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박설호: (4) '시 작품은 상처 치유의 연고다.'

필자 (匹子) 2024. 9. 7. 10:26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나오는 말씀

 

凸: 결론을 요약해주시겠습니까?

凹: 두 가지만 말씀드리지요. 첫째로 앞에서 거론한 작품들의 배경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남성중심의 사회”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인간의 오욕칠정은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여성들은 지금까지 가부장주의로 강화된 관습과 도덕 때문에 이를 표현할 수도 실천할 수도 없었습니다.

凸: 가부장주의가 문제로군요.

凹: 네, 사랑의 삶에서 여성이 차별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유부남이 바람을 피우면, 아내에게 죄를 짓지만, 유부녀가 바람을 피우면, 남편과 자식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오늘날에도 많아요. 이러한 생각 자체에 여성 차별이 뿌리 내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학은 역설적으로 어떤 장애물을 필요로 합니다. 구태의연한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이 그것이지요. 21세기에 발표되는 최근 작품에는 노골적인 성 묘사를 담는데도, 독자에게 무미건조함을 가져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凸: 사랑의 이야기는 연인을 갈라놓게 하는 장애물 때문에 위대하게 표현됩니다.

凹: 옳아요. 울라 한 (Ulla Hahn, 1946 - )의 시 「고상한 소네트」를 읽으면, 거기에는 어떠한 사회적 장애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해방된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성을 향유하고, 파트너의 선택 내지 거부의 권한을 지니고 있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명작의 탄생을 위해서 과거의 억압 구도를 용인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凸: 재미있는 말씀이로군요. 두 번째 사항은 무엇입니까?

凹: 앞에서 우리가 분석한 시작품은 인간 삶과 역사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고찰하게 해줍니다. 지금까지 주로 백인 남성들은 전쟁 그리고 자본주의의 횡포로써, 부녀자들을 끊임없이 착취하고 괴롭혀 왔습니다. 가부장주의는 기원전 3000년 전에 비극적으로 생겨났지요, “감성”, “감각” 그리고 “여성성” 등은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오성, 기술적 진보 그리고 남성중심주의 등으로 대치되었습니다.

凸: 서구의 남성들이 저지른 폭력은 전쟁을 심화시키고, 21세기에 이르러 기후 위기까지 초래했지요?

凹: 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흙의 권리 그리고 여성성의 권리를 되찾는 일입니다. 이러한 과업은 “세계영혼”, “자연 주체” 등의 생명 사상적 가치를 되살리려는 예술적 철학적 작업을 통해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심도 있게 논의하도록 하지요.

 

凸: 알겠습니다. 문학의 피맺힌 호소는 어쩌면 역설적으로 핍박당하는 인간, 특히 여성들의 쓰라림 그리고 굴종에서 더욱더 찬란하게 드러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카롤리네 셸링Caroline Schelling은 다음과 같이 말했지요. “시작품은 삶의 응어리를 치유하는 발삼”이라고 말입니다. 마치 연(蓮)이 진흙탕과 같은 삶 속에서 자양을 얻어 찬란한 꽃으로 만개하듯이, 사랑의 자유는 고통과 억압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