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7년에 발표된 이전의 논저 『자연 철학에 관한 이념들』에서 셸링은 밀침과 당김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밀침의 에너지는 물질의 가장자리에 서성거리는 현실적이고 객관에 합당한 힘이라면 당김의 에너지는 셸링에 의하면 어떤 효과로서 확정되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셸링은 물질을 논하면서 천국으로부터의 추방이라는 단순한 비유를 무작정 연역적으로 끌어오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밀침과 당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밀침의 에너지는 나락이라는 카테고리로서의 원심력의 모티프와 관련되며, 당김의 에너지는 뒤엉킴이라는 카테고리로서의 구심력의 모티프와 관련된다고 합니다. 셸링은 특히 후자의 에너지를 추락의 존재 속에 보존되어 있는 이념과 뒤섞여 있는 무엇으로 설명합니다.
“역사는 신의 정신 속에서 시적으로 표현되는 하나의 서사시이다. 역사의 중요한 두 개의 장은 다음과 같다. 그 하나는 인간이 역사의 중심부에서 출발하여, 가장 먼 곳으로 향하는 여정을 가리키며, 다른 하나는 인간이 가장 먼 곳을 떠나서 역사의 중심부로 되돌아오는 여정을 가리킨다. 그렇기에 역사는 분산과 집약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셸링은 다음과 같은 말을 첨가시키고 있습니다. “분산의 여정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서술되어 있다면, 집약의 여정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서술되어 있다. (...) 『일리아스』가 원심력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오디세이아』는 구심력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Schelling, Friedrich Wilhelm Joseph: Philosophie und Religion, Werke VI, 1856 - 1861, S. 57.)
미완성 단장, 『세계의 나이』에서 우리는 셸링이 강조한 어떤 찬란한 광채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언제나 반복하여 오르페우스 신화라든가 천국으로부터의 추방 등과 같은 신화를 통해서 이러한 여러 가지 비밀 (추락, 원죄, 육신 그리고 감옥 등)을 파헤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자연을 마치 마법에 의해서 인간을 돌로 변화시킨 하나의 도시와 같다고 확실하게 믿게 될 것입니다. 셸링의 물질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러한 지역에서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배회하게 되며, 암석과 같은 딱딱한 혀를 빌려 “역사의 기적,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고고학의 비밀”을 마구 지껄일지 모르리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은 우리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개발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첨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에 대한 해석뿐 아니라, 이를 통해서 더 나은 삶을 성취시키는 과업이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자연은 인간에 의해서 변화된 역사 이전에 도사리고 있는 이전의 역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물질로 가득 찬 우주는 오로지 스핑크스의 비밀로 이해될 수만은 없습니다. 오이디푸스가 “인간”하고 외치면서 비밀을 푼 다음에 지하 세계로 내려가서 그곳에서 힘들게 생명을 유지하던 사람들을 구출하지 않았습니까? 헤겔의 경우 자연을 해석하기만 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셸링은 “영원히 창조하는 자연의 원초적 에너지”를 추적했는지 모릅니다. 이러한 에너지는 셸링에 의하면 “자신으로부터 모든 사물을 산출하고, 그것들을 마치 하나의 공장처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셸링이 말년의 시기에 자연의 원초적 에너지가 어떠한 본 모습을 드러내는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물질과 접목될 수 있는지를 추구했습니다. 그의 추적은 비록 초감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아직 보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령 셸링이 “최후의 심판이라는 위기”를 강주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물질의 개념을 완전히 점액질의 침전물과 같은 것을 파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묵시록을 신봉하는 셸링이 희망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내부의 모든 세계가 마치 근원에 있어서 그렇게 존재했듯이, 외부 세계에서 그대로 겉으로 가시화되는 것처럼 그렇게 표출되는” 경우 말입니다.
셸링은 사물의 마지막이 결코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뜯겨나가 완전히 해체된다는 식으로 사고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자연이 인간을 위해서 스스로 흐릿해지고 혼탁해지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서 인간 역시 두 눈으로 자연의 본질을 통찰할 수 없게 되”는 경우는 필연적으로 출현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래의 어느 상태에는 자연의 외부적인 면모와 내부적인 면모가 그야말로 찬란한 모습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셸링은 이런 식으로 자연을 놀라운 방식으로 찬양하지만, 그의 물질 개념은 근본적으로 이념의 껍질에 해당할 뿐, 실체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셸링의 제시한 표현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우리에게 전해주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사변적 관념론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분명히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즉 물질이 몇몇 부분에 있어서 (적어도 이념들이 객관적인 면모로 변화된 점을 감안하면) 결코 “하찮은 것이라는 이유로 제외되는 것들quantité négligeable”로 치부될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 아무런 진리를 담고 있지 않는 단순한 껍질로 취급될 수 없다는 사항 말입니다. 물질은 셸링의 철학에서는 무엇 존재에 관해서 놀라울 정도로 생산적 자극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연의 지금까지의 발젼 과정에서 아직 완전한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는 게 바로 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 셸링 프리드리히 빌헬름 요제프: 인간적 자유의 본질 외, 최신한 역, 한길사 2000
- 이광모: 자연, 자립적 주체인가 아니면 정신의 외화인가? 셸링과 헤겔의 자연 철학에 대한 비교와 전망, 헤겔 연구 16권 16호, 2004.
- 조영준: 셸링 유기체론의 생태학적 함의, 헤겔 연구, 24권 4호 2008.
- 조영준: 칸트와 셸링의 목적론적 자연 이념, 환경 철학 27권, 2019
- Lask, Emil: Die Logik der Philosophie und die Kategorienlehre. Eine Studie über den Herrschaftsbereich der logischen Form. J. C. B. Mohr (Paul Siebeck), Tübingen 1911,
- Schelling, Friedrich Wilhelm Joseph: Sämmtliche Werke. Herausgegeben von Karl Friedrich August Schelling. J. G. Cotta’scher Verlag, Stuttgart und Augsburg BSB Mü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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