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환경-, 평화-, 여성 운동의 공동체 유토피아

필자 (匹子) 2023. 7. 24. 09:33

박설호: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 (울력, 2023)

 

인간의 크고 작은 갈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려는 꿈이었습니다. 이러한 갈망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흔히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유토피아 연구의 효시라고 하지만, 이전에도 사회 유토피아의 갈망은 엄연히 존재했습니다. 고대와 중세에 출현한 문헌들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에른스트 블로흐의 문헌을 번역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서양 유토피아의 역사“를 구명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2020년에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제 1권과 제 2권이 간행될 수 있었습니다. 3년 후에 간행된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권) 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사회 유토피아의 사고를 추적한 학제적 연구 결과물입니다.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제5권에서 논의되는 작품들은 주로 다음과 같습니다. 보위에의 『말로카인』, 스키너의 『월든 투』, 망드라의 『시골 유토피아의 나라로의 여행』, 르 귄의 『빼앗긴 자들. 어떤 모호한 유토피아』, 피어시의 페미니즘 유토피아 그리고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문학 유토피아는 현재 훼손된 지구 그리고 이와 관련되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훼손된 지구를 되살리고 “물구나무선 먹이 피라미드”를 복원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물음은 생태주의 유토피아를 태동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합니다.

 

저자는 20세기 중엽부터 출현한 세 가지 운동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았습니다. 1. 국가 이기주의를 파기하면서, 자치, 자활 그리고 자생을 추구하는 공동체 운동, 2. 전투적 수직적 남성적 폭력을 거부하면서, 평화 공존과 나눔을 실천하는 페미니즘 온동, 3. 상부인 하늘로 향하는 종래의 신학적 권위를 의심하면서, 땅의 순환 및 토양의 보존을 강조하는 환경 운동. 이러한 세 가지 사항은 결국 생태 공동체 운동으로 집약되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합리성을 바탕으로 자연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왔는데, 전쟁, 사회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기후 위기와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제반 문제들은 무엇보다도 (독점) 자본주의,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남성적 국가적 폭력 그리고 계층 갈등과 연관된 이기주의의 사고 등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의 병리 현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오늘날에도 심각한 빈부 격차, 남성적 폭력과 전쟁 여성과 미성년자들에 대한 인권 탄압, 자연파괴와 기후 위기 등을 생각해 보세요,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은 비록 부분적인 영역에서 두 가지 운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시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하나는 전-지구적으로 노조 운동이 사회 전반에 걸쳐 정착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생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과업입니다. 노동조합 운동이 가지지 못한 자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존할 수 있는 보루로서 활용되고,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의 취약점인 빈부 차이를 약간 줄여나가게 하는 마이신으로 작용한다면, 생태 공동체 운동은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비록 작은 규모지만,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생태 공동체 운동이 추구하는 방향은 두 가지 사항으로 요약됩니다. 첫째로 자연과학의 실증주의라는 단선적 사고는 수미일관 비판되어야 합니다. 경쟁, 무한대의 이익추구, 엘리트주의, 자연파괴 그리고 기술만능주의 등은 실증주의라는 가시적 사고에서 태동하여 자라난 것입니다.실제로 실증주의만으로써 인간의 심리적 영역 그리고 미시 생물학이 완전하게 밝혀질 수는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협동, 절제, 평등 그리고 상생 등은 전-지구적으로 생태적 사고의 토대로 정립되어야 합니다. 둘째로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강탈하는 인간Homo rapiens“은 생태 공동체 운동을 통해서 달리 거듭나야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는 “나누어라, 자배하라“라는 정치적 강령으로 개개인을 다스려 왔습니다. 이로 인해 권력은 -로버트 오언이 지적한 바 있듯이- 개개인을 ”계급, 종교, 정당, 국적, 인종, 성, 나이“ 등으로 구분하고 차별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생태 공동체 운동은 페미니즘의 운동과 연계하여 이러한 일곱 가지의 차별과 구분에 저항하고, 인간과 비-인간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요청되는 것은 남녀평등, 탄소 중립의 실천 그리고 전쟁 반대의 지속적인 노력일 것입니다. 요약하건대 인류세의 인간은 이윤이 아닌, 필요에 의한 생산과 절제된 소비를 실천하고, 바람직한 생태 친화적인 삶을 예술적으로 선취해나가야 합니다. 이는 ”전-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위하라.“는 에른스트 슈마허의 주장을 실행에 옮기는 일과 같습니다.

 

본서는 21세기에 출현한 문학 유토피아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생태주의 유토피아의 전-지구적 실천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구 방향은 차제에 인문학의 영역에서 신유물론의 이론적 접근방법과 함께 연속적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은 동양을 일차적으로 소홀히 한 연구서입니다. 이는 오로지 저자의 과문함 때문입니다. 바라건대 후학들이 동양의 문헌학 그리고 한국 철학과 결부된 유토피아의 특징을 이론적으로 정립함으로써 본서의 결함을 보충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