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문학 이론

서로박: 야우스의 '문예학의 도전으로서의 문학사'

필자 (匹子) 2023. 12. 20. 11:54

한스 로베르트 야우스 (H. R. Jauß, 1921 - 1997)의 "문예학의 도전으로서의 문학사(Literaturgeschichte als Provokation der Literaturwissenschaft"는 1970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야우스는 문예학에서의 전통적인 문학사 기술의 방법론을 비판하기 위해서 본서를 집필하였다. 문예학에서의 문학사 기술에 관한 전통적 방법론은 야우스에 의하면 정신사적 형태에 있어서 그리고 실증주의적 인과 법칙에 관한 설명에 있어서 문학과 역사를 창조적으로 매개할 능력이 없다. 이와는 반대로 수용 미학은 독자 내지 “작품과 독자층 사이의 (영속성을 형성시켜 주는) 대화”를 연구의 중심에 설정하고 있다. 이로써 수용 미학은 야우스에 의하면 역사적 관심사를 미학과 결합시킬 수 있다고 한다.

 

특정한 텍스트의 미적 가치에 대한 판단은 지금까지 다음의 물음을 중시하였다. 즉 그것이 이전에 발표된 다른 텍스트와 어떠한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물음말이다. 그렇지만 야우스의 견해는 이와는 다르다. 텍스트의 역사적 의미는 수용자의 요구와 기능 등에 의해서 파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우스에 의하면 “(특정한 텍스트에 대한) 첫 번째 독자의 이해는 (세대별로 혹은 시대별로 다른 관심사를 지닌 다른 독자들에 의해서) 작품 수용의 고리를 형성하며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이때 문학 텍스트는 스스로 동질성을 지닌 객체, 다시 말해서 “모든 관찰자에게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채 동일한 장면을 제공하는” 객체일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비유적으로 말해 “언제나 새로운 반향을 형성하는 악보”와 같다. 왜냐하면 독자는 특정한 문학 텍스트를 자신이 처한 존재 상황에 결부시키면서, 그것을 새로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야우스는 여기서 “기대 지평 Erwartungshorizont” 그리고 “기대의 객체화 가능한 관련 시스템 objektivierbares Bezugssystem der Erwartungen”이라는 핵심적 용어를 도입한다. “기대 지평”이란 독자가 문학 작품으로부터 기대하는, 새로운 어떤 보편적 요구 사항을 지칭한다. “기대의 객체화 가능한 관련 시스템”은 기대 지평을 어느 정도 선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수단으로서, 이미 알려진 작품의 형태, 주제 그리고 장르상의 특징 등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 새로운 텍스트는 상기한 관련 시스템을 통해서 과거에 발표된 작품에 대한 기억, 다시 말해 “친숙한 기대 지평”을 환기시킨다. 또한 새로운 텍스트는 이러한 친숙한 기대 지평을 파기시키기도 하고, 이미 알려진 미적 유희의 법칙을 변조하고, 재생산시키며, 이를 거부하거나 패러디화 한다.

 

문학 작품의 예술적 특성은 첫 번째 독자들의 기대 지평에 대한 텍스트의 “미적 거리감 (ästhetische Distanz)”에 의해 측정된다. 예를 들면 통속 문학 그리고 미식가적 오락 예술속에는 이러한 거리감이 현저히 약화되어 있다. 그 까락은 오락 예술이 독자 대중의 보편적으로 주어진 취향을 빠짐없이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을 위한 오락 예술은 대체로 어떠한 “지평 변화”도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깊이 있는 예술 작품은 -처음 간행되었을 때- 기존의 기대 지평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낯선” 텍스트에 서서히 관심을 기울인다. 따라서 작품의 중요성이 인지될 때까지 낯선 텍스트는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만약 독자들에게서 어떤 지평의 변모가 형성되면, 그제야 사람들은 지금까지 잘못 이해된, 혹은 무시된 과거의 문학 형태에 대해 활발히 연구한다. 한마디로 새로운 시각 내지 처음에 거부당하는 탁월한 작품은 처음에는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서는 법이다. 그렇지만 이후의 독자들에게 이러한 낯설음 내지 거리감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다음의 물음에 비례한다. 즉 (상기한 작품에 담긴) 고전적 특성 내지 나중에 당연한 것으로 변화되는 미적 형태가 과연 얼마만큼 아무런 저항 없이 독자들에게 미식가적 예술로 수용되는가? 하는 물음말이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작품에 담긴 본원적 기대 지평을 해석학적으로 밝히려 애썼다. 이는 텍스트가 원래 내재한 대답과 관련되는 물음을 연역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텍스트를 (수용미학의 의미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수용의 역사대로) 텍스트를 체계화시키는 작업은 다음의 과업을 가능하게 한다. 즉 과거의 문학 작품 속에 남겨진 형식적 윤리적 문제에 대한 반응을 파악하는 과업 말이다. 야우스의 수용 미학은 이러한 방법으로 형식주의적 논의를 텍스트의 해석학에 성공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