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1) 테렌티우스의 '환관'

필자 (匹子) 2024. 2. 10. 06:19

1. 걸작 한 편: 친애하는 K, 오늘은 고대 로마의 극작가 테렌티우스, 정확히 말하자면 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퍼 (Publius Terenz Afer, BC. 195/ 190 - BC. 159/ 158)의 「환관 Eunuchus」이라는 희극 작품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테렌티우스는 약 160편이라는 많은 작품을 집필했는데, 오늘날 전해내려오는 것은 불과 6편이라고 합니다. 그의 작품 「환관」은 테렌티우스가 전하는 6편의 명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품은 도합 1094 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리스 극작가 메난드로스 Menandros의 어느 유실된 작품에 대한 개작이라고 전해집니다. 테렌티우스의 작품은 기원전 161년에 루키우스 암비비우스 투르피오 극단에 의해서 초연되었습니다.

 

2. 테렌티우스의 삶: 원래 테렌티우스는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출신이었는데, 카르타고에서 노예로 살고 있었습니다. 로마의 시민 테렌티우스 루카누스는 그를 노예로 구매하여, 로마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노예의 너무나 영특하고 온순한 성정에 감복하여, 어린 노예를 교육시킨 다음에 자유의 몸으로 살아가게 하였습니다. 젊은 청년은 테렌티우스 루카누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 자신의 이름을 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라고 정했습니다. 그의 추가 이름인 “아퍼 Afer”는 아프리카인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테렌티우스는 그 이후에 스키피오와 친구 관계를 맺었으며, 기원전 160년경에 고대 로마에서 가장 훌륭한 극작품들을 탄생하게 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고대 로마사람들은 그의 극작품에 대해 찬탄을 금치 않았습니다. 이로써 테렌티우스는 티투스 아키우스 플라우투스 (BC. 254 – BC. 184) 이래로 최고의 희극작가라는 평판을 얻게 됩니다. 테렌티우스의 죽음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역사가 수에톤 Sueton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테렌티우스는 그리스 연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풍랑을 만나, 익사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주장에 의하면 테렌티우스는 그리스에서 집필한 원고를 분실하여 애통해하다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3. 고대 여성들의 삶: 일단 작품을 이해하기 전에 우리는 고대 여성들의 삶에 관해서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고대 여성들은 남자들보다도 천한 계층으로 취급되었습니다. 노예가 아니라 시민과 결혼한 여성들은 오랜 시간동안 남편들의 미소년들과의 동성연애를 용인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남편의 여성 편력에 대해서도 당연한 것으로 감내하며 살았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주부들은 높은 신분을 제외하면 학문과 예술을 접할 수 없었고, 그저 집안의 살림살이에 모든 신경을 쓰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또 다른 계층의 여성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기생 내지 창녀들입니다. 고대에 활동한 화류계의 여성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집니다. 그 하나의 부류는 “창녀 πορναι”입니다. “포르노”라는 단어는 여기서 파생된 것입니다. 그들은 말 그대로 몸 파는 여성입니다. 

다른 하나의 부류는 “기생ἑταἶραι”입니다. 기생은 예술, 문화, 시와 음악 그리고 철학의 영역의 교양을 습득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기생은 고대 로마 시대에는 사회적으로 존중받았습니다. 이 점을 알아야 우리는 어째서 주인공이 기생을 연모하는데도 자신의 사랑을 쉽사리 이룰 수 없는가? 하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주인공 케레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에게 넋이 나가다. 극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 케레아라고 불리는 열정적인 젊은이입니다. 그는 어느 날 기생 타이스의 집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를 바라보고 끓어오르는 연정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처녀는 팜필라라는 이름을 지닌 노예라고 했습니다. 그미는 처음에는 어느 장교의 소유물로서 로마로 이송되었습니다. 말하자면 “트라소”라는 장교는 귀국하기 전에 비싼 돈을 주고 어느 처녀를 구매했는데, 내심 남 주기 아깝다고 여겼지만, 기생 “타이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그미를 타이스에게 “선물”했던 것입니다.

 

케레아는 그미의 신분을 접하게 되자, 불안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그미에게 수청을 들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다른 경우 그미가 다시 돈으로 팔려가게 되는 날이면, 영영 이별이 아닌가? 하고 노심초사했던 것입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잔꾀를 부립니다. 그것은 환관으로 변장하여 기생 타이스의 집에 잠입하는 일이었습니다. 케레아는 기생 타이스에게 찾아가서, 자신의 이름이 도루스라고 말하고 자신을 환관으로 근무하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는 오로지 불쌍한 애인, 팜필라를 구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기생 타이스는 이러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타이스는 젊은 처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몇 명의 환관을 충원하려고 하던 터였습니다.

 

5. 마침내 꿈에 그리던 처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다: 케레아, 아니 환관 도루스는 여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살며시 팜필라에게 접근합니다. 그미는 혼자 목욕하고 있었습니다. 그미의 희고 부드러운 살결을 바라보니,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낍니다. 주인공은 떨리는 손으로 목욕수건을 욕조에서 일어나는 처녀에게 건네줍니다. 팜필라가 수건을 건네받으려고 했을 때,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그미의 알몸을 끌어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미의 가냘픈 허리가 두 팔을 저리게 만듭니다. 팜필라는 순간적으로 몹시 당황하면서 케레아를 밀칩니다. 그렇지만 그미는 수려한 젊은 사내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환관으로 변신하여 이곳으로 잠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자 팜필라는 환관 도루스에 대한 경계심을 풀게 됩니다. 아니, 잘생긴 사내의 늠름한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며칠 후에 주인공은 꿈에도 그리던 그미를 품에 안게 됩니다.

 

극작품에는 두 사람의 정사에 관한 장면은 간단하게 자막 처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모든 연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사랑의 기쁨은 순간적이고, 사랑의 슬픔은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입니다. 연인들에게 주어진 처지란 언제나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화려하고 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팜필라가 노예 신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해하지만, 비밀리에, 그것도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데 대해 무척 슬퍼합니다. 게다가 신분의 차이가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6. 팜필라, 헤어진 오빠와 만나다: 놀라운 것은 작품 속에서 팜필라의 신분이 나중에야 백일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팜필라는 노예가 아니었습니다. 그미는 우여곡절 끝에 군인들에게 체포되어 노예 숙소에 지내다가 로마에 노예로 팔려온 여염집 규수였습니다. 기생, 타이스는 처음부터 팜필라가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팜필라가 끼고 있는 보석 반지 그리고 전혀 거칠지 않은 두 손이 그미가 어쩌면 노예가 아닐지 모른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타이스는 비록 기생으로 살아가지만, 최소한 인간적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미는 팜필라의 가족을 찾는 데 힘을 보탭니다. 타이스는 수소문 끝에 팜필라의 오빠, 크레메스가 로마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타이스의 도움으로 크레메스는 행방불명이 된 여동생과 뜨겁게 재회하게 됩니다. 이로써 팜필라는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의 뜻대로 주인공 케레아와 찬란한 결혼식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