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그림멜스하우젠의 "심플리치시무스" (2)

필자 (匹子) 2022. 2. 3. 11:31

(앞에서 이어집니다.)

 

친애하는 K, 쾌락은 일시적일 경우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법입니다. 쾌락의 이후에는 나른한 권태가 언제나 인간을 괴롭히지 않는가요? 그렇기에 주인공은 즉시 주지육림의 생활을 반성합니다. 결국 주인공은 독일로 돌아가기를 결심합니다. 귀향길에서 그는 유행성 천연두에 걸려 고생하다가, 건강해집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묘약을 만들어 팔아먹는 돌팔이 의사로 살다가, 필립스부르크에서 군인들에게 사기꾼으로 체포됩니다. 감옥에 있다가 처형당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때 그를 감옥에서 빼내준 사람은 자신의 옛 친구 헤츠브루더였습니다. 친구는 막데부르크에서 강도 올리버와 함께 이곳저곳 방랑하다가 필립스부르크에서 친구가 잡혀 있다는 것을 알고, 감옥을 급습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마리아 숭배를 위한 동방 순례를 떠났는데, 헤츠브루더는 비인에서 중도 포기하고 그곳에서 군대를 이끄는 장교가 됩니다. 그런데 그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립니다. 짐플리치우스는 친구를 살리기 위하여 슈바르츠발트에 있는 명의를 찾아 말 타고 달립니다. 그러나 친구는 도중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주인공은 다시금 “주피터 신”이라고 불리는 몽상가를 만납니다. 몽상가는 주인공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두 사람은 외국에서 일하는 여인 쿠라쉐를 상봉합니다.

 

짐플리치우스는 아직도 자신의 출신 그리고 스스로 이 땅에서 해야 할 구체적인 일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그는 우연히 농촌 출신의 창녀를 알게 됩니다. 그미가 너무나 불쌍하여, 그미와 결혼식을 올립니다. 이 와중에서 주인공은 어느 늙은 사내를 만나는데, 그는 주인공의 양아버지라고 고백합니다. 자신은 어느 귀족 부인의 아이를 양육했는데, 전쟁 통에 방랑하던 귀족 부인은 아기를 출산한 뒤에 즉시 사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늙은 사내의 진술을 통해서 짐플리치우스는 다음과 같은 비밀을 알아냅니다. 숲의 은둔자의 이름은 멜히오르 슈테른펠스 폰 푸흐스하임이며, 하나우에 거주하던 스웨덴 출신의 도시 사령관은 주인공의 외삼촌, 즉 어머니의 남동생으로 밝혀집니다. 이때 짐플리치우스는 한 곳에 머무를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아내가 포도주 풍년을 기약하면서 제발 남아달라고 하소연했지만, 주인공은 끝내 아내를 저버리고 다시 방랑에 나섭니다.

 

일단 그는 양부모가 살던 농촌을 다시 복구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근처의 무멜 호수의 비밀을 탐사합니다. 말하자면 그곳 호수는 순수한 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요정이 지하에 숨겨두었다는 게 그 비밀이었습니다. 스웨덴 출신의 총 사령관이 주인공의 마을에 묵게 되었을 때, 주인공은 함께 모스크바로 여행하자고 그를 설득합니다. 짐플리치우스는 극도의 굶주림을 참지 못하여 극동 지방인 한국 Korea까지 방랑을 계속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갈레 노예 선을 타고 일본을 거쳐 다시 콘스탄티노플로 향해 여행합니다. 노예선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던 주인공은 몰래 베네치아 행의 배에 올라타서 로마로 향합니다. 3년 동안의 고통스러운 방랑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주인공은 슈바르츠발트에 정착하게 됩니다. 이때 지긋지긋했던 30년 전쟁은 끝이 납니다.

 

제 5권에서 서술되고 있는 방랑의 여행은 작품의 “속편”에 다시 묘사되고 있습니다. 슈바르츠발트에서 은둔하며 살아가던 주인공은 악마의 환영에 유혹되어 지옥의 끔찍한 궁전을 체험하려고 합니다. 그는 어느 귀족의 여행에 관한 꿈을 꿉니다. 그는 바로 그 귀족처럼 유혹에 사로잡혀서 순례자로서 이집트로 향합니다. 이때 그는 다시 포르투갈로 향하는 유럽 상인의 배를 타게 되는데, 배는 그만 바다에 가라앉고 맙니다. 결국 주인공은 헬레나 섬 근처의 작은 섬에 은거하면서 살아갑니다. 그에 관한 마지막 소식을 전해준 사람은 네덜란드 출신의 어느 선장이었습니다. 선장은 주인공의 친구, 게르만 슐라이프하임 폰 줄스포르트에게 야자수 잎으로 만들어진 어떤 희귀한 책자 한 권을 전합니다. 이 책에는 어느 무인도에서 은둔하며 사는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가 씌어져 있는데, 책갈피는 종이 부족으로 인하여 야자수 잎으로 엮어 만든 것이었습니다.

 

친애하는 K, 소설이 재미있었는지요?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 속에 담았는데, 이 작품은 현대적 의미에 있어서 발전 소설에 속합니다. 소설은 1인칭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역사적 사건에 대해 거리감을 취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소설적 화자는 주인공의 행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문학적 현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거리감을 취하게 하지요. 이로써 소설은 고해의 일상사로부터 벗어나 기독교 사상으로 회귀하려는 작가의 의중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은자로 출발하여, 은자로 삶을 끝내는 사실은 그 자체 의미심장합니다. 작품 속에 삽입되어 있는 몇몇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소설은 전체적 구도에 있어서 “순진함 (은둔자), 바보스러움 (바보), 죄 (군인), 형벌 (농부), 참회 (순례자), 결말 (은둔자)”의 순서를 보여줍니다. 이는 그 자체 고전적 비극의 틀을 그대로 답습한 것입니다.

 

친애하는 K, 소설은 전체적으로 볼 때 주어진 현실을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고통스럽고 슬픈 비극적 현실은 궁극적으로 볼 때 기독교적 의미에서의 찬란한 천국으로 향하기 위한 과도기의 과정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제반 삶은 결국 일시적인 과도기로 묘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림멜스하우젠의 바로크 시인들이 느낀 비애의 감정은 바로 고해의 현실 속에서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더 나은 천국의 삶에 대한 갈망에 의해서 순화되고 있습니다. 지상의 고통의 삶을 순간적 과도기로 간주하고, 천상의 찬란한 평화를 영원한 안식으로 이해하려는 태도- 바로 이것이야 말로 바로크 예술의 궁극적 자세였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