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틀링 9

서로박: (4) 바이틀링의 기독교 공산주의

(앞에서 계속됩니다.) 16. 엘리트의 가치 중심적 지배구조: 바이틀링은 비록 푸리에의 영향을 받았지만, 근본적으로 유토피아 사상가들로부터 많은 자양을 공급받은 게 틀림없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플라톤의 『국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바이틀링은 플라톤의 독일어 번역본을 정독하였는데, 플라톤의 영향은 바이틀링의 문헌 속에 은밀히 용해되어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는 엘리트 관료주의의 특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상적 국가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탁월한 재능을 지닌 엘리트가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아야 하며, 이들이야 말로 사회의 질서를 가장 훌륭하게 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이틀링은 언급한 바 있습니다. (Weitling I: 225). 그렇다면 공동체 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엘리트 관료들의 잠재적인 횡..

26 유토피아 2023.03.31

서로박: (3) 바이틀링의 기독교 공산주의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바이틀링의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 두 번째로 바이틀링이 추구한 바람직한 국가 공동체의 상에 관해서 개괄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는 바이틀링이 이에 관해서 세부적으로 치밀하게 구성적으로 개진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기인합니다. 첫째로 바이틀링의 경제 시스템은 엄격한 공동체 중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유재산제, 유산의 권한, 화폐 그리고 시장 등이 철폐되어 있습니다. 유산의 권한을 없앤다는 것은 이를테면 귀족과 같은 시민 사회의 특권층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화폐 그리고 시장의 철폐는 이윤추구의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바이틀링의 유토피아는 사회주의의 계획 경제 구도와 인접해 있습니다. 사회주의 계획 경제의..

26 유토피아 2023.03.31

서로박: (2) 바이틀링의 기독교 공산주의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사유재산, 유산, 화폐 그리고 가정제도의 폐지: 미리 말씀드리지만, 바이틀링은 세부적으로 실현 가능한 이상 사회를 구성적으로 설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추구한 삶의 목표 그리고 그가 의식한 바람직한 국가 공동체에 관한 상에 관해서 흐릿하게 서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첫 번째 사항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앞에서 미리 말한 바 있듯이 바이틀링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난한 불행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변호사와 같은 존재”라고 여겼습니다. 예수는 가난한 소시민들이 죄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을 바라보고 은총을 내리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바이틀링은 가난한 사람들이 굴욕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노여워하는 경건한 신앙인이었습니다. 노동자와 수공업자들은 당시 참담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26 유토피아 2023.03.31

서로박: (1) 바이틀링의 기독교 공산주의

아래의 글은 필자의 다음과 같은 책에 실려 있습니다. 박설호: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 메르시에에서 마르크스까지, 2021, ................ 1. 그리스도와 가난한 노동자: 빌헬름 바이틀링은 소시민 출신으로서 독일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다가 독일의 혁명가의 대열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는 프랑스의 신학자, 펠리시테 라므네 Félicité Lamenais의 영향을 받아, 죽을 때까지 “작은 것이 위대하다.”라는 기독교 정신을 고수하며 살았습니다. 라므네는 가톨릭의 입장에서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게 옳다고 확신했으며, 자유주의의 시각에서 종교적 관용을 부르짖은 신앙인이었습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종교적 갈등의 시기에 관용을 주창하는 것은 그 자체 죽음을 불사하는 용기라는 사실입니다..

26 유토피아 2023.03.31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서문

“사고는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일컫는다.” (Ernst Bloch) “블로흐를 비판하지 않은 채, 그의 문장을 인용하는 것은 하나의 배반이다.” (편역자) "희망은 확신이 아니다. 희망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위험에 대한 의식이다.” (Ernst Bloch) 1. 친애하는 B, 블로흐 읽기를 연속으로 간행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이후의 진행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유토피아의 역사를 역사적 비판적 관점에서 기술하려는 의도는 세부 사항에 있어서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유토피아의 연구에서 동양의 영역을 제외했음에도, 논의에 대한 고증 작업은 여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고로 학자는 -소설가와는 달리- 자발적 착상만으로 펜이 굴러 가는대로 글을 쓸 수 없으며, 사고가 하나의 결론에..

2 나의 글 2021.05.08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서문

“사고는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일컫는다.” (Ernst Bloch) “블로흐를 비판하지 않은 채, 그의 문장을 인용하는 것은 하나의 배반이다.” (필자) “희망은 확신이 아니다. 희망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위험에 대한 의식이다.” (Ernst Bloch) 1. 친애하는 B, 블로흐 읽기를 연속으로 간행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이후의 진행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유토피아의 역사를 역사적 비판적 관점에서 기술하려는 의도는 세부 사항에 있어서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유토피아의 연구에서 동양의 영역을 제외했음에도, 논의에 대한 고증 작업은 여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고로 학자는 -소설가와는 달리- 자발적 착상만으로 펜이 굴러 가는대로 글을 쓸 수 없으며, 사고가 하나의 결론에 ..

27 Bloch 저술 2019.09.08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 (2)

2. 『뮌처, 마르크스, 혹은 악마의 궁둥이』는 블로흐의 사상의 핵심을 안고 있는 기독교 사상과 마르크스의 사상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다음의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즉 “블로흐의 사상은 결코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를 서로 합금시킨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블로흐의 사상은 언젠가 빌헬름 바이틀링 Wilhelm Weitling이 추구했던 ‘기독교적 마르크스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한다.”는 게 바로 그 결론입니다. 빌헬름 바이틀링: 가난한 목수의 아들의 예수 사상과 사회주의를 접목시키면서, 기독교 사회주의를 꿈꾸었다. 블로흐는 뮌처의 종교 개혁의 발언과 그의 문헌을 자신의 유토피아적 종말론 사상을 도출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한 반면에, 마르크스의 저작물들을 자신의 사상과 계급 문제의 근원적 토대로서..

23 철학 이론 2017.09.17

서로박: 블로흐가 파악한 기독교 속의 유토피아 (1)

1. 혁명적 선취의 상으로서의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나라: 이 장에서 우리가 다루려는 것은 기독교 사상과 유토피아 사이의 접목 가능성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무신론자인 에른스트 블로흐가 파악한 기독교 사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유토피아로 논의를 제한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신앙인이 아니라, 기독교의 밖에서, 다시 말해서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기독교와 유토피아 사이의 관련성을 가장 명징하게 지적한 학자가 블로흐라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독교 사상은 블로흐가 1910년대에 자신의 연구 대상의 확장의 일환으로 접한 영역에 불과했습니다. 예컨대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가 생각한 자유의 나라의 구체적인 범례였는데, 이것이 공교롭게도 원시 기독교 교회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

26 유토피아 2017.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