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슈나벨의 "펠젠부르크 섬"(1)

필자 (匹子) 2021. 12. 10. 09:25

    

1. 공동의 찬란한 삶을 꿈꾸는 계몽주의 유토피아: 친애하는 S, 오늘은 요한 고트프리트 슈나벨 (Johann Gottfried Schnabel, 1692 - 1760)4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펠젠부르크 섬에 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방대한 소설 작품은 1731, 1732, 1736년 그리고 1743년에 기잔더 Gisander”라는 가명으로 차례로 출간되었습니다. 작품은 오랫동안 읽혀진 독일의 장편 소설인데, 작품의 해석은 무척 다양합니다. 혹자는 작품이 정치적 체제를 중시하지 않는 문화적 유토피아(Brüggemann)로 평가하는가 하면, 혹자는 작품에서 현실 도피를 강조한 유토피아의 요소” (Mayer)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나아가 슈나벨의 작품은 동시대의 절대 왕정 체제를 재생산” (Knopf)하고 있거나, 반 절대주의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슈나벨의 작품이 새롭게 발견된 섬을 소재로 한 유토피아의 소설이라는 사실입니다.

 

4. 작가의 이력: 일단 작가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슈나벨은 조실부모하여 주변의 친척 집에서 자라고 성장하였습니다. 그는 할레에 있는 학교에 다니다가, 십대에 이발 기술을 배워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1709년부터 1717년까지 슈나벨은 군대에 입대하여 일반 전투병으로서 여러 지역을 전전하였습니다. 심지어 1701년부터 1714년 사이에 발생한 에스파냐 전쟁에 참가하기도 하였으니까요. 자고로 젊은이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면 사회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슈나벨은 주위의 군인들로부터 수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이러한 이야기들은 자신의 문학적 소재로 작용하기도 하였습니다. 1724년에 그는 부인과 자식들을 데리고 하르츠 근처의 스톨베르크에 정착하였습니다. 1731년부터 1738년까지 슈나벨은 스톨베르크 신문을 간행하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문학 작품들을 집필하여 발표하게 됩니다. 이때 발표된 문헌은 몇몇 선원들의 기이한 꿈이라는 사부작으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 권으로 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1828년 낭만주의 작가인 루드비히 티크 Ludwig Tieck는 작품을 다듬어서 펠젠부르크 섬이라는 제목으로 처음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작품은 1000페이지에 달랑 정도로 매우 방대합니다.

  

 

 

 

  

5. 작품의 제목은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작품의 원래 제목은 다음과 같이 엄청나게 깁니다. 제목을 읽으면 우리는 소설의 내용을 모조리 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선원들이 체험한 기상천외한 이야기, 선원들 가운데에는 작센에서 태어난 알베르투스 율리우스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18세의 나이에 선원으로 항해하여, 악천후로 배가 난파되었을 때 어느 기괴함 섬의 암벽으로 내던져졌는데, 바로 그곳 위로 등반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자신을 따르던 처녀와 결혼하게 되었고, 300명 이상의 수많은 영혼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는데, 땅을 훌륭하게 개간하고, 우연히도 놀라울 정도로 휘황찬란한 사물들을 얻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독일에서 찾아온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으며, 1728년 그의 나이 100세가 되었을 때 여전히 생기가 넘치고 건강을 유지했으며, 그리고 추측컨대 어느 시기까지 살았는데, 그의 체험담은 독자들이 즐거운 흥취를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 자신의 남동생 아들의, 아들의 아들인 기이한 독자인 에버하르트 율리우스에 의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며, 결국 원고는 출간을 목적으로 기산더라는 이름의 출판업자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6. 가상적인 섬을 통한 간접적인 사회 비판: 슈나벨의 작품은 난파의 모티프를 바탕으로 하여, 어떤 바람직한 국가의 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유럽의 후기 봉건사회에서는 온갖 권력 다툼을 위한 간계와 음모가 온존하고 있었습니다. 슈나벨은 이러한 추잡한 현실과는 정반대가 되는 상을 작품을 통해서 다루었습니다. 말하자면 작품에 반영된 것은 약 스무 명의 선원들의 이전 삶 그리고 전원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질서입니다. 슈나벨이 묘사한 이러한 상은 시민주의 문화의 선구적 모습으로 이해되기도 하였으니까요.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럽 사회를 떠나온 중간계급 내지 하층민계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슈나벨은 유럽 사회에 남아 있는 가난, 전쟁, 처형, 감금, 강도 살인, 종교적 탄압 그리고 윤리적 파괴 현상 등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항은 이들이 로빈슨 크루소의 경우처럼 망명한 사람들이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의 피난처로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펠젠부르크 섬은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망명지가 아니라, 더 이상 원래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을 완전히 가시게 하는 새로운 안식처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Gnüg: 107).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