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6. 사실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과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크레온은 안티고네의 죄를 징벌하면서 사형을 선고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테베 전체가 신들 앞에서 더럽힘을 당하게 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미에게 약간의 음식을 주면서 지하 감옥에 가둡니다. 하이몬은 아버지 크레온의 태도가 너무나 완강하다고 비난하며 안티고네를 용서해주라고 강하게 요구합니다. 크레온의 태도는 폭군의 완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심하게 언쟁을 벌인 다음에 서로 헤어집니다.
이때 예언자 타이레시아스가 크레온에게 찾아와서, 크레온의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리라고 예언합니다. 그제야 크레온은 마음을 누그러뜨리면서, 안티고네를 용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지하 감옥에 갇힌 안티고네는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게 된 하이몬 역시 그미의 시신 곁에서 단검으로 자결합니다. 크레온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아들의 자살 소식에 극도로 절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크레온은 뒤늦게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고, 자신의 근시안적 태도 그리고 오만불손함이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중얼거립니다.
7. 작품 「안티고네」는 이후의 시대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주인공 안티고네의 행동은 죽음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신의 계명과 인간의 의무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비록 자신의 행동이 실정법에 저촉이 되더라도, 안티고네는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깊은 연민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소포클레스가 전하려는 놀라운 계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살아남은 자라면 죽은 자 앞에서 함께 애통해 해야 하며, 결코 망자를 끝없이 증오해서는 안 된다는 게 소포클레스의 계명이라면 계명일 수 있습니다. 안티고네는 다음과 같이 일갈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증오하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일이랍니다.” (523행).
죽은 동생에 대한 애타는 안타까움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인간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항은 안티고네가 여동생, 이스메네가 피해당하지 않도록 애를 쓴다는 점입니다. 죄가 있다면 자신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는 태도는 가족을 지키려는 선한 마음의 발로가 아닐 수 없습니다.
8. 안티고네에 비하면 크레온은 자기주장을 꺾지 않는 이기주의자이며, 가장 고귀한 자연법의 정신을 무시하고, 자신의 칙령에 가장 막강하다고 믿는 폭군의 전형입니다. 크레온의 칙령은 지상의 제한된 사악한 법칙이라면, 안티고네의 믿음은 가족이 지녀야 하는 절대적이고 가장 유효한 법칙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헤겔도 자신의 『미학Ästhetik』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전자가 국가에서 절대적으로 유효한 법이라면, 후자는 자연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가정에서 절대적으로 유효한 법입니다. 크레온과 안티고네는 종국에 이르러서도 끝내 타협책을 찾지 못합니다. 왜냐면 그들의 견해는 서로 합치될 수 없는, 타협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작품에 드러난 끔찍한 비극은 근본적으로 안티고네가 아니라, 크레온의 외골수에서 발견될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지상의 모든 권력을 쥔 지배자가 무소불위의 정책을 끝까지 고수하면, 결국 스스로 패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안티고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미는 올곧은 자세로 남동생의 시신을 매장하는 일에만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어쩌면 안티고네는 이스메네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약혼남, 하이몬의 처지를 고려하면서, 함께 다른 방도를 모색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고 문헌
1. 헤겔의 안티고네 연구: G. W. F. Hegel: Vorlesungen über die Ästhetik. In: Ders.: Werke. Hrsg. von D. H. Marheineke u. a., Duncker & Humblot, Berlin 1835. Bd. 10, Abteilung 1–3, hrsg. v. H. G. Hotho. Bemerkungen zu Antigone findet man an folgenden Stellen der Vorlesungen über die Ästhetik: 제 1권: 1. Teil, 3. Kapitel, B.II.3.a. „Die allgemeinen Mächte des Handelns“, B.II.3.b. „Die handelnden Individuen“, B.III.3. „Die Äußerlichkeit des idealen Kunstwerks im Verhältnis zum Publikum“ (Suhrkamp, Werke 13, S. 287, 301, 354). 제2권: 2. Teil, 2. Abschnitt, 1. Kapitel, 1.2.b. „Die alten Götter im Unterschiede zu den neuen“, 1.3.b. „Aufbewahrung der alten Götter in der Kunstdarstellung“, 2. Kapitel, 2.a. „Begriff der Liebe“, 2.c. „Zufälligkeit der Liebe“ (Suhrkamp, Werke 14, S. 60, 69, 184, 189 f.). 제3권: 3. Teil, 3. Abschnitt, 3. Kapitel, C.III.3.c. „Die konkrete Entwicklung der dramatischen Poesie und ihrer Arten“ (Suhrkamp, Werke 15, S. 544, 549 f.).
2. 주디스 버틀러의 안티고네 연구: Judith Butler: Antigones Verlangen: Verwandtschaft zwischen Leben und Tod. Aus dem Amerikanischen von Reiner Ansén. Mit einem Nachwort von Bettine Menke. 3. Auflage. Suhrkamp, Frankfurt am Main 2001
3. 자크 데리다의 안티고네 연구: Jacques Derrida: Glas. Éditions Galilée, Paris 1974.
4. 뤼스 이리가라이의 안티고네 연구: Luce Irigaray: Die ewige Ironie des Gemeinwesens ... In: Dies.: Speculum. Spiegel des anderen Geschlechts (1974). Suhrkamp, Frankfurt am Main 1980,
5. 발터 엔스의 안티고네 연구: Walter Jens: Antigone-Interpretationen. In: Jan Diller (Hrsg.): Sophokles.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Darmstadt 1967, S. 295–311.
6. 자크 라캉의 안티고네 연구: Jacques Lacan: Das Wesen der Tragödie. Ein Kommentar zur Antigone des Sophokles. In: Ders.: Das Seminar, Buch VII (1959–1960). Die Ethik der Psychoanalyse. Weinheim und Berlin 1996.
7. 조지 스타이너의 안티고네 연구: George Steiner: Die Antigonen. Geschichte und Gegenwart eines Mythos (1984). Aus dem Englischen von Martin Pfeiffer. Hanser, München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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