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명저) 김용옥: 기독교 성서의 이해

필자 (匹子) 2023. 5. 21. 10:01

아무런 편견 없이 기독교 사상 및 서양 문화의 뿌리를 천착한 도올의 작업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고대 기독교 형성과 전파 그리고 주위의 사상적 배경에 관하여 이렇게 세밀하고도 명징하게 서술한 책은 드물다. 문장도 훌륭하다. 평소에 나는 도올이 동양의 학문만을 섭렵한 학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도올의 폭넓은 시각, 공평무사한 판단, 논리 정연한 사고 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 작품 "절차탁마 대기만성" 그리고 "여자란 무엇인가"에서 나타난 학문적 치기와 허장성세는 사라지고, 모든 사항은 체계적으로 그리고 편안한 톤으로 서술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책에는 약점이 있는 법 - 다만 두 가지 아쉬운 사항을 지적할까 한다. 그 하나는 도올의 참고문헌들은 모조리 일어판 내지 영어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의 전통 학문을 추구하려면 라틴어와 그리스어는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해명 및 이중 삼중으로 이어지는 학문적 고증이 생략되어 있다. 많은 견해들이 마치 도올 김용옥의 독창적인 것으로 착각되기 쉽다. 재인용을 분명히 밝혀주지 않으면 표절의 혐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도올이 기독교를 너무나 학문적 체제로 해명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기독교의 본질은 본질적으로 정치권력, 다시 말해서 현재 상태 Status quo를 전제로 밝혀질 수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로마의 권력과의 상관관계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묵시론적 입장은 처음부터 체제 파괴적이며, 우리의 시각은 이러한 정치적 상관관계를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올 김용옥은 예수와 바울 그리고 이후의 사상가들과 명확한 구분을 설정하지 않고, 죽임과 살림으로 이루어진 고해의 현실에 대해 거의 둔감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렇기에 도올의 신학적 입장은 현학적 현실 도피주의 내지 체제 옹호적 사고라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