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렌츠의 가정교사 (2)

필자 (匹子) 2021. 10. 4. 08:54

이제 작품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제 1막: 무대는 18세기 70년대 동프로이센 지역의 인스터부르크라는 마을입니다. 신학대학원생 로이퍼는 마을의 공립학교에 교사로 채용해 달라고 청원합니다. 이때 추밀원 고문관 폰 베르크는 로이퍼로 교사 채용을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시민계급 출신이라는 사실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가정교사로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극작가는 가정교사를 “로이퍼 Läuffer”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로이퍼”란 귀족이나 기사들이 말을 타고 달릴 때 뒤에서 말과 함께 달리는 보병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극작가는 평민에 해당하는 주인공의 신분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로이퍼는 추밀원 고문관의 동생인 폰 베르크 소령의 집에서 그의 아들 레오폴트를 가르치게 됩니다.

 

레오폴트는 머리가 나쁘고 멍청하며, 나중에 군인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니 개인 교습의 효과가 나타날 리 만무합니다. 이로 인하여 로이퍼는 원래 약속한 금액의 절반인 150 두카텐밖에 받지 못합니다. 대신에 폰 베르크 소령의 딸 구스첸에게 종교와 그림그리기를 추가로 가르치게 됩니다. 물론 구스첸을 가르치는 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구스첸을 집적거려서는 안 된다는 게 조건이었습니다. 폰 베르크 소령은 행여나 자신의 곱디고운 딸을 건드리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고 로이퍼를 협박합니다. 그는 자유주의의 사고를 지닌 추밀원고문관 폰 베르크와는 달리 자신의 기분과 필요성에 따라서 가정교사를 마치 하인처럼 부려먹습니다. 이를테면 “가정교사는 길들여진 자로서 귀족의 모임에서 어떠한 말도 섞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폰 베르크 소령은 보수적 귀족 출신의 근엄한 군인입니다.

 

그런데 구스첸은 비밀리에 자신의 사촌오빠인, 추밀원 고문관의 아들인 프리츠와 묘한 애정 관계에 얽혀 있었습니다. 프리츠와 구스첸은 비밀리에 만나서 서로 키스하고 애무하곤 했는데, 이는 결국 사람들에게 발각되었습니다. 부모들은 남을 의식하면서 사촌 사이의 묘한 애정 관계를 몹시 껄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두 사람을 떼놓으려고 프리츠를 할레로 보내려고 계획하였습니다. 프리츠가 할레에서 대학을 다니면, 두 사람 관계는 멀어지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리츠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낙제하게 되었고, 구스첸과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게임을 벌이면서 각자 부모에게 적대적 자세로 대항하고 있습니다.

 

 

 

 

로이퍼 역을 맡은 니클라스 코르트 Niklas Kohrt, 옆에는 소령 부인이 열연하고 있다.

 

제 2막: 수십 개월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프리츠는 1년 전부터 할레 대학에 다니지만, 구스첸을 몹시 그리워합니다. 친구, 페투스는 상사병에 걸린 친구의 마음을 돌려주려고 다른 여학생을 소개해주지만, 별 효과가 없습니다. 프리츠는 몹시 우스꽝스럽고 불쌍한 인간입니다. 그는 여주인이 자신에게 꼼짝하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정작 그미 앞에서는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행동합니다. 페투스는 더운 여름 오페라를 관람하려고 정장을 고르는데,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이 없어서 털옷을 입고 외출합니다. 이때 그는 개들의 습격을 받고 봉변을 당할 정도입니다.

 

다른 한편 로이퍼는 하이데브룬이라는 영지에서 구스첸에게 종교과목을 가르칩니다. 로이퍼의 월급은 다시금 40 두카텐 정도 삭감됩니다. 이때 14세의 처녀는 가정교사의 눈에 아름다운 꽃봉오리로 비칩니다. 연정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신을 하인처럼 부려먹는 폰 베르크 소령에 대해 심리적으로 보복하고 싶었을까요? 어쨌든 로이퍼는 구스첸을 황급히 끌어안습니다. 구스첸 역시 포옹과 애무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로이퍼는 제자와 사랑에 빠진 게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스스로를 달랩니다. 40 두카덴 정도의 삭감된 월급은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홍등가에서 해결하던 자신의 성욕을 구스첸에게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스첸은 로이퍼를 통해서 자신이 진짜 여성이 된 느낌이 듭니다. 그들은 만날 때마다 살을 섞습니다. 나중에 구스첸이 임신하게 된 것은 필연적 귀결이었습니다. 다른 한편 프리츠는 할레에서 페투스의 보증을 섭니다. 왜냐하면 페투스는 자신의 빚을 갚지 못해서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리츠는 친구를 대신하여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페투스는 아버지로부터 어떠한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음을 알아차렸을 때 절망적 상태에 빠져서 자살을 시도 합니다. 그의 자살은 친구 볼베르크의 방해로 미수에 그치게 됩니다.

 

제 3막: 베르크 소령의 부인은 딸 구스첸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혼절합니다. 소령은 로이퍼에 대한 노여움을 주체할 수 없어서 극도의 광기를 드러냅니다. 딸을 건드린 그놈을 요절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로이퍼는 일단 소나기는 피하라고, 도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그는 공립학교의 학교선생 벤체스라우스의 집에 은신하게 됩니다. 구스첸 역시 가출하여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어버립니다. 제 3막과 제 4막 사이에는 몇 년의 시간적 차이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베르크 소령은 오랫동안 딸의 소식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가출하여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있자니, 억장이 무너질 것만 같았습니다. 차라리 러시아 오스만 전쟁 (1768 - 1774)에 참가하여 장렬하게 전사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추밀원 고문관의 처지 역시 동생과 비슷합니다. 아들 프리츠가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다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출옥 이후 친구들과 동적을 감추고 만 것입니다. 폰 베르크 소령은 형님과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을 위로합니다. 그는 가족 붕괴를 피부로 느끼며, 조카 프리츠를 불한당으로, 딸 구스첸을 길거리의 창녀로 간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