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박설호: (1) 김상일의 "腦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

필자 (匹子) 2023. 4. 11. 09:44

1. 문명의 충돌을 극복하려는 뇌 연구: 김상일 교수의 『脳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2007)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뇌의 연구와 문명의 역사를 서로 비교한다는 점에서 정신과학과 사회과학의 내용을 자연과학과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내용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저자는 맨 처음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국제 질서의 재편성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1996)에서 어떤 모티프를 찾아내어, 이를 뇌 과학 연구에 접목시킨다. 그렇지만 뇌의 기능과 문명의 충돌을 서술하면서, 저자는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 중국과 한국의 문화적 대립, 유, 불, 도로 요약되는 동양학의 발전과 수용 그리고 한 사상 내지 동학사상의 진가를 강조한다.

 

여기서 우리는 저자가 지적하는 뇌 과학의 연구 결과보다도, 뇌 그리고 중국과 한국 사이의 문명적 연관관계를 밝히는 저자의 입장에서 놀라운 식견을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유, 불 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피력하고, 고조선 이래로 내려온 선 (仙), 기 사상 그리고 동학 등을 진단하고 있는데, 논의의 폭이 넓고, 철학적 입장은 공명정대하다. 이에 필자는 경의를 표한다. 일단 내용을 요약한 다음에 문헌 속에 반영된 저자의 입장 및 기타 문헌과 관련된 비판적 사항을 논평하기로 한다.

 

2. 좌뇌와 우뇌, 요소 환원주의의 편견: 에쉬브록에 의하면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가 서방 기독교와 동방 기독교의 특징을 드러낸다. 서방 기독교는 고딕 건물로 요약되는 권위성과 합리성을 표방한다면, 동방의 기독교는 돔형의 건물로 요약되는 반-권위적인 체제로 성령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구 전체를 고려할 때 서양은 우랄 알타이 산맥을 기준으로 좌반구를, 동양은 우반구를 나타내기도 한다. 문제는 서양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우반구의 특징을 사악시하고, 열등하게 취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서양이 동양을 멸시하고, 정치적으로 공략한 오리엔탈리즘의 이유로 작용하기도 했다.

 

동과 서의 양반구의 특징은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된다. 가령 인도와 중국을 비교할 때 힌두교는 좌반구적이고, 불교는 우반구적이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영남과 호남을 제각기 서로 비교할 때에도 이러한 등식이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 뇌 연구에서 놀라운 것은 좌반구와 우반구의 기능이 독자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뇌수술을 받은 환자를 통해서 그리고 개미의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다. 모든 것을 단절시키고 투쟁과 지양을 도모하는 서양의 이원론은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위험하고 폭력적이다. 나아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합쳐져서 전체가 된다는 사고방식은 요소 환원주의에서 비롯한 편견이라고 한다.

 

3. 뇌의 기능과 뉴런의 시냅스, 순환과 되먹힘의 관계: 뇌의 좌반구는 대체로 언어적 능력을 관장하는 반면에 우반구는 정서 능력 내지 공간 개념을 담당한다. 뇌의 반구는 뇌량 (脳梁)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다. 마치 인간의 뇌가 통합과 분열 그리고 재통합의 과정으로 상호 보조하듯이, 좌뇌와 우뇌는 개별적으로 다르게 작용하지만, 기능상 결코 서로 단절되어 있지는 않다.

 

뇌의 신경 세포 뉴런 속에는 여러 개의 수상 돌기 그리고 하나의 축색 돌기가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이접과 연접이라는 놀라운 활동이 뇌 기능의 상호 관련성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독립된 뉴런의 돌기 말단이 다른 대상 세포와 만날 때 접촉하는 부위는 시냅스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여러 뉴런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시냅스를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로써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의 뇌세포는 하나 내지 여럿의 순환적인 조화 관계 속에서 정보를 전달한다. 나아가 뇌의 삼층 구조는 인간 존재의 모순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뇌의 “파충류 층reptile complex”을 둘러싼 것은 “포유류 층limbic system”이며, 이를 둘러싼 것은 “신피질 층neocortex”이다. 뇌의 삼층 구조는 인간의 역사의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파충류 층의 공격 성향은 포유류 층의 소속감과 조화로움의 성향과 이율배반적인 관계에 처한다. 인간의 정서적 갈등이 서로 반복되고 순환되는 이유도 이러한 두 가지 뇌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뇌와 마찬가지로 우주에서도 개체와 전체는 카오스와 프랙털 이론에 의해 서로 순환 내지 되먹힘의 관계에 처해 있다.

 

4. 뇌의 기능과 종족 사이의 갈등: 뇌는 약 3만여년 전에 갑자기 신피질층이 다른 층에 견주어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뇌의 좌우 및 상중하 층의 균열과 억압 구조는 청동기가 시작되는 기원전 2000년부터 시작되어 차축시대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까지)에 처절할 정도로 균열되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좌뇌의 기능이 우뇌의 그것을 압살시키고, 의식은 무의식을, 남성은 여성을, 서양은 동양을, 중국은 만주와 한반도를 차례로 무시하거나 좌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우뇌의 특성에 해당하는 감성적인 것, 여성적인 것, 영혼적인 것은 처참할 정도로 사악한 무엇으로 간주되고 말았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고대 한반도와 만주 지방에 널리 퍼져 있던 무속과 선 내지 기의 사상 등이 -마치 갑골문이 사장되었듯이- 유불도의 좌뇌적 특징 속으로 대부분 포섭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선 (仙) 문화는 좌뇌적 특성과 우뇌적 특성을 조화롭게 혼합시켜 부분적으로 명맥을 이어 왔다. 이는 1675년 『규원사화 揆園史話』 그리고 1911년 계연수의『환단고기 桓檀古記』에 분명히 지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과 일본 문화에서는 두 가지 특성의 조화로움이 발견되지 않는다.

 

가령 섬나라 일본은 자기중심적으로 타자를 거부하다가 “애집증 inzestuöse Krawatte”에 시달린 다음에, 현대에 이르러 분열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들에게 서양 문화는 지금까지 활용의 수단으로 이해되었다는 사실은 현재 기독교를 믿는 일본인의 수가 경미하다는 데에서 발견된다. 일본에 반해 중국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다양한 민족 (동이족도 포함됨)에 의해 “정신 분열schizophrenia”의 의식에서 갈등을 빚어 왔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중국은 전체주의의 기치아래 “일자 一字” 병이라는 국수주의에 시달리고 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