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서로박: 엥겔스의 '가족의 기원'

필자 (匹子) 2023. 4. 21. 09:50

친애하는 K, 오늘은 프리드리히 엥겔스 (1820 - 1895)의 사회 이론을 담은 저서,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 Der Ursprung der Familie, des Privateigentums und des Staats.』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이 작품은 마르크스가 죽은 1년 뒤에 (1884) 바로 간행되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죽기 전에 인류 사회의 형성 시기의 역사에 관한 주요 단계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그는 엥겔스와 여러 가지 저서를 공동으로 저작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독일 이데올로기 Deutsche Ideologie』입니다. 이를 고려할 때『가족의 기원』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오랜 협력 작업의 하나에 해당합니다.

 

엥겔스가 이 작품을 완성하게 된 계기는 1877년에 간행된 L. H. 모간 Morgan의 인류학 연구서 때문이었습니다. 모간의 책 제목은 『고대 사회, 혹은 야만으로부터 미개를 거쳐 문명으로 이르는 인류 진보의 노선에 관한 연구 Ancient Society, or Researches in the Lines of Human Progress from Savagery, through Barbarism to Civilization』라고 합니다. 모간은 오랜 역사 이전의 세계로 거슬러 올라가면, 모계 사회의 흔적이 나타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모간은 19세기 북아메리카 뉴욕 주에 거주하는 인디언 이로코이 씨족의 사회조직을 분석했습니다. 이로코이 씨족들은 모간의 견해에 의하면 모계 사회 체제 하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는 인류가 원시시대에도 “여권적 matriarchalistisch”이 아니라, “여성 중심적 matristisch”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가설을 어느 정도 입증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엥겔스는 모간 연구 결과에다 유물론적 역사관을 가미하여, 이를 분명히 밝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엥겔스는 당시에 마르크스와 함께 대 저작 『자본 das Kapital』집필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마르크스는 상당한 분량의 인류학적 자료들을 남겨놓고 1883년에 사망했습니다. 엥겔스는 이 자료들을 정리하고 보완하여 변증법적 유물론의 입장에 상응하는 역사 발전의 이론을 체계화했던 것입니다. 이로써 사회는 1. 원시 공동체 사회, 2. 노예제 사회, 3, 봉건제 사회, 4. 자본주의 사회, 5. 사회주의 사회 등으로 발전된다는 이른바 역사 발전 단계를 설명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엥겔스는 시민주의의 입장에서 비롯한 인류학의 이론을 신랄하게 비난합니다. 이에 따르면 일부일처제,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는 사회 속에 항상 존재해 왔던 보편적인 틀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국가의 근원적인 핵심 체제는 시민주의의 인류학 이론에 의하면 일부일처제의 가족이며, 이러한 가족들이 모여서 국가를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일처제는 엥겔스에 의하면 절대적 도덕으로 항상 존재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사회 현실에 종속되는, 상대적 체제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엥겔스는 성 이론을 다루면서, 무엇보다도 사유권, 상품 생산 그리고 분업 노동을 결코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성 생활은 사회생활의 일부로서 상호 유기적인 관련성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엥겔스는 다음의 사실을 그대로 밝힙니다. 즉 인간은 상품을 생산해낼 뿐 아니라, 경제적인 조건이 개인, 가정,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 말입니다. 모간의 이론에 입각하여, 엥겔스는 다음과 같이 기술합니다. 1. 이른바 태초의 원시 시대에는 인류는 작은 집단으로 무리지어 살았는데, 이때 지배하던 체제는 “군혼 群婚, Gruppenehe”이라고 합니다. 2. 사회가 자연 자체의 상태로 원시 공산적인 체제로 이루어졌던 야만의 시대에는 특정 남녀의 성 관계가 이루어졌지만, 쉽게 뒤바뀌는 이른바 “교미혼 交尾婚, Paarungsehe”이 지배했다고 합니다. 3. 뒤이어 인류가 문명을 서서히 일으키는 단계에 이르러 발생한 것은 “일부일처제 一夫一妻制, Monogamie”인데, 이것은 국가가 성립하고 사유권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가축을 키우고 밭을 경작하게 되자, 노동의 분화가 발생하게 되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출현하게 합니다. 첫째로 소비재 생산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게 되자, 사람들은 더 많은 새로운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차출되는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잡아들인 노예들입니다. 말하자면 착취자 그리고 착취당하는 자 등으로 구성된 계급 사회가 형성됩니다. 둘째로 잘사는 자와 못 사는 자의 계급적 차이가 대두되자, 성 역시 권력을 지닌 자에 의해서 장악됩니다. 권력을 지닌 몇몇 남자가 수많은 여자 노예를 사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구도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여성은 주로 가사를 돕고, 남성은 주로 재화 생산 및 재화의 관리에 몰두하게 됩니다. 남성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게 되자, 모권은 부권으로 바뀌게 됩니다.

 

교미혼의 제도는 급격한 속도로 (특히 여성에게 엄격한 정조를 요구하는) 일부일처제로 바뀌게 되지요. [이 시점은 정확하게 추론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기원전 6000년 정도일 것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일은 오로지 남성의 지배 구도 하에서 진행됩니다. 이로써 여성은 가정 내에서 거의 하녀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만약 경제적 단위로서의 시민주의 가족 구도가 해체되면, 다시 말해서 생산 수단이 공동으로 이행되고, 여성이 직접적으로 생산의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남존여비의 생활 방식은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남성이 강화되고, 여성이 무참하게 억압당한 다음에 나타나는 것은 엥겔스의 견해에 의하면 국가라고 합니다. 이 점을 밝히기 위해서 엥겔스는 그리스, 로마 그리고 독일의 역사의 출발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노동 역시 두 가지로 분화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농업과 수공업을 가리키는데, 엥겔스는 이를 “두 번째 거대한 노동의 분화”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서 수많은 노예들이 활용됩니다. 그래서 노예 계급이야 말로 고대 사회의 전형적 형태로 확정되게 되지요.

 

대량 생산은 사람들에게 대대적인 상품 교환의 필요성을 요구합니다. 이로써 형성된 것은 상인 계급, 돈 그리고 일반적으로 효용 가치를 지니고 있던 부동산, 투기꾼, 이자 등이 생겨나게 되지요. 그리하여 재화는 필요성에 의해서 생산되는 게 아니라, 교환 가치 때문에 무 작위적으로 생산되게 됩니다. 이것이야 말로 돈과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 체제의 신호탄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엥겔스는 차제에는 남녀가 성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평등하게 살아가야 하고, 또한 그렇게 살아가게 되리라고 역설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할 분담으로 이루어지는 전통적 가족제도가 해체되고, 남자와 여자 모두 공평하게 재화의 생산에 참여하는 사회 구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강제 노동이 없고, 더 이상 계급 차이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