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박설호: (2) 김상일의 "腦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

필자 (匹子) 2023. 4. 11. 09:45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두 가지 이질성을 아우르는 뇌량 그리고 한국의 고대 문화: 한국의 고대 문화는 좌뇌와 우뇌의 조화를 이루는 뇌량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그 까닭은 차축 시대 이전에 송화강 유역에서 풍요로운 홍산 문화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강대한 홍산 문화는 황하강 유역의 중국인들의 초라한 용산문화보다 1000년 앞선 문명으로서 강한 모계 사회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서양의 대부분 역사가들이 중국 송화강 유역의 용산문화를 고대 중국의 문화라고 단정 지은 까닭은 홍산 문화의 발굴 작업이 20세기 이후에 비로소 활발히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에 대한 대표적인 문헌 가운데에는 카를 야스퍼스의 『역사의 근원과 목표 Vom Ursprung und Ziel der Geschichte』(1949)가 있다. 사실 한반도에 존재했던 홍산 문화는 동서양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못했다. 홍산 문화의 흔적은 최근에 유물로 발굴되었고, 특히 무속 내지 미신의 요소로 인하여 극동 지역의 학계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재 신채호는 조선 상고사 연구를 통하여 한반도에 철학이 있기 전에 오직 무속밖에 없었다는 정설에 처음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고대에 선층의 문화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역설한 바 있다. 신도 (神道), 선도 (仙道), 낭도 (郎徒) 등은 모두 선층을 일컫는 말이다.

 

서양 문명은 기원전 2000년경의 시대에 좌뇌와 우뇌의 분열 그리고 세 단계의 뇌 층이 연쇄적인 충돌을 일으키고 말았다. 이는 남성신이 여성신을 살해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하늘의 남성신, 제우스 (그리스), 마르두크 (바빌로니아), 인드라 (인도)는 땅의 여성신, 타이폰 (그리스), 티아마트 (바빌로니아), 브리트라 (인도)를 잔인하게 살해했던 것이다. 서양의 문명은 한마디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살해의 역사에서 구축된 것이다.

 

6. 한국의 선 사상 그리고 수기연성의 단전: 재차 말하지만 한국의 고대 문화는 처음부터 좌뇌와 우뇌, 뇌의 세 가지 층을 조화롭게 포함하는 뇌량의 기능을 발전시켜 왔다. 한국의 선교는 신채호가 지적한 대로 특성상 도교와 매우 비슷하게 때문에 혼란스러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렇지만 선교의 특징에 해당하는 천선, 대국, 국선이라는 명칭은 도교가 유입되기 이전부터 한반도 그리고 만주 지역에 존재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단군이 활동한 시기로부터 1000여년 이후에 태동한 것이 도교였던 것이다. 신라의 화랑, 고구려의 조의선인, 백제의 대선은 모두 선교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사항은 최치원의 『난랑비서 (鸞郎碑序)』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문제는 삼국 시대 이후로 중국의 유, 불, 도의 사상이 제각기 신중하게 수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하여 한국 문화 속에서는 무 (巫) 그리고 선 (仙)의 특징이 사장되지 않은 채 전해내려 올 수 있었다. 특히 우리가 반드시 지적해야 하는 것은 한국적 선 사상 속에 자리하고 있는 내단 양생의 특징이다. 다시 말해 수련을 쌓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심리적 정신적 자양을 섭취한다는 사실 말이다. 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수기연성 (修己煉性)하는 능동적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자기언급과 반성적 의식으로서의 내단(内丹)이 필요하다.

 

단군 신화에서 호랑이가 마늘과 쑥으로 연명하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참지 못하고 동굴을 떠난 반면에, 곰이 끝까지 견뎌낸 사실은 한국인의 내면에 끈기와 혹독한 인내의 정신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려준다. 이 역시 내단의 전통과 관련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의 과정을 실천하며 살았던 사람으로서 우리는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 그리고 수운 최제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