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북구문헌

서로박: (2) 보위에의 "칼로카인"

필자 (匹子) 2023. 4. 12. 09:59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작품의 배경: 소설 『칼로카인』은 총 1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래의 시점, 즉 21세기의 세계 국가를 배경으로 합니다. 문학사적으로 고찰할 때 많은 작가들은 검열을 고려하여 문학적 배경을 의도적으로 과거로 이전하였습니다. 계몽주의 극작가, 레싱Lessing은 작품 「에밀리아 갈로티Emilia Galotti」(1772)의 배경을 18세기 독일이 아니라, 과거의 이탈리아로 옮겨놓았으며, 토머스 모어는 16세기 영국 대신에 미지의 섬을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보이어 역시 의도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옮겨놓았습니다. 보위에는 작품 발표 이전에 편집자와 편지를 교환했는데, 작품의 배경을 중국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하고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합니다. (Nolte: 15).

 

그밖에 우리는 작가의 이러한 가상적 설정에서 조나탄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설의 배경은 『걸리버 여행기』 제1부에 묘사되고 있는 작은 사람들의 나라와 유사합니다. 세계국가는 인민들을 전체적으로 통솔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우주 국가와 헤게모니 다툼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국가에게 개개인들은 거대한 시스템의 부속품과 같습니다. 문제는 세계국가가 주위에 인접한 우주 국가에 의해서 끊임없이 공격당하면서, 체제파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8. 우주국가와 세계국가: 우주 국가는 그 크기에 있어서 세계 국가를 훨씬 능가합니다. 그래서 세계국가는 우주 국가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하여 지하에 도시 전체를 축조하였습니다. 지하의 도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슬로건이 난무합니다. “국가는 모든 것이며, 개인은 무 (無)와 다름이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국가이며, 국가의 안녕을 위해서 개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국가에 충성을 바치는 것을 자랑스러운 의무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두려움과 나약함은 사악한 태도로 이해되고, 국가를 위해서 싸우는 것은 하나의 미덕으로 간주됩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약 우리의 앞길에 온통 철조망이 쳐져 있다면, 우리는 이러한 부자유의 질곡을 그냥 받아들일 것인가? 국가는 이러한 질곡이 출현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를 위해서 모든 일을 해야 하며, 국가에 희생이 돌아가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믿는다.” (Boye: 12).

 

9. 체제 옹호적인 주인공 레오 칼: 소설은 1인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젊은 과학자 레오 칼입니다. 주인공은 인간의 핵심이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는 가설을 하나의 사실로 믿으며, 국가 권력에 충실하게 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나” 역시 당국에 의해서 비밀리에 세뇌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레오 칼은 자먀찐의 『우리』의 주인공 그리고 오웰의 『1984년』의 윈스턴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국가에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려는 체제 옹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레오 칼은 이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륜성 등의 관점이 국가에 대한 충성심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기 때문입니다. (Jens 2: 1011). 레오 칼은 부인 린다와 함께 지하에 건립된, 이른바 화학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었지만, 이제 두 명밖에 남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덟 살 된 아들이 군인이 되기 위하여 어디론가 떠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세계국가의 아이들은 만 5세가 되면, 집단적으로 교육을 받고, 영원히 부모와 이별해야 합니다.

 

10. 레오 칼, 칼로카인이라는 마약을 발명하다: 레오 칼의 집에는 가정부가 배속되어 있습니다. 가정부는 가사를 돕지만, 은밀히 가정 구성원을 몰래 감시합니다. 만인은 주위 사람들을 감독하고, 또한 제각기 감시당하면서 살아갑니다. 지하 도시 사람들의 사생활은 엄격한 규정에 의해 철저히 제한당하고 있습니다. 각 방마다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모든 건물마다 거주 담당 공무원이 지속적으로 개개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레오 칼의 침실에도 감시를 위한 블랙박스가 몰래 설치되어 있습니다. 당국의 고위관리자들은 레오 칼을 우호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른바 공동의 안녕을 수호하는 일꾼이라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어느 날 칼로카인이라는 놀라운 마약을 발명합니다. 칼로카인은 연초록의 색깔의 생화학 물질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의학적으로 어떠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라운 발명입니다. 한두 대의 주사만 투여되더라도 칼로카인의 효능은 즉각적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칼로카인의 주사를 맞은 사람이 모든 두려움과 수치심을 잊고 자신의 내면의 비밀스러운 생각, 자신이 갈망하는 내용 그리고 자신의 두려움 등을 빠짐없이 실토한다는 사실입니다. 요약하건대 칼로카인은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모든 사상 감정을 도출해내는 묘약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11. 칼로카인의 작용: 레오 칼은 자먀찐의 『우리들』의 주인공보다도 더 끈덕지게 국가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고수하며, 칼로카인을 개발하는 데 성공을 거둡니다. 이에 대해 그는 과학자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레오 칼은 일단 자신의 발명품이 얼마나 유효한지 확인하기 위하여 주위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해보기로 합니다. 이른바 충직하다고 알려진 열 명의 팀 동료들은 자발적으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레오 칼은 새로 발명한 마약, 칼로카인의 임상 실험에 관해 사전에 그들에게 미무런 언질을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칼로카인의 약물 실험을 미리 공개하게 되면, 사람들은 실험에 편한 마음으로 응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실험이 시작되고, 실험 팀원들이 무의식의 상태에 빠지려고 할 때, 레오 칼은 그들의 귀에다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줍니다. “희생 의무의 중앙 위원회에 카드 하나가 비치되어 있는데, 여기다 당신의 기억을 저장하면, 당신은 커다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Boye 52).

 

12. 칼로카인, 비밀을 폭로하게 하다: 마지막 실험을 통해서 레오 칼은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항들을 간파하게 됩니다. 그것은 실험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이 따뜻한 태양을 동경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하의 어둡고도 고립된 생활이 사람들로 하여금 태양을 그리워하게 만든 게 분명했습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생활하기를 갈망하며, 자발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애타게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국가의 감시 체제에 대해 의식적이자 무의식적인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자신의 내밀한 사랑을 갈망하고, 친구들 사이에 서로 신뢰하며, 평화를 즐기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실험에 참여한 10명의 팀원들이 거의 대부분 과거의 사회적 삶의 방식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른바 국가 체제를 위협한다고 하는, 체제 파괴적 사랑의 삶에 관한 생활습관이었습니다. 특히 팀의 어느 여자는 남녀 사이의 관능적 사랑을 동경하고, 자식들과 함께 가족 공동체를 꾸리며,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교우하는 삶을 희구하고 있었습니다.

 

13. 칼로카인은 국가의 감시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주인공은 실험의 결과에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왜냐하면 그는 인간의 내면이 이런 식으로 체제 비판적으로 그리고 개인주의적으로 대응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감지하였기 때문입니다. 실험의 결과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합니다. 레오 칼 그리고 린다는 처음부터 이러한 감시 체제에 대해 순응해 왔습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감시당한다는 것을 한 번도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감시란 처음부터 당연한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는 당국을 위태롭게 하는 어떠한 비밀이 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Saage 343). 칼로카인의 발명과 실험의 과정을 통해서 주인공은 자신이 국가의 일개 부속품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모든 시민들의 체내에 마약을 투여 받게 되면, 시민들은 자신의 전의식 속에 머물고 있는 가장 비밀스러운 사상 감정을 빠짐없이 발설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레오 칼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난생 처음으로 회의감을 느끼게 됩니다.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레오 칼의 충성심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마음속에 개인주의의 경향이 서서히 자라납니다.

 

14. 마약의 정치적 남용: 가장 곤란한 문제는 칼로카인이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국은 약물을 통해서 체제파괴적인 인물들을 색출하여, 그들을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레오 칼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자신이 칼로카인을 발명했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후회합니다. 레오 칼은 자신 역시 세뇌당한 채 지금까지 국가에 봉사하며 살아왔다고 느낍니다. 바로 이 순간 자신의 실험실 분과 위원장인 에도 리센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증오심과 시기심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리센은 평소에 개인으로서 품어서는 안 되는 인간적 감정을 여러 번 드러내곤 하였습니다. 칼로카인이 개발되었을 때, 리센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칼로카인이 개발되면, 마지막 남은 우리의 사생활마저 당국에 넘기는 형국이 될 거야.” 사적인 삶을 중시하는 리센의 태도는 개인을 국가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반역죄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레오 칼은 처음에 리센의 바로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15. 아내에 대한 질투심: 게다가 평소에 아내, 린다를 대하는 리센의 태도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자주 비밀 면담이 이루어지는 것도 껄끄러웠습니다. 어쩌면 아내가 행여나 리센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닐까? 주인공은 편집 망상의 추측을 통해서 다음의 사항을 사실이라고 단정합니다. 즉 아내와 리센은 자신을 속이고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가설 말입니다. 일전에 리센은 “사람들은 국가 체제에 대해 항상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세계 국가 내에는 체제 파괴적인 단체가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세계 국가 내에는 더욱더 인간답게 그리고 평화적으로 살아가려는 반정부적인 단체가 있는데, 이들 사람들은 “레오르”라고 불리는 사내를 마치 신과 같이 떠받들면서, 비밀리에 공동체를 결성했다고 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분과 위원장, 리센이 반드시 처형당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칼은 한편으로는 질투심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리센을 당국에 고발합니다.

 

(3 4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