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서로박: (1) "물질 속에는 영혼이". 유기쁨의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필자 (匹子) 2023. 9. 20. 09:12

1. 애니미즘은 새롭다. 애니미즘은 정령 신앙으로 이해됩니다. 그것은 동물과 생물 그리고 무생물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사고입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정령 신앙”을 원시인들의 사고로 규정하였습니다. 애니미즘은 무속 내지는 샤머니즘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이단시되어 왔습니다. 만약 일차적으로 무속과 샤머니즘이라는 개념에서 미신적인 요소를 벗겨내면, 우리는 어떤 놀라운 생명 사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비근한 예지만 우리는 고대의 선(仙) 사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왜냐면 거기에는 무속과 샤머니즘의 성향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 (Edward Burnett Tylor, 1832 - 1917)는 자신의 종교 문화를 연구하면서, 원시 문화에 도사리고 있는 긍정적 생명 사상을 도출해내었습니다. (에드워드 머넷 타일러: 『원시 문화. 신화, 철학, 종교, 언어, 기술 그리고 관습의 발달』 2권, 유기쁨 역 아카넷 2018.) 이러한 특징은 오늘날 환경 생태주의 운동에 놀라운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들입니다. 타일러의 책은 종교 인류의 역사에 나타난 원시 문화에 대한 객관적 서술을 넘어서서, 역사에 등장한 제반 정령 신앙,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을 역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2. 애니미즘 속에 자리한 생태주의: 오늘날 중요한 것은 애니미즘의 의미 자체가 아니라, 애니미즘이 인류세의 시대에 얼마나 커다란 생태 의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이른바 “비-학문적이고 반-학문적인 정령 신앙”이 아니라, 오늘날 현대인들이 망각한 영혼의 가치 상실을 비판적 관점에서 되짚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령 고대에서 근대로 이전될 때 질적 자연으로서의 의미는 전폭적으로 파기되고 퇴색되었습니다.

 

유기쁨은 원시시대에 출현한 애니미즘을 “낡은 애니미즘”으로 명명하면서, 현대 사회에 요청되는 생태적 사고로서의 새로운 애니미즘의 가치를 추적하려고 합니다. (유기쁨: 애니미즘과 현대세계, 눌민 2023, 400쪽). 놀라운 것은 저자가 인간과 동물 (제 6장), 인간과 식물 (제7장) 그리고 비-인간과 연결된 애니미즘의 새로운 의미를 생동감 넘치게 재발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독자가 책의 앞부분보다는 뒷부분을 먼저 읽게 된다면, 자연과 세계가 인간 존재와 구별되는 객체가 아니라, 동등한 주체로 생동한다는 사고에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3. 영혼의 무게는 있다. 흔히 말하기를 인간 영혼의 무게는 “21그램”이라고 합니다. 죽기 직전의 사람의 몸무게와 죽은 뒤의 당사자를 측정하면, 21그램의 차이가 드러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영혼의 무게는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시인, 외르크 파우저Jörg Fauser는 시 「영혼의 무게Das Gewicht der Seele」에서 인간의 영혼을 자연과학의 무신론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서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그 외에도 꿈속에서 작용하는 영혼의 특징을 무시될 수는 없습니다. 가령 우리는 꿈속에서 죽은 자를 만나기도 하고, 저세상으로 떠나기도 합니다. 육체와 구분되는 다른 존재가 분명히 꿈속에서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영혼anima”을 지칭합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그분과 영혼의 차원에서 하나로 맺어져 있다고 믿게 됩니다. 이는 합리적 실증주의의 사고로는 도저히 해명될 수 없습니다. 태고 사람들은 영혼을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즉 영혼은 “희미하고 실체가 없는 인간의 면모를 드러내는데, 그 본질은 수증기나 얇은 막 혹은 그림자의 일종이며, 육체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존재”라고 말입니다. 이는 타일러가 주장한 바 있듯이 원시인들 사이에서 생명의 기능이 영혼에 의해서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는 초기 애니미즘의 생기론입니다.

 

4. 사람이 죽으면 인간의 영혼은 나비처럼 날아간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혼을 “나비ψυχή”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죽으면, 영혼은 육신에서 빠져나와 나비처럼 날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옳고 그름을 차치하더라도 오랜 세월에 걸쳐 영혼불멸설을 더욱 공고히 해주었습니다. 프시케의 의미는 서양에서 가장 귀중하고 가장 가치 있는 연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활용되었습니다. (Wilhelm Gemoll: Griechisch-Deutsches Schul- und Handwörterbuch, 7. Auflage. München 1959, S. 815.)

 

영혼에 대한 신뢰 그리고 기대감은 오늘날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서도 엿보이고 있습니다. 인디언들은 "영혼은 희미하고 실체가 없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본질은 수증기와 얇은 막 혹은 그림자의 일종이며, 육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유기쁨: 앞의 책 89쪽) 가령 오스트레일리아의 어떤 부족들은 시신이 땅속에 매장되지 않으면, 죽은 자의 영혼이 기다란 꼬리와 커다란 귀를 지닌 “잉나Ingna”라는 사악한 혼령이 되어서 방황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경건한 마음으로 죽은 자를 장례 치르지 않으면, 죽은 자의 혼령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생존한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요약하건대 원시인들은 인간의 영혼이 마치 에테르와 같은 성질, 혹은 수증기와 같은 물질이라고 상상해 왔습니다.

 

5. 물질은 살아 있다.: 서양의 자연과학은 지금까지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을 제각가 다른 종으로 철저하게 구분해 왔습니다. 구분과 분할, 해부와 나눔이 서양의 자연과학자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위였습니다. 그렇지만 애니미즘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은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입니다. 지금까지 자연과학은 광물의 특징을 추적하면서 무기물, 다시 말해서 생명이 없는 존재라고 규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애니미즘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광물과 생물은 상호 작용합니다. 광물은 특정한 외부적 조건 속에서는 하나의 생물체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기물이 유기체로 변화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놀랍고도 역동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물론 생명의 기원에 관한 가설은 참으로 다양하지만, 우리는 무기물이 유기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 헤르더는 “돌에서 수정으로, 수정에서 금속으로, 금속에서 식물로, 식물에서 짐승으로, 짐승에서 사람으로 변해가는” 대 자연의 변화무쌍한 과정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Zammito, John H.: Genesis of Kant’s Critique of Judgment,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 244) 그렇기에 제인 베넷은 물질이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다고 천명했습니다. “물질의 내부에서 그리고 물질의 외부와 내부의 기관들에 순응하면서 수천의 살아있는 다양한 힘들이 작용하고 있다.“ (제인 베넷: 생동하는 물질, 문성재 역, 현실문화, 2020, 233쪽).

 

6. 토템 사상 속에는 윤회의 삶이 자리하고 있다. 동물의 존재는 지금까지 비-인간의 관점에서 파악되었습니다. 인간이 이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본능만을 지닌 동물과는 천양지차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물질 이론의 관점에서 고찰하면 동물과 인간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애니미즘과 현대세계』의 저자, 유기쁨은 시베리아 북단에서 거주하는 소수 민족, 유카기르족의 생활상을 서술합니다. 세계는 유카기르족에 의하면 눈(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강, 호수, 나무 그리고 그림자 등 세상의 모든 것은 눈을 지니고 있어서 인간을 투시합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사냥꾼이 다른 사물에 의해서 관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다른 존재는 그 자체 포식자이자 동시에 먹잇감입니다. 사냥이란 그들에게는 단순히 고기를 얻기 위한 살육이 아니라, 동물의 시선을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투쟁입니다. 사냥꾼과 동물 사이의 만남은 성적인 유혹이며, 그들 사이의 투쟁은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으로 이해될 뿐입니다. 인간은 유카기르족에 의하면 나중에 비인간- 동물이 되고, 죽은 사람은 다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를 고려할 때 유카기르족은 처음부터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