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11. 비극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알피에리는 이탈리아의 낭만주의 그리고 신고전주의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작가이지만, 특히 「미라」는 고전적인 연극 구조를 전혀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은 -에우리피데스Euripides 그리고 라신느Racine가 집필한 파이드라 드라마에서 묘사된 바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즉 신의 뜻을 거부하는 인간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주제 말입니다.
사실 파이드라는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서 영웅 테세우스의 두 번째 부인이 되는 여성입니다. 그미는 테세우스의 아들 히폴리토스를 사랑하게 됩니다. 이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농간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히폴리토스가 자신의 사랑에 응하지 않자, 격노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때 파이드라는 유서에다 거짓을 전합니다. 유서에는 “히폴리토스가 계모인 자신의 성을 탐하려고 해서 이를 감내하지 못해서 목숨을 끊는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테세우스는 죽을 때까지 아들을 증오합니다. 그런데 미라의 작품에는 신의 계략과 농간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작품에는 신화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라의 사랑은 그 자체 순수하고 고결합니다.
12. 미라는 내면의 감정 그리고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철저히 감추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발설합니다. 알피에리는 여주인공 미라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신화적 차원에서 다룬 게 아니라, 인간관계라는 사회적 상황에서 비롯한 심리적 갈등의 차원에서 고찰하려고 했습니다. 자고로 호모 아만스는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할 수 없는 내면적이고 외부 현실의 여러 가지 정황 때문에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방황합니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이 강해지고, 방황의 정도가 극심해질 때 인간 동물의 영혼은 심리적인 질병을 앓게 됩니다. 가령 동물들이 심리적 질병에 시달리지 않는 까닭은 본능에 위배하게 행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대에 이르러 노이로제라는 증상으로 이를 분명하게 구명한 사람은 프로이트였습니다.
참고 문헌
-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신과 인간 1, 세창 출판사 2022.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이종인 역, 열린책들 2018.
- 장지연: 알피에리의 비극 「사울」과 「미라」에 나타난 새로운 인간의 이상, 아탈리아문학 2012, 125 – 157.
- 최정윤: 알피에리의 자서전에 나타난 기억 서술 방식과 정체성, in: 인문학 연구 129, 충남대학교 인문학 연구소, 2022, 235 – 256.
- Alfieri, Vittorio. Agamennone. Mirra. Introduzione e note di Vittore Branca. Fabbri editori, Milano 1995.
- Bowring, Edgar Alfred (hrsg.): The Tragedies of Vittorio Alfieri Vol. 1, WILDSIDE PR 2010.
- Giorgio Viti: Scrittri e Societa, Messina-Firenze 1992.
- Jens, Walter (hrsg.): Kindlers neues Literaturlexikon, München 2002.
- Winkler, Daniel: Körper, Revolution, Nation: Vittorio Alfieri und das republikanische Tragödienprojekt der Sattelzeit, Fink: Paderbor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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