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7

서로박: 폴커 브라운의 미완성의 이야기

1981년 베를린 작가회의에 참석한 브라운 친애하는 R, 당신은 극작가로 대성하고 싶어 합니다.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은 동독 출신의 가장 다재다능한 작가, 폴커 브라운 (1939- )의 소설 “미완성의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글이 당신 꿈의 실현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운은 70년대의 중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구동독에서 언제나 커다란 토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브라운은 사회 정치적으로 적극적 태도를 취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정체된 현재 (Status quo)” 대신에, 사회의 끝없는 변화 과정을 촉구하였습니다. 브라운의 작품에서는 장르의 한계가 없습니다. 친애하는 R, 작가들이 많이 살아가는 나라 K에서는 시인은 시만 쓰고, 소설..

45 동독문학 2022.12.27

(단상. 526) "손가락과 닭대가리", 2022년 대선 유감

1. 선거 판세는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었다.: 이번 대선 결과는 부동산 폭등과 코로나19로 인해 소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져다준 필연적 귀결이다. 정권교체의 여론은 처음부터 강렬했다. 안타까운 것은 30만에 해당하는 무효표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안철수 후보에 투표한 사람들로 추정된다. 2.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 할아버지가 온다 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국면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여러 가지 하자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당선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윤 후보에게 바라건대 시스템에 의해서 특정인을 감옥에 쳐넣겠다는 생각을 씻어버리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초심을 견지하기를 바란다. 이재명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 앞으로도 계속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고 어떠한 뒷돈을 받지 않는 염개한..

3 내 단상 2022.03.11

서로박: 뮐러의 "아이아스" (초록)

1. 뮐러가 장시 몸젠의 블록 그리고 이를테면 아이아스를 집필하게 된 게기 하이너 뮐러는 통일된 독일에서 한 편의 극작품도 집필하지 않았습니다. 집필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지만, 주위의 여건이 참담했습니다. 독일이 통일된 다음부터 서독의 문화계는 동독 작가들에게 부정적 시선을 보냈습니다. 서독의 문화계 사람들은 오히려 구동독을 떠나지 않은 작가, 이를테면 크리스타 볼프, 하이너 뮐러, 그리고 폴커 브라운 등으로 향해서 비판의 화살을 지속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이를테면 볼프, 뮐러 그리고 브라운 등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독서 국가 der künstlich gemachte Lesestaat”인 동독에서 특권을 누리면서 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동독 문학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서독이 통일..

45 동독문학 2022.01.20

서로박: 헤름린의 스카르다넬리

1970년 「의미와 형식」에 발표된 슈테판 헤름린 (1915 - )의 방송극 "스카르다넬리"는 횔덜린의 다른 이름이다. “스카르다넬리 Scardanelli”, 그는 누구인가? 실제로 살았던 자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횔덜린인가? 부오나로티 Buonarotti, 살바토레 로자 Salvatore Rosa는 이름과는 달리 세상을 붉게 구원하지 못하고 사라진, 당시 19세기의 무명 시인, 횔덜린의 가명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슈테판 헤름린은 프랑스 팔레스티나 등지를 돌아다니며, 반 나치 저항 운동가로 활약하였다. 전후 구동독 지역에 정착한 그는 "대도시에 관한 12개의 담시들" 및 반파시즘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중단편 소설들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헤름린은 구동독 지역에서 여러 명의 문화 ..

45 동독문학 2022.01.05

서로박: 몸젠과 뮐러 (2)

8. 몸젠은 로마사 제 4권을 못 쓴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완성하지 않았다. 그의 학문적 열정과 부지런함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즉 몸젠은 로마사 제 4권을 못 쓴 게 아니라, 안 쓴 것이라고, 왜 그는 로마사 제 4권의 집필을 그토록 꺼렸던 것이었을까요? 이는 나중에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가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이었습니다. 몸젠은 어느 편지에서 “왕궁의 잡다한 가십거리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고 대꾸하였습니다. 또한 몸젠은 1885년 어느 저녁 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로마 황제의 역사 그리고 로마의 붕괴와 멸망에 관해 기술하려는 심리적 욕구가 솟아오르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몸젠은 집필에 더 이상 신명을 느끼지 못했습니..

45 동독문학 2021.06.22

(단상. 476) 자기 확신에 찬 원숭이들, 혹은 대선 후보자 지지도 유감

- "누군가를 지지하려면, 일단 그의 정책 (혹은 정책의 방향)을 경청한 다음에 지지하라." 이는 히틀러를 수상으로 선출한 어리석은 독일인들의 뒤늦은 항변이었다. (필자) 독일의 시인 폴커 브라운은 동독의 유권자들을 "자기 확신에 찬 원숭이들"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잘 알고, 확고한 견해를 지니고 있다고 스스로 믿지만, 외부에서, 혹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원숭이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이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지식인이라고 자부하지만, 엄격하게 따지면, 모르는 게 많고,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대인 관계 및 학문 행위에 있어서 하루 세 번 스스로를 반성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일삼성 (一日三省)을 게을리하면, 나는 아마도 다..

3 내 단상 2021.05.22

전환기 소설 (1)

- Katrin Aehnlich: Alle sterben, auch die Löffelstöre, 2007 카트린 엔리히 (1957 - )의 데뷔 작품 『모두가 주걱 철갑상어처럼 죽는다』는 2007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구동독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남녀의 사랑을 서술하고 있다. 주인공 스칼렛은 동물원에서 일하는데, 친구 파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이틀간의 특별 휴가를 청원한다. 그미는 재미있지만 우울한 음색으로 친구 파울에 관해서 성찰한다. 특히 전환기 이후에 자신의 과거를 더듬는데, 기억 속에는 언제나 파울이 있다. 스칼렛은 마음속에 더 이상 한 나라를 소유하지 못한다. 구동독의 현실은 오랫동안 마치 극작품의 공연과 같이 투영된다. 파울의 영혼은 손상되어 있다. 그는 유치원 그리고 학교에..

48 최신독문헌 2017.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