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a 문학 치료

서로박: (3) 문학 치료 강의 요약문

필자 (匹子) 2024. 2. 19. 19:14

 

수용적 문학치료는 동류 요법(Iso-principle)을 이용한다. 이 치유법은 동종요법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독서에도 적용되는데, 이 말은 처음에는 음악치료에서 유래된 것이다.  수용적 음악치료에서는 일반적으로 우울한 사람에게 록 음악 같은 밝은 음악 대신에 스메타나의 <몰다우> 같은 약간 장중한 느낌의 음악을 들려준다. 보통 우리 생각으로는 우울한 사람에게 즐거운 노래를 들려주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기분이 우울한 친구에게 “야, 기분 풀어.” 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해도 그 친구는 겉으로나, 혹은 말로는 받아들이면서도 우울한 기분이 지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친구의 우울한 기분을 공감해 준다면 그 친구는 더 쉽게 우울한 분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첫째로 우울한 사람과 우울하지 않은 록 음악의 대비가 클수록, 음악의 조성이 유쾌할수록 우울한 사람은 오히려 깊은 상처로 빠져든다. 둘째로 내가 우울할 때 떠들고 노는 인간만큼 불쾌하게 여겨지는 것은 없다. 이것은 지하실에서 고문을 받는 사람에게 건물의 기둥이 너무나 단단히 느껴지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셋째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나도 우울해. 날 봐라, 완전히 심한 곱슬머리에다 B형에다 장남이야. 누가 나와 결혼하겠어. 나도 외로워. 그러니까 우울한 사람끼리 풀어보자.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은 대화의 문을 열 것이다. 다시 말해서 치료사 역시 환자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게 되면 환자는 치료사에 대한 저항의 감정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수용적 문학치료, 즉 독서에서도 같은 경우로 적용되는데, 우울한 사람이 독서를 할 때는 그 사람의 정서와 유사한 문학이 좋다. 하지만 유사한 정서라고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뭉크의 「절규」같이 너무 음산한 그림은 좋지 않다. 이 경우 오히려 환자 혹은 독자를 훨씬 심한 불안으로 몰아갈 수 있다. 우울한 사람에게는 모든 글이 우울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독자 혹은 참여자들은 자신의 정서와 유사한 분위기의 그림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치료사나 상담자가 옆에서 그가 원하는 그림을 찾게 도와주듯이, 문학 또한 그가 원하는 것을 같이 찾아서 읽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책이어야 하는 이유는 그 매개에서 비로소 자신의 내밀한 세계로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책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책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를테면 책 속에서 만나는 작가 이외에도 독서토론회에서 사람을 조우할 수 있다. 치료에서도 마찬가지로, 치료사와 환자 내지 참여자는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보다는 책을 통하면 훨씬 쉽게 만날 수 있다. 책은 좋은 매개물이며, 마치 아이들이 책이나 인형이나 장난감으로 같이 놀고 소통하듯이, 침묵하고 골방에만 있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전혀 대화를 하지 않던 사람이, 정신병원이나 교도소에서 혼자 갇혀 있던 사람이 책을 통해 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치료사와 환자는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때 선택되는 책은 “나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느껴지는 것이면 가장 무난하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나오는 딸들에 대한 부왕의 차별 대우와 오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이야기할 수 있다. 또 영화 ‘아메리칸 크라임’ 에서는 고통받는 소녀가 자신의 아픔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읽기와 읽어주기

책을 읽어 줄 때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촛불을 켜 두고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책의 내용 뿐 아니라, 그때의 따뜻한 분위기를 기억하게 된다. 이것은 책의 내용보다는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점은 문학치료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며, 분위기를 만들려면 혼자 책읽기가 아니라, 책을 읽어 줄 때와 같은 연출이 필요하게 된다. 책을 읽는 공간은 안온하고 포근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조기교육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가정을 방문해서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이나 독서지도사가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외부인이 읽어주는 책과 부모가 읽어 주는 책의 차이점은 아이에게 신뢰를 준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을 가진다. 가령, 잔인한 내용의 경우 아이는 어머니가 읽어 줄 때는 신뢰를 가지지만, 다른 사람이 읽어 줄 때는 불안해 할 수 있다.

 

책 읽는 중요한 포인트

1. 활력을 주는 내용: 우울증 환자는 부정적인 면만 보기 때문에, 긍정적인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끌어가도록 하는 것이 좋음. 환자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선택하여 읽도록 해야 효과가 있음.

2.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을 고르는 것: 무언가를 읽으라고 하지 말고 환자가 관심 있는 것, 대화가 될 수 있는 것을 고르도록 해야 한다. 참여자의 개성, 습관, 문제(어떤 문제를 가졌는가)에 따라 책을 선택해야 한다..

 

수용적 문학치료의 과정

정동장애 우울증의 경우: 정동장애란 기분이 너무 좋거나 우울한 증상을 보이며 감정에 기본적인 장애가 있다. 일정시적으로 우울하거나 들뜬 기분을 느끼는데, 각각 단독으로 느끼기도 하고 두 가지 상반된 기분을 일정한 기간을 두고 번갈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기분 변화는 외부적인 자극 없이도 일어난다. 한 가지 형태로만 오는 경우를 단극성 장애라고 하고, 두 가지가 번갈아 오는 것을 양극성 장애라고 한다. 또 우울해지는 경우를 우울증이라고 하고, 들뜨는 경우를 조증이라고 한다. 유년 시절의 거부나 모욕감으로 인해 이성 친구에 대한 불안이나 우울, 적개심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로 인해 파생된 불안감, 분노, 애증의 원인을 문학작품을 통해 이해하고 진단하고 해소할 수 있는 치료의 과정을 살펴보자.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의 작품을 예로 들면 이 소설에서 일인칭 화자인 나는 어린 시절에 거절의 고통을 당할 때마다 좀머 씨가 나타나 구해 주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좀머 씨 이야기』 에는 좀머씨로 인해 고통에서 벗어나는 여러 에피소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롤리나 퀵켈만에 관한 이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있지,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게.’ 이다. 그 순간 화자는 흥분한다. 너무나도 꿈같은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이후 그날 하루 종일, 그 주일 내내 화자의 귓가에는 그 말만이 들려왔고’, 그 말은 너무나 달콤하게 들렸다. 이 부분을 읽으면 (구두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이런 경우가 누구에나 일어나고 일어났던 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행복한 순간은 헤어진 사건에 침식당해 마음속 어디엔가 억압되어있거나 화해 조정을 받지 못한 채 망각되어있다. 우리는 얼마든지 개인적인 행복의 감정이나 행복의 순간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다음 글을 읽어보자. 『연금술사』에나오는 대목이다. p.61

 

독서하는 인간의 심리적 변화과정은 은유화의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는 그것과 나를 병치하여 은유적 관계를 형성시킨다. 이때 카롤리나와의 관계를 통해, 그리고 카롤리나에 대한 실망을 통해 자신의 유사한 경험을 떠올려 은유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자세히 접하면 거절로 인한 적개심 뒤에는 더 큰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롤리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행복의 비밀을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신의 심리적 괴로움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얻게 하는 것이 바로 치료의 목표며, 그 치료의 힘이 바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통합 또는 치유의 가능성

 

일방적으로 누군가로부터 거절당하거나 거기에다가 수치심까지 느끼게 된다면, 우리는 그 고통의 느낌과 결부된 기억을 마음속 깊이 감추게 된다. (트라우마에 관한 구체적인 예는?) 이때 거절을 당한 당사자는 그 기억에 관련된 정서적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이야기에서 빠져나가도록 억압한다. 이럴 경우에는 거절에서 배우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불쾌감과 불안감을 나타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의 예문들을 통해 거절당한 좋지 못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여 정상화하는 힘을 얻게 된다. 우리들이 살면서 거절당해본적 있는 것들을 이 이야기 속에서 재발견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이야기와 자기 인생이 통합되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자신의 과거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하게 된다. 말하자면 과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서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거절당했던 기억의 피해자가 아닌 그 거절을 제어할 수 있는 지배자가 된다. 게다가 특정한 글을 통해 거절한 사람의 고통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뉴욕 대학교 부속 병원 재활센터의 입구 벽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고 한다. p.64 미국 뉴욕 대학에 새겨진 시

 

큰일을 이루기 위해 힘을 달라고 하나님에게 기도했더니, 겸손을 배우라고 연약함을 주셨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건강을 구했더니,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병을 주셨다. 행복해지고 싶어 부유함을 구했더니, 지혜로워지라고 가난을 주셨다. 세상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자 성공을 구했더니, 하나님은 뽐내지 말라고 실패를 주셨다. 삶을 누릴 수 있게 모든 것을 가지게 해달라고 구했더니,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삶 자체를 주셨다. 구한 것 하나도 들어주시지 않았지만, 내 소원 모두 귀 기울여 주셨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못하는 삶이었지만, 마음속에 담은 소원을 모두 경청해주셨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이다.

 

앞의 시 작품은 거절된 것을 축복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내면의 고백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게 하는 대단한 인식의 과정으로 여겨야 한다. 하지만 이런 우울함의 정서, 이를테면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책만 읽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치료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치료사의 개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세요. 치료사는 간섭하는 자이어서는 안 되고, 함께 고뇌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치료사와 함께 스스로 치료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내가 우울하기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우울한 마음 때문에 내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밖에 현재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통합시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이전의 내 현재의 나에게 또는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용서를 비는 편지를 써도 좋다. 수용적 문학 치료는 반드시 글쓰기 같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저 책을 읽고 마음으로만 다짐하거나 생각으로 그쳐서는 적극적인 의미의 치유를 얻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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