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슈나벨의 "펠젠부르크 섬" (2)

필자 (匹子) 2021. 12. 10. 09:26

(앞에서 이어집니다.)

 

7. 개별 작품들: 다시 한 번 4권의 내용을 요약정리해 보겠습니다. 제 1권은 알베르투스 율리우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펠젠부르크 섬에 정착하게 된 계기와 과정 등이 차례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제 2권과 3권은 펠젠부르크 섬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들, 개척자로서의 율리우스 알베르투스의 역정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유럽 여행 등이 차례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제 4권은 섬에 온존하고 있는 전쟁의 위험성 그리고 여러 가지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자전적 이야기 속에 국가적 시스템 그리고 이에 대한 논의들이 중첩적으로 뒤엉켜 있다는 사실입니다.

 

9. 주인공 에버하르트 율리우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에버하르트 율리우스로서, 영웅, 알베르투스 율리우스의 동생의 손자입니다. 에버하르트는 독일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1725년에 끔찍한 고통을 연이어 겪어야 했습니다. 그해에 어머니가 사망하고,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볼프강이라는 선장이 찾아와서, 멀리 떠나계신 할아버지, 알베르투스의 소식을 전해줍니다. 즉 알베르투스 율리우스는 97세의 나이로 펠젠부르크 섬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고 있는데, 죽기 전에 꼭 독일에서 살아가는 자손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에버하르트는 언젠가 할아버지가 행방불명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멀리 펠젠부르크 섬에서 생존하고 계신다는 소식은 마치 꿈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몇몇 사람들과 함께 펠젠부르크라는 미지의 섬으로 떠나게 됩니다. 이러한 계기는 주인공의 동행자 가운데에는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슈멜처, 외과의사로 일하는 크라머 (이 사람은 작가와 매우 흡사한 인물입니다.), 수학에 골몰하는 리츠베르크 그리고 목수로 일하는 라데만 등이 있었습니다.

  

 

 

슈나벨의 펠젠부르크 섬은 대작이다.

  

10. 알베르투스 율리우스의 공동체: 알베르투스는 자신의 손자를 포함한 섬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파란만장한 역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줍니다. 그는 일찍이 독일에서 조실부모하고 살아갈 길이 막막했는데, 어느 선량한 수사가 나타나 그를 보살펴줍니다. 주인공은 수사의 도움으로 늠름한 사내로 성장합니다. 어느 날 알베르투스는 네덜란드로 떠납니다. 반 로이벤이라는 이름을 지닌 귀족이 하인을 구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갑니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어떤 놀라운 사건이 휩싸입니다. 반 로이벤은 어느 미모의 여성, 콘코르디아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주위의 시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주인공에게 연애편지를 전하라는 밀명을 내립니다. 알베르투스는 편지를 전하는 도중에 어쩔 수 없이 그미와 독대하게 됩니다. 콘코르디아 역시 수려한 사내, 알베르투스에게 마음을 완전히 빼앗깁니다. 그렇지만 그미는 반 로이벤의 청혼을 거절하고, 주인공과 결혼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가부장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남자에게 의존하여 살아가는 한 명의 여성으로서 자신의 뜻대로 마음에 드는 사내와 결혼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반 로이벤은 포근한 봄날 콘코르디아와 약혼식을 거행합니다. 그런데 그는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온 갈망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신대륙에서 새롭고도 멋지게 살아가는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반 로이벤은 결혼식을 연기합니다. 알베르투스는 그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모든 것을 체념하며, 그냥 살아가기로 작심합니다.

 

11. 파울로와 프란체스카, 애정의 삼각관계: 알베르투스와 콘코르디아는 제각기 상대방에게 깊은 연정을 느끼고 있었으나, 이들의 사랑은 사회적 제약으로 인하여 쉽사리 결실을 맺지 못하는 형국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들 사이에는 반 로이벤이라는 남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알베르투스의 주인이며, 콘코르디아와 결혼하기로 내정되어 있었습니다. 알베르투스는 쓰라린 마음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단테 Dante의 『신곡 Divina Commedia』(1321)에서 다루어진 바 있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비극적 사랑을 연상시킵니다. 말라테스타 출신의 시민, 지오반니는 청순한 여자 프란체스카에게 청혼하고 싶었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서 동생 파올로에게 이 일을 시켰습니다. 파올로는 형의 부탁을 수행하는 과정에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되는데,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결혼 후에 지오반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어 끝내 프란체스카를 살해하게 됩니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사이의 애틋한 사랑은 많은 예술 작품 속에서 다루어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슈나벨이 불행한 연인의 비극을 자신의 소설에서 놀라운 해피엔딩으로 변화시켰다는 사실입니다.

 

12. 풍랑과 난파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세 사람은 서인도로 떠나는 범선에 승선합니다. 주인공은 말하자면 반 로이벤의 시종처럼 행동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범선은 대서양에서 폭풍우를 만나 결국 뒤집히게 됩니다. 이로 인하여 범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조리 몰살당하고, 불과 네 명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반 로이벤, 알베르투스, 콘코르디아 그리고 프랑스 출신의 선장 레멜리가 네 명의 생존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이 깨어난 곳은 다름 아니라 어느 기이한 섬의 해안가였습니다. 멀리서 볼 때 섬은 매우 험상궂지만, 사실 그곳은 낙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온화한 기후로 인하여 온갖 과일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선장, 레멜리는 교활하고 음탕한 사내였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처녀, 콘코르디아에게 흑심을 품고, 반 로이벤을 제거하려고 결심합니다. 선장은 절벽을 지나치다가 뒤돌아보던 반 로이벤을 슬쩍 밀어뜨려, 절벽 아래로 추락하게 만듭니다. 반 로이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맙니다. 앞에서 걸어가던 두 사람은 선장이 로이벤을 살해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다음 날 선장 레멜리는 자신의 본색을 드러냅니다. 어두운 밤을 이용하여 야자나무 아래에서 취침하던 콘코르디아를 겁탈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때 알베르투스는 이를 알아차리고 선장에게 달려듭니다. 두 남자 사이에 격렬한 격투가 벌어집니다. 주인공은 끝내 자신의 단검으로 선장을 찌릅니다. 레멜리 선장은 피를 흘리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집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주인공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서서히 죽어갑니다.

 

(뒤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