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박설호: 기본 소득을 넘어서 기본 의료 보장으로.

필자 (匹子) 2022. 10. 22. 18:43

 

1. 대선 유감: 친애하는 P, 지난 대선의 결과는 많은 분을 침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선거의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관해서 결과론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령 안철수 후보가 교활하게 중도에 사퇴하여,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조금 올렸다는 점, 심상정 후보가 뻣뻣하게 버티다가 80만 표를 잠식하여 윤 후보가 불과 20만 표의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점 등을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권자의 과반수가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자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 어느 정도 범위에서 빗나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2. 좌우 노선의 정책 차이는 크지 않다.: 한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80% 이상 존재하고, 중산층을 포함한 부유층 사람들은 20%라고 합니다. 이는 어설픈 통계지만 빈부 격차가 심한 한국의 경제적 실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많고, 부유한 사람은 극히 소수입니다. 이는 미국과 한국과 같이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나라라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추측합니다. 즉 가난한 유권자들은 사회 복지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할 것이고, 부유층은 자신의 이권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인 국민의 힘을 지지하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었을 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지금 현재에도 많은 가난한 유권자가 의외로 국민의 힘을 지지하고, 부유층 가운데 상당수가 놀랍게도 더불어 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 이는 선거에서 좌우 노선의 정책적 차이는 더 이상 커다란 변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3. 기본 소득제도의 장단점: 이재명 후보자가 내세우는 기본 소득제도에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만 언급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기본 소득을 얻게 되면, 강제 노동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기본 소득제도에는 나쁜 제도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2030 세대 가운데 65%가 기본 소득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기성세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강남훈 교수가 구체적인 방안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재원 마련의 어려움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나아가 유권자들은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청해서 일하고 싶을 뿐, 기본 소득을 마치 네로가 던져주는 "빵과 서커스 Panem et circenses"처럼 하나의 적선으로 간주하는 것 같습니다.

 

4. 누가 사회적 약자인가?: 그렇다면 누가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약자에 해당할까요?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거침없이 일용직 노동자라고 판단합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 역시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최소한 일할 수 있지 않습니까? 노동할 수 없는 환자 내지는 병든 노인들이 사회적 약자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노인 복지 내지는 환자들의 질병에 관해서 무엇보다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어째서 유권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 없을까요? 그것은 질병에 대한 불안 그리고 병으로 인한 파산에 대한 불안일 것입니다.

 

5. 기본 의료 보장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상기한 내용과 관련하여 우리는 기본 의료 보장 제도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는 병에 걸렸을 때 많은 돈 들이지 않고, 치료받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언젠가 홍세화 선생은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한겨례 출판 2008)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즉 프랑스의 학교와 병원은 돈이 필요 없는 기관인데, 이것이 사회 복지의 근간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학교와 병원을 돈이 필요 없는 기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까? 학교일까, 병원일까? 하고 물었습니다. 다수의 학생은 내 코가 석 자라고 학교가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학비보다도 더 중요한 게 병원비입니다. 공부야 나중에 할 수 있지만,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두 가지 시급한 정책: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병원을 돈이 필요 없는 기관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실 필자는 사회학자도 아니고, 의학에 관해서 잘 모릅니다. 그래서 필자의 주장에는 부족하고 어설픈 사항이 자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하나는 현재 50%에 해당하는 의료보험의 지원을 어떻게 해서든 100% 상향 조정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간병인 제도를 사회적으로 도입하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의 의료 보장의 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의료 체계의 틀을 마련하고, 사설 종합 병원 역시 이러한 제도 속에 편입시키면, 여러 가지 많은 잡음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7. 병에 걸리면 우리 가족의 일상이 마비된다.: 사람들은 큰 병에 시달리면, 종합 병원을 찾아서 수술을 받곤 합니다. 그런데 수술비와 치료비 못지않게 비용이 드는 게 간병 비용입니다. 외국의 경우 모든 간호를 간호사들이 담당하는 반면에, 한국에서는 가족 한 명이 환자 곁에서 간호하거나, 혹은 간병인을 고용하여, 그에게 간병비를 지급하곤 합니다. 현재 간병비는 하루 12만 원에서 14만 원으로 책정된다고 합니다. 집안의 누가 아프면, 가족들의 삶은 그야말로 풍비박산나지요. 정부는 의료 전문대학에서 2년제 간병학과 신설하게 하여, 전문적 간병인을 양성하게 해야 합니다. 코로나 19사태에서도 나타났듯이 의사의 부족도 문제이지만, 간호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들의 업무는 너무나 과중하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차제에는 간호의 업무를 포괄적으로 넓이고, 이들을 대폭 일선 현장에서 활동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8. 의사들에게 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환자의 병을 담보로 돈을 벌겠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의대생들은 처음에는 의사가 되어 사회에 봉사하려고 각오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감히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힘이 듭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설 종합 병원이 득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의사 지망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흉곽 외과라든가 내과 소아과를 선택하지 않고, 성형외과 내지는 정형외과 등을 선택하는 추세를 고려해 보십시오. 만약 모든 의료 체계를 나라에서 관리하게 되면, 이러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모든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풍족한 액수의 기본급여를 지급하고, 더 많이 일했을 경우 특별 수당을 더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또한 의사들 가운데에는 연구에 몰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들에게도 실적과 무관하게 기본급을 지불하여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9. 의료 분쟁은 돈 문제로 비화된다.: 사회가 100퍼센트의 의료 보험 체계를 갖추게 되면, 병원에서의 사망 사고로 인한 갈등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의료 분쟁은 돈으로 인하여 발생하여 돈 문제로 끝납니다.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서 치료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결과가 좋지 못할 때 환자의 가족들은 그냥 받아들이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됩니다. 아니, 국가가 모든 의료비를 부담하게 되면, 의료 분쟁 자체가 발생할 여건이 처음부터 차단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치료의 권한을 의사에게 일임하고, 치료를 위한 모든 조처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것입니다.

 

10. 한번 의사는 영원한 의사인가?: 국가는 의사들에게 모든 치료의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이 행하는 업부를 배후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 번 의사면 영원한 의사다.”라는 공식은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치료 과정에서 환자를 성폭력한 의사는 교도소에 구금되었다가 몇 년 후에 다시 개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공인회계사, 판사 그리고 검사들이 형사적 범죄로 죄를 지었을 경우 그들의 면허는 취소되는데 말입니다. 이는 평형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오로지 의사들만이 설령 그들이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증을 얼마든지 재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는 차제에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의사 면허에 관해서도 삼진 아웃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11.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 체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 상기한 사항은 전폭적인 제도적 수정을 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의료의 영역의 큰 틀에서 세 가지 사항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로 사회 복지 예산을 대폭 확충하여, 환자를 대폭 지원하는 의료보험의 시스템을 갖추는 일입니다, 치매 국가책임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 환자를 대폭 지원해주는 의료보험제도라고 해서 모든 경우에 지원해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의료 지원에 있어서 재정 지출은 어떤 기준에 의해서 제한되어야 마땅합니다. 아마도 의학 전문가들은 병의 치료 그리고 미용을 위한 시술 사이의 차이점 내지는 이와 관련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리라고 여겨집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의 사항입니다. 만약 돈이 없어도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은 비록 과도하더라도 자진해서 세금을 납부할 용의가 있을 것입니다.

 

12. 간병인 제도를 마련하자.: 둘째로. 국가적 차원에서 의사들을 양성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하는 게 시급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인간의 목숨을 다루는 분들입니다. 의사들이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오로지 치료와 연구에 몰두하려면, 국가가 나서서 그들에게 풍족한 수당을 지급하여, 치부 (致富)에 관한 생각이 처음부터 불필요하도록 조처해야 하겠지요. 자신의 기본 업무보다 과도하게 일했을 경우 약간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족하리라고 여겨집니다. 셋째로. 국가의 차원에서 간병인 제도를 확립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간호사의 수를 두 배 이상으로 늘이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학 전문대학에서 간병인을 양성하여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게 해야 할 것입니다. 간병인 제도가 활성화되면, 가족 한 사람의 질병으로 인해 삶이 집안이 완전히 거덜나는 경우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13. 건강 문제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 친애하는 P, 전문가도 아니면서 감히 기본 의료 보장에 관해서 언급해 보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기본 소득제도보다도 기본 의료 보장 제도를 더욱 절실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독일의 사회 보장제도는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에 보수주의 정치가인 오토 폰 비스마르크 Otto von Bismarck에 의해 확립되었으며, 바로 실행에 옮겨졌습니다. 돈 없이도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정책 내지는 기본 의료 보장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는 정치적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사이의 구분은 필요 없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요즈음 정부와 여당은 야당을 종북 주사파로 몰면서 협치가 불가하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사는 다음의 사항을 분명히 알려줍니다. 즉 당신에 속해 있는 보수 정당인 국민의 당이 온건적 실용 노선을 저버리고 극우파의 행보를 보이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항 말입니다. 그러니 친애하는 P, 당파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말고, 어떻게 하면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도모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