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2)

필자 (匹子) 2022. 3. 6. 08:27

(앞에서 계속됩니다.)

 

주요 이야기는 형제들의 삶의 이야기에 의해서 시작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나드리프 (nadryv)”라는 비극적 갈등에 의해서 이어지는 것이다. “나드리프”는 “찢는다”라는 뜻을 지닌 러시아어의 동사 “나드리바트 (nadryvat)”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속이고, 스스로 자신을 파괴시키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따라서 나드리프의 갈등은 고유한 개인에게 의도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운명을 짓밟으려는 잔악한 행위를 뜻한다. 이와 관련하여 알료샤는 어떤 황홀의 상태에서 가치가 전도된 세계에 관한 상을 바라본다. 드미트리는 어떤 불행한 아기에 관해 꿈을 꾸는데, 이는 자신의 열정이 동정심으로 치환되어 나타난 것이다.

 

언젠가 이반은 종교 재판관에 관한 전설을 집필한 적이 있다. 이러한 전설은 오로지 소설 전체의 틀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놀랍게도 중세 스페인에서 출현한다. 그는 즉시 세인에게 알려지고, 종교 재판관의 명령에 의해서 투옥된다. 백발의 노인은 혼자 중얼거리면서 구원의 나라를 한탄하고 있다. 그는 만인을 유혹할 수 있는 놀라운 재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 노력한다. 대신에 빵, 기적 그리고 권력 등을 모조리 물리친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짐으로써 인간의 불행과 고통이 이어지게 된다. 종교재판관은 스스로 반 기독교도라고 고백한다. 반 기독교도는 멸시 당하는 인간을 위해서 지상의 천국을 건립하지만, 끝내 죽음을 불러와서 사람들을 저 세상으로 이전시킨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감옥에서 풀려난다. 침묵을 지키며 그는 반기독교도의 입에 키스하고 자리를 떠난다.

 

 

상기한 전설을 거론함으로써 도스토옙스키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첫째로 서유럽의 기독교 교회가 잘못 발전되었으며, 로마 교황청이 세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로 상기한 전설은 등장인물 이반 자신을 묘사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반 자신이 품고 있는 동정심은 세상 누구와도 관련이 없고, 오로지 세상에 머물고 있는 자의 운명으로 파악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셋째로 도스토옙스키는 자유를 다음과 같이 파악했다. 즉 자유란 인간 내면 속의 신적 원칙이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믿음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신적 원칙을 수행하는 인간의 고귀하고도 경건한 자유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상기한 이반의 전설 내용과 대립되는 것이다. 그것은 표도르와 대립되는 인물인 스타레크 초시마의 발언에서 자세히 개진되고 있다. 초시마는 영성 생활에 의한 도취의 체험을 다음과 같이 알린다. 그것은 바로 인간 영혼의 불멸성이며, 나아가 세계를 다스리는 신적 존재를 지칭한다. 초시마에 의하면 존재는 하나의 일원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자는 모든 자에게 죄를 지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초시마는 다음의 사항을 실천하기를 사람들에게 권고한다. 즉 “남을 위해 노동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과업”이 바로 그 권고사항이다. 이는 자아를 고수하지 않는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길 내지 방향이나 다름이 없다고 한다.

 

상기한 내용을 통하여 도스토옙스키는 이전 작품에서 피력한 사고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고유한, 이른바 경건한 무신론의 사상을 완성시키고 있다. 그것은 신을 모시지 않는 인간 존재의 가능성에 관한 숙고나 다름이 없다. 알베르 카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분명히 말해 지금까지 도스토옙스키만큼 그렇게 터무니없는 무신론적 세계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그리고 그렇게 치밀하게 파헤친 작가는 없을 것이다.” 알료샤는 부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물론이지요.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나중에 즐거운 마음으로 무엇이 발생했는가에 관해 모조리 말하게 될 것입니다.”

 

카뮈는 “이반은 니체와 유사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니체는 작품 속에서 신을 난자했고, 결국 광증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되지 않는가? 나아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알료샤라는 인물 묘사를 통해서 실러가 추구하던 더욱 숭고한 인간에 관한 이념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왜냐하면 알료샤는 자신을 포기하며 진정한 기독교 사상을 실천하는 인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