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블로흐: 셸링과 물질 (2)

필자 (匹子) 2022. 3. 20. 19:54

(앞에서 계속됩니다.)

 

셸링의 초기 저서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자주 엿보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물질을 비감각적으로 해명하거나 물질의 보편적 특성을 바탕으로 하여 물질의 특수성을 도출해냄으로써 어떤 형이상학적인 이론이 급격하게 나타나는 특징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셸링은 물질에 관해서 비감각적인 방식으로 해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객체는 칸트 그리고 피히테가 추적인 주체의 관련성으로부터 벗어나서 셸링에 의해서 독자적인 존재로 구명되고 있습니다.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셸링의 초감각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체는 어떻게 객체로 변하게 되는가? 다시 말해 정신은 어떻게 자연으로 변모하게 되는가?

 

그런데 형이상학의 자연 철학은 이와는 반대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합니다. 객체는 어떻게 주체로 변하게 되는가? 자연은 어떻게 정신으로 변하게 되는가? 이로써 드러나게 되는 것은 하나의 초감각적이고 초경험적인 구상 대신에 어떤 조직적이고 역사적인 구성입니다. 물질에 관한 셸링의 역동적인 이론은 (특히 1803년에서 1807년 사이에 집필된 문헌에서는) 하나의 기계 역학을 뛰어넘는, 질적인 법칙, 다시 말해서 물질의 (수학에서 말하는) 거듭제곱의 법칙으로 보완되고 있습니다.

 

세력에 관한 셸링의 자연 철학은 보다 자세히 설명되어야 할 사항인데, 이러한 유형의 단계로써 요약될 수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소진시킨 정신은 이러한 단계를 통해서 다시금 본연의 힘을 지니게 됩니다. 첫 번째 세력은 중력을 가리킵니다. 중력은 밀침 그리고 당김이라는 두 가지 에너지를 결합시키고 하나로 만들게 합니다. 두 번째 세력은 입니다. 빛은 물체의 모든 결합을 다시 해체시키고 무거운 물질이 자리하고 있는, 안으로 관통할 수 없는 공간을 다시금 관통할 수 있게 조처합니다. 세 번째 세력은 -자력 (磁力), 전기에너지, 화학의 기능 등을 뛰어넘는 것인데- 생명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재생산, 의학적 자극성 그리고 민감성 등과 같은 단계에서 조우할 수 있습니다.)

 

셸링은 자연이 발전해온 과정의 역사를 이런 방식으로 맨 처음 서술했는데, 여기에는 철학자의 고유한 생각이 내재해 있습니다. 사람들은 개별적 사항에 관해서 비판적으로 언급했는데, 셸링은 아무런 근거 없이 개별적 사항에 관한 모든 유희를 병렬적으로 늘어놓는다고 조소를 터뜨렸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사상 속에는 신학의 의심스러운 목적론이 내재할 뿐 아니라, 한 가지 주장이 분명하게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조직적인 물질이 (생명이 결여된) 비조직적인 물질과 비교할 때 훨씬 우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셸링은 물리 역학에 기반을 둔 모든 물질 이론 대신에 하나의 조직적인 물질 이론을 도출해내려고 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특징으로 강조된 것은 민감성 외에도 “영혼이 바로 의식이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셸링의 자연 철학은 시민 사회에서 나타난 물질 이론의 마지막 시도인데, 무엇보다도 생명에다 우선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물질을 논할 때 기계주의 그리고 생명력이라는 두 가지 사항이 공생하고 있으며, 서로 공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칸트는 이 두 가지 사항을 완전히 동떨어진 것으로 파악하면서 무엇보다도 물리 역학에 집중한 반면에, 셸링은 물질의 모든 것을 단계적으로 구명하고, 여기서 생명력의 민감성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건으로 요약하려고 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셸링은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염두에 두면서) 예술의 파토스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이것은 목적론의 인식 원칙과 마찬가지로 막강한 에너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셸링은 예술을 철학 연구의 기초적인 도구라고 여기면서, 그것의 위상을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물질은 셸링의 눈에는 하나의 일원적인 관점에서 자신과 동일한 무엇을 마지막까지 산출해내려고 노력하는 존재로 비칩니다. 이로써 “자연”은 무엇보다도 포에지를 통해서 산출되는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하나의 예술적인 상으로 투영되어 나타납니다. 이렇듯 낭만주의의 자연 철학은 시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놀라운 환상적인 자연에 근접하는데, 이는 자연이 지속적으로 아름다운 형체에 다가가는 과정을 여지없이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셸링은 하나의 “생명력을 지닌 일반적 자연”을 세계영혼으로 언급합니다. 이것은 자연의 포에지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시적으로 인지되는, 생기 넘치는 자연은 어떤 조직적이고 비-조직적인 순서 사이에서 중개되며, 조직적인 자연과 비-조직적인 자연 사이를 이리저리 유동하고 있습니다. 생명은 셸링에 의하면 하나의 원칙이며, 사멸된 것은 파생된 무엇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비-조직적인 자연은 그 자체로서 실존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첫 번째 물질은 (존재의 첫 번째 양적인 차이점을 고려할 때) ‘첫 번째로 주어진primum existens’ 무엇으로 이해되며, 비록 그것이 실제 현실이 아니라, 어떤 가능성에 입각하여 모든 세력 속에 보존되고 있”지만 말입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무기질의 비조직적인 대리석 위에다 유기질인 생명체로서의 조각상을 얹어놓지 않았습니까? 아니 그 이상일 수 있습니다. 셸링은 물질을 하나의 생명을 지닌 어떤 조직체로 해명하고, 물질의 내부에다 이러한 생명의 존재를 설정한 다음에 외벽을 완전히 차단시켰습니다.

 

물질의 이러한 내적 생명체는 식물을 자라게 하고, 동물을 움직이게 하며, 인간으로 하여금 사고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명체들 주위에는 무기질의 존재가 둘러싸고 있다고 셸링은 피력하였습니다. 주위의 무기질의 존재는 언젠가 헤겔이 언급한 바에 의하면 “거인의 시체”이며, “우리의 발 아래에 버티고 있는 거대한 조각품”이라는 것입니다. 언젠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과 식물을 완성되지 않은 인간의 형체들이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셸링은 이와 관련하여 비-조직적으로 주어져 있는 (모조리 다 타버린) 물질에 대해서 완성되지 못한 생명체라고 명명한 바 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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