁명적 명제는 “사람이 지..

2 나의 글 2020.09.09

서로박: 에코의 장미의 이름 (6)

16. 세 명의 등장인물 (1):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중요한 인물은 윌리엄 바스켈빌, 우베르틴 카잘레, 호세 부르고스입니다. 윌리엄은 프란체스코파에 속하는 영국인으로서 로저 베이컨 Roger Bacon의 과학적 사상을 답습한 관용적 자유주의자입니다. 작품 속에서 그는 자석 (磁石)의 기능을 인지하고 있으며, (당시에는 생소하기만 했던) 안경을 직접 사용함으로써, 감추어진 사물의 진리를 추적합니다. 이러한 윌리엄의 입장은 자신의 친구, 윌리엄 오컴 William Ockham의 사상, 유명론 (唯名論)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윌리엄은 프란체스코 수사들을 “친구들”로 명명하며, 신의 절대적 자유 의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우베르틴 카잘레는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예수의..

34 이탈스파냐 2020.09.04

(단상. 449)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에 그의 여비서 측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회견 내용에 의하면 박 시장은 4년 동안 여비서 A씨를 성적으로 추행했다면서, 이에 대한 증거자료 몇 가지를 제시했다. 그런데 “4년 동안 성 추행”은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다. 통상적으로 성 추행이란 순간적으로 분출되는 남성적 성욕의 투사 행위이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그것도 4년씩이나 성 추행이 이어졌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할까? 4년 동안의 성 추행을 사실로 인정한다면,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가해자는 어쩌면 색정광 환자이거나, 아니면 어설프거나 서툴게 사랑을 드러내었을 개연성이 크다. 4년 동안 끔찍한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사랑과 성이 동전의 앞뒤임을 인정한다면, 혹시 그는 나이 어린 피해자..

3 내 단상 2020.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