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를 소재로 하여 집필된 고대 작품은 아이스킬로스의 것밖에 없다. 대부분 작가들은 프로메테우스의 소재를 중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Ρρομήθευς δεσμότης)”의 집필 연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우스와 그의 자매들은 아버지 크로노스 그리고 타이탄들과 오랫동안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신들과도 계속 투쟁해야 했다. 이때 젊은 타이탄 가운데 하나인 프로메테우스는 처음에는 타이탄들을 편들다가, 나중에 자신의 입장을 바꾼다.
말하자면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파악하여 제우스의 승리를 예언하였던 것이다. 특히 그는 영리한 충고로 제우스의 환심을 산다. 문제는 경쟁자들을 재정리할 때 발생한다. 제우스는 인간들을 모조리 파멸시키려고 생각한다. 죽는 존재들은 신들에게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게 제우스의 생각이었다. 이때 프로메테우스는 다른 견해를 내세운다. 반신은 헤파이스토스에게서 불을 발려, 인간에게 전해 준다. 이때 인간은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어떻게 불을 사용하는가를 배운다. 프로메테우스의 비밀스러운 행위는 신의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이로써 반신은 형벌을 받게 되고, 극작품은 이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프롤로그 (1 - 127행)에서 헤파이스토스, 포리 “크라토스 (힘)”와 “비아 (강요)”는 주인공을 북쪽의 가장 황량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그들은 제우스의 부탁대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프로메테우스를 절벽에 꽁꽁 묶어둔다. 대화 (1 - 87행)에서 크라토스는 끔찍한 형벌을 수행하게 된 데 대해 내심 기쁘게 생각하며, 포리로서의 일을 매끄럽게 추진한다. 이에 비해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 대해 내적으로 연민의 정을 느낀다. 프로메테우스는 혼자 암벽에 묶인 채 쓰라린 탄식을 터뜨린다. 인간을 위해 행한 그의 행위가 이토록 자신에게 고통을 가할지 몰랐던 것이다. (88 - 127행). 망치 소리에 이끌린 오케아노스 그리고 50명의 딸들은 극작품 내에서 노래하며, 주인공에게 동정심을 표한다. 제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신들도 프로메테우스에 대해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 (128 - 192행).
첫 번째 단락 (193 - 283행)에서 합창을 주도하는 여인은 주인공의 고달픈 숙명을 노래한다. 그녀는 주인공이 무엇으로 인하여 그렇게 끔찍한 고문을 당해야 하는가 하고 묻는다. 이로써 신의 투쟁의 과정, 제우스의 강제 정치 등의 이야기가 이어지게 된다. 합창으로 인하여 장면이 전환된다. 오케아노스는 고독하게 참회하고 있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다가간다. (두 번째 단락 284 - 396행). 오케아노스 역시 타이탄으로서 제우스의 새로운 지배를 영리하게 즉시 간파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제우스를 찾아가서 자비를 베풀라고 권유할 생각이라고 주인공에게 말한다. 그렇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어떠한 타협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괜히 긁어서 제우스의 비위를 건드려 당하게 되느니,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다음의 막간극 (436 - 525행)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오랫동안 자신의 입장을 변호한다. 그는 인간의 비참한 삶에 동정심을 느끼고 그들의 존재를 더 낫게 해주려고 했다고 한다. 즉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이 불을 다루는 법을 배움으로써 스스로 문화와 문명을 건설하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이로써 인간들은 시간을 계산하고, 수와 문자를 터득하며, 동물을 길들여 농사에 활용하게 되고, 선박을 만들어 항해할 수 있었으며, 의술을 발전시키고, 모든 종류의 예언의 능력을 키우게 되고, 심지어는 광산 속에서 금속을 파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 단락의 마지막 대목에서 (526 - 561행) 암소 뿔 달린 어느 여인이 광기에 사로잡힌 채 무대 위로 떨어진다. 그미는 이오 (Io)였다. 이오는 헤라를 섬기는 무녀였는데, 너무도 아름다워, 제우스의 탐욕의 노리개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제우스신은 이오의 꿈속까지 찾아와서 집요하게 구애했던 것이다. 그러자 헤라는 그미를 암소로 변모시켜 보호해 주었다. 헤라는 백 개의 눈을 지닌 괴물 아르고스로 하여금 그미를 지키라고 명령했지만, 끝내 괴물은 죽음을 당한다. 그 후에 이오는 제우스에 의해서 쫓기는 운명을 감내해야 한다. (오비디우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오를 암소로 변하게 한 자는 제우스였다. 제우스는 이오와 정을 통한 뒤 헤라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그미를 암소로 변모시킨다.) 이로써 이오는 어떤 추적 망상증에 시달리게 된다. (562 - 608행).
이오에 관한 이야기는 작품의 세 번째 단락에 담겨 잇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예언 능력을 동원하여 불행한 여인, 이오를 돕는다. 즉 프로메테우스는 “니델타로 가면, 이오는 그곳에서 지금까지 이어온 모든 시련을 끝낼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제우스신은 그곳에서 이오를 만나, 그미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이오는 제우스의 아들을 임신하여, 나중에 에파포스 (Epaphos)를 낳는다. 먼 훗날 에파포스의 후예인 헤라클레스는 프로메테우스의 사슬을 풀어주며,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던 반신을 해방시킨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후예로 하여금 자신을 도와주었던 프로메테우스의 은혜를 갚은 자는 바로 이오였던 것이다. (669 - 886행).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어머니인 여신 테미스 신으로부터 놀라운 예견의 능력을 배웠던 것이다. 그는 이오에게 자신의 예언을 전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항만은 남겨둔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제우스에 관한 것이었다. 제우스신은 언젠가 어느 여인과 살을 섞어서 아들을 낳는데, 그 아들은 제우스보다도 더 막강한 능력을 지녀, 아버지를 물리칠 것이라는 게 바로 그 예언이었다.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를 물리치고 모든 권능을 쥐었듯이, 아들 역시 제우스를 물리지고, 아버지의 권좌에 앉는다는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이오에게 이 사실을 전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내적 희망 때문이었다. 즉 신의 비밀을 끝까지 감추면, 충직함에 감복한 제우스신은 어쩌면 자신을 풀어 줄지 모른다고 프로메테우스는 생각했다. 실제로 자신의 운명은 제우스신의 손에 달려 있지 않는가? (755 - 770행).
이오가 정신 착란 증세를 일으킨 채 땅 아래로 추락하자, 프로메테우스의 눈앞에 어떤 환영이 비친다. 그것은 제우스 이후의 통치자의 상이었다. 세계의 새로운 지배자는 프로메테우스의 환영 속에 나타나, 아버지인 제우스를 지하 세계로 추락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907 - 927행) 소식과 전달의 신, 헤르메스는 제우스를 위하여 이오와의 비밀스러운 결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하여 니델타로 찾아온다. 그렇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아무 것도 발설하지 않는다. 더욱 커다란 고문을 가해도 그는 이를 감수할 뿐,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928 - 1039행). 이때 대양의 요정들은 합창으로 주인공의 운명을 거룩하게 노래한다. 프로메테우스는 거대하게 퍼지는 천재지변 속에서 정신을 잃는다. 요정들은 주인공의 몰락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용기에 존경심을 표한다.
아이스킬로스는 (오늘날 전해지지 않는) “해방된 프로메테우스 (Ρρομήθευς λυμενος)”를 집필했다고 한다. 따라서 본 작품은 프로메테우스를 소재로 한 작품의 속편이다. 이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 언덕에 다시 묶여 있다. 주인공은 새들에 의해 뜯어 먹히는 간의 아픔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활을 쏘아 간을 뜯어먹는 독수리를 죽인다. 이로써 이전 작품에 씌어진 예견은 실현된다. 뒤이어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만나, 제우스의 비밀스러운 운명을 들려준다.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는 서로 화해한다. 제우스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노여움을 푼다. 그는 지하에 갇혀 있던 아버지, 크로노스와 화해하고 타이탄들을 풀어준다. 제우스의 온화한 태도는 작품의 서두에 이미 묘사되어 있다.
이에 비하면 다른 극작품 “불을 전하는 프로메테우스 (Ρρομήθευς πυρφόρος)”의 작품 뿐 아니라, 내용조차도 오늘날 전해지지 않는다. 그저 맨 처음에 불을 훔치는 이야기 나중에 아티스의 횃불 축제가 묘사된다는 사실만이 전해질 뿐이다.
한국 연구 문헌
양시내: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변이와 비극의 변형, 아이스퀼로스의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의 분석적 고찰, in: 독일 언어문학, 101권, 2023, 1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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