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5. 젊은 날의 사랑, 질투 그리고 죽음: 두 번째 장편소설, 『언덕 위의 악마Il diabolo sulle colline』는 1948년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학생 세 명입니다. 생기 넘치고 세상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최하는 도시 청년, “피에레토”, 시골 출신의 수줍은 청년, “오레스트” 그리고 “나”입니다. 작품은 화자인 “나”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세 청년은 야밤을 이용하여 토리노 근교의 작은 산을 거닙니다. 그들은 오레스트의 친구, “폴리”를 찾아갑니다. 폴리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한 게 없는 청년입니다. 그는 방탕하게 살면서 술과 코카인에 빠져들지만, 완전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우울한 영혼입니다. 다음날 네 명의 사내는 함께 흥청망청 소일합니다.
이때 그들은 “로잘바”라는, 나이든 여성과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짐작하건대 “로잘바”는 폴리와 연인관계에 있었는데, 최근에 폴리가 더 이상 그미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네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멋진 장관을 즐기다가 세련된 식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네 명의 젊은이들은 식사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는데, 특히 폴리와 피에레토는 서로 담소를 나눕니다. 이때 놀라운 사건이 발생합니다. 로잘바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총을 꺼내서 폴리에게 발사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이야기지만, 폴리는 로잘바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치렀던 것입니다. 폴리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중상을 입습니다.
6. 유럽인들에게는 성도덕이 없는가? 폴리의 아버지가 급히 찾아와서 그를 치료한 다음에 휴양지 병원으로 보냅니다. 세 명의 대학생들은 황당한 사건에 놀라 뿔뿔이 흩어집니다. 몇 주 지나서 그들은 시골에 있는 오레스트의 부모님을 방문합니다. 그곳에서 먹고 마시며 놀다가 일광욕을 즐깁니다. 그들은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시골에서의 삶에 관해 한담을 나눕니다. 이때 그들은 로잘바가 음독자살했다는 소문을 접합니다. 그밖에 마을 사람들은 폴리가 근처에 머물고 있다고 알려줍니다. 그래서 피에레토, 오레스트 그리고 “나”는 폴리의 집을 방문합니다. 폴리는 상처를 치료한 다음 건강을 되찾았는데,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들은 폴리의 아내인 가브리엘라와 안면을 익힙니다. 이후에도 그들은 폴리의 집을 찾아가서 마음껏 술 파티를 즐깁니다.
오레스트는 폴리의 아내, 가브리엘라에게 연정을 느끼고 그미의 손을 잡습니다. 가브리엘라 역시 오레스트를 밀치지 않고 화장실에 가서 그와 포옹합니다. 문제는 폴리가 곁눈질을 통해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주인공 “나”는 이러한 미묘한 갈등 때문에 친구 관계가 파탄이 날까 전전긍긍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매끄럽게 해명되려고 할 즈음에 밀라노에서 폴리의 친구들이 두 대의 자동차를 몰고 찾아옵니다. 그날 밤 많은 사람이 뒤섞인 채 술을 마시고 코카인을 복용합니다. 다음날 밀라노의 친구들이 떠난 다음에 폴리는 피를 토합니다. 몸속에 잠복해 있던 폐결핵 증상이 도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폴리의 아버지가 찾아와서 아들을 데리고 다시 요양원으로 데리고 갑니다. 소설은 세 명의 청년들이 가브리엘라와 작별을 고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7. 소통의 부재, 자연 그리고 냉혹함: 소설의 핵심은 젊은이들의 여러 가지 다양한 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폴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나”는 로잘바의 총격 사건 그리고 그미의 음독자살 등을 간접적으로 유추하게 됩니다. 이들의 대화는 체자레 파베세가 자신의 일기에서 기술한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작가는 1935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일기를 썼는데, 이 문헌은 『삶의 수공 제품. 일기 1935 – 1950 Il mestiere de vivire. Diario 1935 – 1950』이라는 제목으로 1952년 토리노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등장인물의 대화는 자연 그리고 자연에 관한 고대의 신화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시골에서의 시골의 “진정한 삶”에 찬탄하며, 고대의 자연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인위적 요소가 사라진 고대의 자연은 인간에게 무위와 평화를 선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베르길리우스의 『농경 시 Georgica』의 특징과 무척 흡사합니다.
폴리는 대화 도중에 종교적 실존에 관한 철학적 내용을 발설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벌거벗은 몸이야. 인간 삶 자체에 결함과 죄악이 가득하거든.” 그렇지만 대화는 어떠한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아무런 결론 없이 차단된다는 점에서 개방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제각기 다른 인성이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놀라운 것은 폴 리가 사랑의 삶에서 폴리가 무책임하게 행동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로잘바의 자살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습니다. 그의 경박한 삶의 방식은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어떤 여자도 코카인 한 줌만큼 귀하지 않아.”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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