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그림멜스하우젠의 "심플리치시무스" (1)

필자 (匹子) 2022. 2. 3. 10:03

친애하는 K, 오늘은 바로크 시대에 가장 잘 알려진 소설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한스 야콥 크리스토프 폰 그림멜스하우젠 (1621? - 1676)의 장편 소설 『모험적인 독일의 짐플리치시무스 (Der abentheurliche Simplicissimus Teutsch)』입니다. 이 작품은 30년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데, 주인공 짐플리치우스 짐플리치시무스의 모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1668년에 방언이 섞인 책 5권으로 맨 처음 간행되었습니다. 미리 두 가지 사항을 전할까 합니다. 그 하나는 이 작품이 바로크 시대에 나타난 가장 훌륭한 장편소설이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작품은 고해의 삶 자체를 죽음 이후의 세계로 향하는 출구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독일문학에서 처음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듬해 프랑크푸르트의 게오르크 뮐러라는 어느 출판업자는 이 책을 해적판으로 간행하였고, 펠스에커는 1669년 가을 그리고 1671년에 이른바 “바로크 짐플리치시무스”라는 제목으로 책을 연이어 발간하였습니다. 친애하는 K,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원본보다 프랑크푸르트의 해적판이 비교적 독서하기 쉽게 기술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이 해적판이 당시에 작가의 양해 하에 간행되었는지 아닌지는 오늘날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림멜스하우젠은 뒤이어 소설 작품 『외국에서 일하는 여인 쿠라쉐 (Landsstörzerin Courasche)』등의 작품을 집필 발표했습니다. 이때 그는 이 작품들을 짐플리치시무스의 속편들이라고 규정하였지요. 여담이지만, 먼 훗날 브레히트는 쿠라쉐라는 인물을 염두에 두면서, 극작품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을 집필하게 됩니다.

 

친애하는 K, 『모험적인 독일의 짐플리치시무스』는 두 가지의 이질적인 문학적 전통을 수용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프랑스에서 유래한 풍자 유희 소설의 전통입니다. 예컨대 그림멜스하우젠은 프랑스의 풍자 유희 소설가 샤를 소렐 (Charles Sorel, 1602 - 1674)의 일련의 소설들을 극찬한 바 있지요. 일견 우스운 이야기는 주제 상으로 볼 때 비극적 내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다른 문학적 전통으로서 우리는 스페인의 “피카레스크 (사기꾼)” 소설 내지 악한 소설을 들 수 있습니다. 가령 작가 미상인 작품 『토르메스 출신의 라차리오 (La vida de Lararillo de Tormes)』라든가, 마테오 알레만의『방랑자 구즈만 (Guzmán de Alfarache)』등을 생각해 보십시오. 에스파냐의 이 작품들은 당시에 아에기디우스 알베르티누스에 의해서 번역되어 독일에서 널리 퍼졌습니다.

 

책의 맨 처음에 그림멜스하우젠은 호라티우스가 고전적인 규칙을 패러디하려는 목적으로 그의 “시 예술 (ars poetica)”에서 묘사한 바 있는 우화적 존재를 내세우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습니다.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는 기독교적 의미에서 “우리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함”이라고 암시합니다. 이제부터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주인공, 짐플리치우스는 이름 그대로 “단순한 젊은이”입니다. 작품은 주인공이 겪은 수많은 우여곡절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는 열 살 때 30년 전쟁을 체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고향 스페사르트의 농가는 군인들에 의해 습격당합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숲으로 도피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짐플리치우스는 숨어서 살고 있는 은둔자를 만나, 2년간 기독교의 가르침을 받습니다.

 

은둔자가 별세한 뒤에 주인공은 하나우 (Hanau)로 떠납니다. 이때 스웨덴 출신의 도시 사령관은 짐플리치우스를 자신의 심부름꾼으로 삼습니다. 주인공이 너무나 솔직하고, 기독교의 계명을 입에 담을 정도로 수다스럽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그를 바보의 지옥 축제에 광대로 선택합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송아지 껍질을 뒤집어쓰고 돌아다닙니다. 이 와중에서 주인공은 크로아티아 사람들에 휩쓸리다가, 결국 황제 군대에 가담하게 됩니다.

 

황제 군대의 사령관은 바보 행세를 하고 살아가는 짐플리치우스를 어느 가정교사에게 맡겨두는데, 이곳에서 주인공은 가정교사의 아들 “울리히 헤츠브루더”라는 젊은이를 사귑니다. 막데부르크에서도 주인공의 바보 행세는 변함이 없습니다. 어느 날 가정교사는 이교도에 의해서 살해되고, 주인공은 몰래 여자로 변장한 채 죽음의 위기를 벗어납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헤츠브루더와 함께 수녀원에 있는 용의 기사의 말을 돌보면서 추운 겨울을 보냅니다. 이때 짐플리치우스는 다행히도 수녀원의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주인인 용의 기사에게서 검술을 익히게 됩니다.

 

뒤이어 짐플리치우스는 소에스트의 사냥꾼으로서 그리고 자신 역시 용의 기사로 활약합니다. 이때 그는 우연히 자신이 “주피터 신”이라고 자처하는 몽상가를 만나, 함께 방랑합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립슈타트에서 6개월을 보내는데, 우여곡절 끝에 본의와는 상관없이 결혼하게 됩니다. 자신의 아내는 어느 농부의 딸로서 일자무식이지만 후덕한 여자였습니다. 그미와 함께 살면, 이 세상 근심은 느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아내를 떠나 다시 방랑합니다. 이 세상 어딘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립슈타트를 몰래 빠져나온 주인공은 자신이 몰래 쾰른에다 숨겨둔 보물을 찾기 위해서, 길을 떠납니다. 그러나 보물을 보관하고 있는 은행가가 파산 선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나중에야 접합니다. 보물을 찾으려는 그의 노력은 그로써 수포로 돌아갑니다. 주인공은 도중에서 두 명의 귀족을 만나, 그들을 따라 파리로 향합니다. 귀족 가운데 한 사람은 “라우테”라는 고대 악기의 연주자였습니다. 그는 루브르에서 희극 공연에 출연하게 되는데, 이로써 번 돈으로 세 사람은 8일간 아름다운 파리의 여자들과 환락의 나날을 보내며 즐깁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