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12

서로박: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소설의 이론"은 루카치가 “거대 서사 (장편 소설)”의 형식에 관한 역사 철학적 시도이다. 이 작품은 1916년 "미학과 일반 예술학을 위한 잡지"에 간행되었다. 루카치의 이 문헌은 에세이와 비평의 시기 -헝가리어로 집필된 "영혼과 형식" 1910, 장르 미학적 출발점이 되는 (독일어로 집필된) "비극의 형이상학" 1911-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동시에 루카치의 상기한 문헌은 나중의 “거대 미학”을 정립하기 위한 중간 단계인 셈이다. 소설의 이론에서 루카치는 해석학적으로 다양하게 축적된 변형 과정을 도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변형 과정은 신낭만주의의 사고 구조 (슐레겔, 노발리스)로부터, 헤겔의 단계적 변증법, 키르케고르의 시기(時期)적 변증법, 솔거 (Solger)의 아이러니 구상 등을 거쳐..

25 문학 이론 2023.03.03

서로박: 헨리 밀러의 '결실 맺는 고행'

친애하는 J, 오늘은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밀러 (Henry Miller, 1891 - 1980)의 『결실 맺는 고행 (The Rosy Crucifixion)』이라는 소설 삼부작에 관해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은 『섹스 (Sexus)』 (1949), 『얽힘 (Plexus)』 (1953), 『연결 (Nexus)』 (1960)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밀러는 처음부터 삼부작을 구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 작품 속에 용해되고 있는 전체적 방식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보낸 칠 년의 삶을 아무런 조건 없이 서술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밀러는 프랑스로 도피하기 전, 1923년에서 1930년까지의 미국에서의 체험이 소설 속에 그대로 스며있습니다. 첫 번째 작품 『섹스 (Sexu..

36 현대영문헌 2022.03.22

서로박: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1)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1821 - 1881)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1879/ 80년에 발표되었다. 마지막 해에 발표한 그의 작품, 「어느 작가의 일기」의 마지막에는 인류의 운명에 관한 깊은 성찰이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어떤 더 높은 이념 없이는 개별적 인간도 그리고 어떤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지구상에는 오로지 하나의 이념이 존재할 뿐이다. 그것은 인간 영혼이 결코 죽지 않는다는 이념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의지할 수 있는 나머지의 모든 숭고한 이념들은 바로 거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 불멸의 이념은 삶 자체이며, 살아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발언 속에는 단순한 무신론의 사고를 넘어서서, 인간이 신앙 없이 얼마나 선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고뇌 어..

31 동구러문헌 2022.03.06

서로박: 에밀 졸라의 "모레 목사의 죄" (1)

(1) 작가들은 과연 정신이상인가?: 친애하는 Y, 동독 출신의 작가 귄터 쿠네르트 (Ĝünter Kunert)는 70세 생일을 맞이한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들은 심리적으로 왜곡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작가들로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는 독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작가와 지식인들에게 윤리와 도덕에 관한 내용 그리고 멋진 읽을거리에 대한 즐거움 등을 바라지 않는가요? 특히 지금까지 살다간 수많은 작가들의 삶을 고찰하면, 우리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여기서 내가 지적하려는 것은 그들의 가난하고 외면당하는, 핍박당하는 불행이 아닙니다. 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강제적 성윤리에 예속되지 않으려는 태도는 자유를 갈구하는 예술가라면 누구..

33 현대불문헌 2021.12.23

서로박: 프로이트의 도스토예프스키 (2)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양성의 소질이 주어져 있었다. 가혹했던 아버지에게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격렬하게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그가 지녔던 죽음의 증후는 자아에게는 자학적 충족이고, 초자아에게는 처벌을 위한 충족 즉 가학적 충족이다. 다시 말해 전자는 “너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죽는 중”이고, 후자는 “아버지가 너를 죽이고 있는 중”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신경증 역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욕망과 관계된다. 발작은 응징으로서 아버지의 죽음처럼 끔찍하고 두려운 것이다. (...) 그러나 한 가지 사항은 특이하다. 발작의 전 단계에서 승리감 내지 쾌감을 느낀다. 이렇듯 발작은 그에게 응징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버지를 대신하는 존재가 자신에게 형벌을 가하도록 방임해 버렸다. 그는 아버지를 죽이..

5 사회심리론 2021.07.20

서로박: 프로이트의 도스토예프스키 (1)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최고의 작가로 꼽으며, 그의 작품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대해 자신의 정신분석학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원래 이 글은 다음과 같은 계기로 씌어졌다. 어느 독일의 출판업자는 1925년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간행하려고 했는데, 프로이트에게 작품 분석을 의뢰하였던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는 프로이트의 나이 69세 때 씌어졌다. 따라서 이 글 속에는 프로이트의 말년의 정신분석학 이론이 용해되어 있다. 프로이트는 이 논문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죄의식 등을 새롭게 기술한다. 가령 지금까지 인간의 자위행위에 관해서는 초기 저작물에서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작가였고, 신경증 환자였다. 그는 경건한 윤리적 정신을 지니고 있었으며,..

5 사회심리론 2021.07.20

서로박: 안나 제거스의 기이한 만남

안나 제거스 (A. Seghers, 1900 - 1983)의 단편 모음집, "기이한 만남 (Sonderbare Begegnungen)"은 1973년에 간행되었다. 이 작품 속에는 세 편의 단편, 「지상에 없는 존재에 관한 전설들」 (1970), 「약속 지점」 (1971), 「여행의 만남」 (1972)이 중요 작품에 해당한다. 제거스는 이 작품집을 통하여, 독자에게 예술이 일상 현실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를 말하려고 하였다. 그미는 상상적 요소를 추적하면서, 오래 전부터 자신이 견지해온 창작 의향을 실현시키려고 하였다. “오늘날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실을 서술하는 일 그리고 여기에 동화적인 색채를 부여하는 일 - 나는 소설 속에서 무엇보다도 그것을 합치시키려고 하였습니다.” 「지상에 없는 존재에 관한..

45 동독문학 2021.07.14

(저서 소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 심리학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지금까지 수십권 간행했지만, 저자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바로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입니다. 문학 서적, 사회학 서적 그리고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상호 연계된 관점을 다룬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필자는 오래 전부터 호모 아만스의 인간형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책의 내용 가운데 필자가 애착을 가지는 장은 마지막 부록 "인종, 성, 나이 구분은 없다"입니다. 많은 참고 바랍니다. 목차 1. 서문: 구분 없는 인간형으로서의 호모 아만스 2. 정신분석학의 전개 과정 그리고 에른스트 블로흐 3. 에릭 에릭슨과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 심리 이론 4. 에밀리오 모데나의 생태 심리학과 에로스의 유토피아 5. 강덕경, 혹은 알렉..

1 알림 (명저) 2021.03.11

서로박: 프로이트의 '도스토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 (2)

7. 아버지에 대한 애증: 도스토예프스키의 발작은 죽은 자와 동일하게 되려는 무의식을 반영합니다. 소년은 내심 아버지가 죽기를 애타게 갈구했습니다. 히스테리라는 이름의 발작은 미워하는 아버지가 죽기를 갈망하는 데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이는 프로이트에 의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관계됩니다. 아버지를 적대시하는 배후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 역시 담겨 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를 찬미하나, 동시에 아버지를 증오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거세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거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는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소유하려는 욕구를 견지합니다. 이는 죄의식을 낳게 됩니다. 이로써 무의식 속에 가라앉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증오라고 프로이트는 주장합니다. 실제로 도스토예프스키..

31 동구러문헌 2020.09.11

도스토예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는 고뇌하는 작가의 전형입니다. 깊은 신앙심을 견지하지만, 신의 권능을 끝없이 의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작가가 되지 않았으면, 수사, 혹은 도박사가 되었을 극단의 인물이지요. 조화로움보다는 불협화음을 추구하고, 온화함보다는 사악한 영혼의 근원을 파헤치기를 머뭇거리지 않는 작가, 천국의 아름다움을 막연히 찬양하는 일보다는 지옥의 고통 속에서도 최소한의 인긴적 흔적을 찾으려는 작가 - 그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인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1872년 악령을 탈고한 다음에 완성된 초상화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21년에 모스크바에서 태어나서 1881년에 성페테르부르크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영혼의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독자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내면을 추구하여 근대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9 문학 이야기 20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