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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2) 되블린의 'November 1918'

필자 (匹子) 2024. 11. 14. 07:24

(앞에서 계속됩니다.)

 

6. 1918년 소련 혁명이 발발한 뒤에 나타난 세 가지 세력: 유럽 전역에는 혁명에 대한 열광과 기대감 그리고 이에 대한 전율이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제1권에 해당하는 『1918년 시민과 군인들』은 1918년 알자스 지방의 혁명 초기의 분위기를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알자스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권력 사이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고유한 정체성을 상실한 지역입니다. 되블린은 노동자, 군인, 장교 그리고 토착 시민의 관점에서 전후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혁명 전야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장의 장소는 베를린으로 이전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전개되는 소요 사태 등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작가는 1918년 이후의 독일 수도에서 출현한 정치적 혼란을 중점적으로 묘사합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세력이 암약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카셀 지역에서 나타난 힌덴부르크Hindenburg 그리고 그뢰너Groener가 이끄는 독일 반동적 군인 세력입니다. 두 번째 그룹은 프리드리히 에버트Friedrich Ebert가 이끄는 사민당 그리고 좌파 정당 사람들로 구성된 임시 정부 세력입니다. “인민에 의해 구성된 평의회”가 이들 세력이지요. 세 번째는 카를 리프크네히트Karl Liebknecht가 이끄는 스파르타쿠스 세력입니다. 스파르타쿠스 세력은 러시아 혁명을 모범으로 삼아서 독일 혁명을 이룩하려는 볼세비키 구릅을 가리킵니다.

 

7. 혁명 세력, 스타르타쿠스는 우익 의용군Freicorps에게 패배하다: 프로이센의 초대 대통령인 프리드리히 에버트는 비밀리에 힌덴부르크 군인 세력과 결탁하여 인민을 제압하려고 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세력들은 올바른 혁명을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넘치게 토론을 벌입니다. 이러한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스파르타쿠스 대원인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 카를 리프크네히트Karl Liebknecht 그리고 소련에서 파견된 카를 라덱Karl Radek 등이었습니다.

 

어느 결정적인 순간 로자 룩셈부르크는 정책의 실천에 있어서 실수를 범하게 되고, 암살당하고 맙니다. 이로써 무장한 인민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지도 세력이 사라져버립니다. 독일은 혁명을 성공리에 이룩할 기회를 산실하고 맙니다. 스파르타쿠스 대원들은 있는 힘을 다해서 게오르크 메르커Georg Maercker 그리고 구스타프 노스케Gustav Noske 등이 이끄는 의용군들에 대항하여 격렬하게 투쟁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처참하게 유린당함으로써 패배를 맞이합니다. 작가 되블린은 이 모든 사항을 때로는 아이러니하게, 때로는 페이소스를 가미하여 냉정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8. 세 명의 주인공: 소설은 상기한 역사적 배경에 상응하게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양하게 빠져드는 주인공들의 삶의 역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세 사람, 프리드리히 베커, 에어빈 슈타우퍼 그리고 로자 룩셈부르크입니다. 작가는 제2권에서 베커의 삶의 궤적을 다루고 있으며, 제3권에서 슈타우퍼의 파란만장한 삶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제4권은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각기 혁명과 직결되지 않는, 마치 부활과 같은, 어떤 재탄생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베커는 중상을 입고 거의 죽을 뻔하다가, 살아남아서 기독교로 개종합니다.

 

에어빈 슈타우퍼는 삶의 위기감으로 인해 알코올 중독에 빠졌는데, 거의 죽음 직전에 목숨을 되찾습니다. 뒤이어 그는 20년 전에 헤어졌던 사랑하는 여인과 재회하게 됩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감옥에서 심리적 환각 상태에서 이미 사망한 연인과 하나의 몸이 되는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로자의 연인은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그만 일찍 유명을 달리한 바 있었습니다. 세명의 등장인물은 작가가 세상을 정확히 바라보기 위한 세 가지 관측기구와 같습니다. 이들은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실험을 위한 전형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혁명의 전환기에서 제각기 합법적인 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나아가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전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9. 프리드리히 베커의 기독교 신앙: 프리드리히 베커는 영관급의 장교인데, 전쟁에 참여한 다음에 심한 부상을 당해서 알자스 지방의 야전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그의 곁에는 자신의 부하이자 친구인 마우스 중위가 누워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야전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힐데를 사랑합니다. 베커는 몸도 아프지만, 마음 또한 정상이 아닙니다. 그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간간이 자살 충동에 시달립니다. 전쟁의 끔찍함이 그의 마음에 사탄을 등장시켜 혼란스럽게 했던 것입니다.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순결한 기독교 신앙이었습니다. 비몽사몽의 상태에서 베커는 중세 후기의 신비주의자, 요한네스 타울러를 만납니다. 신비주의자는 고통스러운 환자를 편한 마음으로 천국으로 인도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요한네스 타울러의 상이며, 이로 인한 자기 자신의 각성이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의 모티프는 어떠면 키르케고르의 사상에서 발견해낸 것인지 모릅니다. 마우스 중위는 철저히 친구를 배신합니다. 그는 힐데와 결혼한 다음에 보수 의용군 세력에 자진하여 가담합니다. 베커는 베를린으로 돌아와서, 어머님의 보살핌을 받습니다. 베를린에서도 그의 우울증은 차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애인 힐데는 베를린으로 달려와서, 주인공이 자살하기 직전에 그를 구원합니다. 그렇지만 베커의 마음을 진정으로 달래준 것은 그미의 사랑이 아니라, 성서의 연구였습니다.

 

10. 에어빈 슈타우퍼의 사적인 행복 추구: 에어빈 슈타우퍼는 시인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철저하게 반정치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사적인 사랑의 삶에 침잠하려고 합니다. 그 역시 간간이 광증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슈타우퍼는 우연한 기회에 약 20년 전에 사랑했던 연인, 루시의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주위에는 전쟁의 폐허가 즐비하고,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슈타우퍼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며 루시의 행방을 찾아다닙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아음 속에 하나의 이성적 여인으로 각인되었던 그미를 발견합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절망적인 삶의 환경에서 기쁨을 나누면서 함께 살기로 작심합니다. 두 사람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과 마주칩니다. 이들에게는 결함도 많고 인간적인 나약함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인간적 약점과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평범한 시민의 삶을 선택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