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5) 여인들의 브레히트, 사랑의 슬픔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마리안네 초프 (1893 = 1984)

 

여자: 마리안네 초프는 브레히트의 첫 부인이었지요?

남자: 네, 1893년 오스트리아 빈 근처에서 군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미는 뛰어난 외모를 갖추고 노래를 잘 불러서, 뮌헨에서 오페라 가수로 성공하려 랬지요. 1919년 9월 초프는 오페라 「카르멘」에서 집시 소녀, 메르세데스 역을 맡아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궁핍하게 살던 그미는 뮌헨의 출판업자, 오스카 카밀루스 레히트Oskar Camillus Recht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습니다.

 

여자: 브레히트는 1919년에 아우크스부르크 시립 극장에서 초프를 처음으로 만났지요?

남자: 아닙니다. 1920년 2월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 브레히트는 황급히 분장실로 뛰어 들어가, 그미의 미모와 연기를 극찬하면서, 애인이 되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Knopf: 20). 초프는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으나, 브레히트의 솔직함과 유연한 태도에 반했다고 합니다.

여자: 초프는 남자관계에서 맺고 끊음이 불분명한 편이었나요?

남자: 네, 그미는 레히트의 청혼을 받아들여, 1921년 4월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초프는 결혼한 뒤에도 브레히트와 이따금 만나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여자: 유부녀가 그래도 되나요?

남자: 어느 날 레히트는 이를 브레히트와의 관계를 물었습니다. 초프는 사실대로 털어놓으면서, 브레히트와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이때 레히트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그미를 심하게 폭행했다고 합니다.

여자: 초프는 브레히트의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술회했습니다. “브레히트는 자신이 다른 여자와 동침해도 내가 화내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정조 지킬 것을 요구했어요. 그것은 모든 남자가 바라는 결혼의 정조에 대한 요청이었습니다.” (Kebir 1989: 135).

 

남자: 1921년에 초프는 레히트와 이혼합니다. 1922년 초프가 두 번째로 임신하게 되자 더 이상 낙태를 강권할 수는 없었습니다. 브레히트는 1922년 11월 3일에 어쩔 수 없이 초프와 혼인해야 했는데, 결혼식의 증인 가운데 한 사람은 리온 포이히트방거였습니다. 1923년 3월 2일 딸, 한네가 뮌헨 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여자: 초프는 씀씀이가 헤픈 여성이었나요?

남자: 그런 것 같습니다. 초프와의 결혼 생활은 브레히트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1923년 여름 브레히트가 베를린에서 헬레네 바이겔과 안면을 익히게 된다. 그미의 너그럽고 대범한 성격이 브레히트의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1924년 초에 바이겔은 브레히트의 아기를 임신합니다.

 

여자: 브레히트와 초프는 오래 해로할 인연이 아니었나 봅니다.

남자: 네, 초프는 1925년에 10살 연하의 배우, 테오 링겐Theo Lingen을 사귀게 됩니다. 링겐은 자상한 남자였고, 초프의 딸, 한네를 각별하게 대해주었습니다. 1926년 4월 브레히트는 법원에 이혼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초프와의 6년 동안의 결혼 생활은 거친 황홀과 일상의 갈등으로 이어지다가 종언을 고합니다.

 

여자: 초프는 이훈 후에 어떻게 살았지요?

남자: 1928년 11월 마리안네 초프는 테오 링겐과 세 번째로 결혼합니다. 테오 링겐은 나치 시대에 놀라운 희극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켰는데,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역시 그의 연기에 찬탄을 금치 않았습니다. 초프는 어머니로부터 유대인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테오 링겐의 도움으로 강제수용소에 끌려가지 않았습니다. 먼 훗날, 그러니까 약 20년 후에 브레히트는 마리안네 초프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냅니다. 여기에는 브레히트가 암머 호숫가에 있는 우팅의 시골집을 그미의 소유로 이전하는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