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블로흐 연구자, 울산대 김진 교수의 책 『희망의 인문학』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문헌은 김진 교수의 정년퇴직 기념 문집으로 울산대 출판부에서 2021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저자는 희망의 여러 가지 특징 그리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갈망의 기대 정서를 동양과 서양에서 폭넓게 발견하려고 합니다. 저자의 시각은 개방적이면서도 광활합니다. 오랫동안의 독서와 사색이 이러한 결과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논의는 강의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으므로, 우리는 내용을 비교적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그리스신화의 희망 이해: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
저자는 시시포스 신화, 프로메테우스 신화 그리고 판도라 신화를 예로 들면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 자리하던 희망의 의미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2 유대인들이 갈구하는 희망의 정서
저자는 구약 성서에서 나타나는 창조의 이야기에서 유대인의 갈망을 추적합니다. 특히 이집트 탈출 이야기는 해방의 모티프를 분명하게 지적하며 이스라엘의 회복에 관한 계시를 암시해줍니다.
3 우리 민족은 무엇을 희망하였는가?
저자는 일연의 "삼국유사"에 언급된 단군신화를 예로 들면서 한 민족에 깃든 희망의 뿌리를 찾고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사학계가 무시하는 계연수의 "환단고기"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부도지』에 서술된 모성(母性)으로서의 마고(麻姑)에 관한 사항입니다.
4 칸트에게 나타난 희망이라는 사상적 모티프
이기주의적 인간은 잘 살아가고, 이타주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피해를 당합니다. 칸트는 왜 도덕적인 인간이 불행을 감수해야 하는가?하는 물음을 추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칸트는 최고선을 실현하기 위한 요청으로서 희망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5 희망은 좌절될 수 있는가?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철학
희망이 실현의 과정에서 좌절되는 것은 인간이 여전히 실현의 과정 속에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블로흐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자유와 평등의 실질적 가능성을 고찰하고 있습니다.
6 해방과 희망, 새로운 신학적 화두가 되다!
저자는 위르겐 몰트만이 수용한 희망의 신학 그리고 남미의 구티에레즈와 레오나르드 보프의 해방신학 그리고 1960년대 이후로 한국에서 퍼져나간 민중 신학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7 프로이트가 들려주는 친부살해 가설
프로이트는 정신 분석학 연구 외에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천착하면서, 모세와 종교 기원에 관한 문제를 추적한 바 있습니다. 바울 신학이 로마제국에 끼친 영향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8 의지와 욕망의 시대에 희망의 자리는 어디인가?
저자는 이 장에서 실존주의 철학의 문제점 그리고 방향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키르케고르의 철학적 신학,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철학 그리고 니체의 초인 사상과 낙천주의를 차례로 언급하면서, 이들에게 나타난 희망의 의미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9 한(恨)의 정서와 천주의 발견
한국인에게 한(恨)이란 정(情)의 자연스러움이 차단될 때 나타나는 감정일 것입니다. 한의 특성은 다산 정약용이 천주학과 처음 만날 때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자는 정약용 외에도 추사 김정희의 한(恨)을 역추적하고 있습니다.
10. 희망의 여러 모습들: 유토피아적 사유와 반-유토피아
유토피아는 반드시 긍정적인 찬란한 상만을 우리에게 안겨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상적으로 떠오른 가장 끔찍한 상 앞에서 전율을 느끼면서 무언가 배워 나갑니다. 그렇기에 희망의 습득은 가능하게 됩니다. 저자는 “습득한 희망 docta spes”을 “교학적 희망”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희망이 차례로 배워 나가는 정서라는 사실입니다.
11. 희망은 아직도 가능한가?
저자는 현대철학에서 학문의 위기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갈등은 각자의 세계관이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종교철학자, 셰플러의 논의를 개진하면서, 칸트 철학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12 인문학적 사유를 주도하는 ‘한국적인 것’의 힘
저자는 서양 철학 외에도 동양의 사상, 특히 한 사상을 매우 중요하게 수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고’와 ‘여와’ 이야기, 조선(朝鮮)과 한국(韓國)의 기원은 우리에게 놀라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분단의 이분법은 한 사상의 영향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필자는 김진 교수가 추적한 한 사상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환국과 고조선 시대는 한 민족에게 경탄할만한 놀라운 사항을 알려줍니다. 중국의 한자 역시 과거 동이족에 의해서 비롯된 것입니다. 당시 글자는 상형문자 (한자) 그리고 소리문자 (加臨土) 두 가지로 존재했음을 생각해 보세요. (단군세기에는 가림다(加臨多)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밖에 고조선의 왕들은 중국 본토에서 살던 소수민족이었던 한족(漢族)에게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민족이 갈구하던 기대감 그리고 희망의 정서는 본서의 제3장, 제9장 그리고 제12장에 서술되고 있습니다. 정독하면 한 사상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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