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Bloch 저술

박설호: 물질 이론과 희망 철학. 일러두기

필자 (匹子) 2025. 3. 19. 10:10

“예견은 예언과 다르다.” (필자).

“미래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 여기의 현실적 조건과 상황을 통찰하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안개 속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블로흐)

 

화가, 마네는 자신의 삶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시큰둥하게 대답하였습니다. “꽃밭에 가보세요. 거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이와 유사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일갈하였습니다. “나의 문헌들을 접하세요. 거기에는 모든 게 담겨 있습니다.” 블로흐의 문헌은 필자의 눈에는 마치 심해에 가라앉은 해적선의 보석상자처럼 비칩니다.

 

블로흐는 평생 폭넓게 사고했고, 학제적으로 통찰했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영미권에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신학에서만 약간 거론될 뿐입니다. 어쩌면 문체의 난해함 그리고 자본주의의 시대 정신이 블로흐 독해를 방해하는지 모릅니다. “미국 삶의 방식”이 블로흐의 체질상 맞지 않았을까요? 독일 출신의 강직한 유대인은 미국에서 망명하는 동안에 대작 『희망의 원리』를 집필하였습니다. 그의 곁에는 카를 마이, 헤겔, 조아키노 그리고 마르크스 등이 함께하고 있어서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습니다.

 

블로흐 연구자, 김진 교수는 명저, 『희망의 인문학』 (울산대 출판부 2021)을 통해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희망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그의 책은 서양 철학과 종교를 아우르며, 동양, 특히 한민족이 추구해온 희망의 정서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넓이보다는 깊이, 비유적으로 말해서 마치 바닷속에 가라앉은 보물 상자와 같은 블로흐의 문헌을 인양하고 싶었습니다. 본서에서 모자라는 점이 발견되더라도, 당신에게 쓸모 있는 자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