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슈나벨의 "펠젠부르크 섬" (3)

필자 (匹子) 2021. 12. 10. 09:27

(앞에서 이어집니다.)

 

13. 펠젠부르크 공동체의 탄생 배경: 섬 펠젠부르크에서 남은 사람은 알베르투스와 콘코르디아,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알베르투스는 섬세한 마음을 지닌 선량한 남자였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미의 안녕을 지켜주겠노라고 맹세합니다. 두 남녀는 축복받은 섬에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어느 날 그들 사이에서 딸이 태어납니다. 어느 날 콘코르디아는 주인공의 탄식을 엿듣게 됩니다. 알베르투스는 낯선 섬에서의 생활에서 고독을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미는 알베르투스에게 결혼을 요청합니다.

 

알베르투스의 가족은 아홉 명으로 늘어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몇몇 난파당한 사람들이 이곳으로 당도하게 되었으며, 성 헬레나 섬에서 혹은 다른 지역에서 몇 쌍의 부부가 펠젠부르크로 건너옵니다. 나중에는 유럽 사람들도 이곳에 정주하기 위하여 범선을 타고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공동체는 몇 세대로 이어오는 가운데 점점 커져갔습니다. 심지어는 펠젠부르크 섬 근처의 작은 섬에도 사람들이 거주할 정도가 되었으며, 이곳의 여러 보물들 그리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여러 가지 물품들을 유럽 전역으로 수출하게 되었습니다.

 

14. 펠젠부르크 섬의 공동체 국가 유토피아: 놀라운 것은 섬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바로 공동체의 설립자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공동체는 알베르투스 가족의 역사로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9명의 가족을 거느리는데, 이 숫자는 성서에 나오는 가족의 모티프와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펠젠부르크 섬은 하나의 가능한 미래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섬은 외부로부터 고립되어 있는데, 이곳에서의 공동체의 삶은 기존하던 17세기의 유럽에서의 생활과 대립하는 것입니다.

 

주인공 알베르투스는 사악한 선장 레멜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시대는 변화되었어요. 그대의 명령은 이제 더 이상 효력이 없어요.(Schnabel: I. 148). 이 말은 과거 유럽 대륙의 모든 계급과 관습은 새로운 섬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여기서 우리는 섬의 공동체가 유럽 사회와는 전혀 다른 사회적 질서에 의해서 영위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펠젠부르크 섬이 외부로부터 차단되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펠젠” 즉 암벽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다른 문학 유토피아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는 사유재산 제도가 철폐되어 있습니다.

 

 

15. 일부일처제의 가부장 사회: 펠젠부르크 공동체는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는 유럽의 절대 왕정 체제와는 분명히 다릅니다만, 그럼에도 군주 국가의 면모를 은근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알베르투스는 가족에게는 아버지이자 왕과 다름이 없습니다. 공동체는 일부일처제를 하나의 이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회의 체제의 바탕은 가족 단위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모든 가족들은 가부장주의를 표방하며, 가장을 가족의 우두머리로 숭상하며 살아갑니다.

 

여성들에게는 정치에 참가할 권한이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콘코르디아는 왕비와 다를 바 없는 존재이지만, 정책을 위한 인민 회의에서 처음부터 배제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이상은 성스러운 가족구성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민회의에서는 9 명의 의원, 3 명의 감찰관 그리고 1 명의 대표를 선출합니다. 이들은 공동체의 모든 문제를 토의하고 결정하며, 정책을 집행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16. 농업의 자급자족 경제: 섬의 기후는 온화하므로 땅을 개간하면, 사람들은 많은 곡식과 열매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펠젠부르크 공동체는 놀고먹는 사회와는 엄청난 거리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섬사람들은 자원을 아끼고, 절약하며 금욕적으로 살아갑니다. 그들은 힘을 합쳐서 운하를 건설하고 다리를 준공하였습니다. 나아가 아름다운 정원이 만들어지고, 곡물 창고 그리고 짐승들의 우리를 축조하였으며, 비탈 밭에 포도나무를 심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노동을 찬양하는 슬로건을 실천한 결과로 이해됩니다. (Schnabel: 66).

 

섬의 구도는 기하학적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도시 계획에 있어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의 보존이 무엇보다도 중시되고 있습니다. 화폐는 사유재산이 용인되지 않는 관계로 더 이상 통용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금과 은 그리고 귀금속을 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귀금속들은 섬을 개간하는 데 전혀 유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Schnabel: 208). 만약 누군가 이곳에서 살고 싶으면, 그들은 펠젠부르크 공동체의 인민회의의 심사를 받습니다. 이를테면 유럽에서 사악한 일을 저지른 자 내지 살인자는 결코 섬의 주민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섬의 주민들은 에스파냐의 “정복자 Conquistador”들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있습니다.

 

17. 질서 속의 향유, 노동과 여가시간: 펠젠부르크 주민들은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면서 살아갑니다. 그들은 결코 흥청망청 놀고먹는 방종의 삶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가족의 축제는 즐거움과 풍요로움 속에서 전개되지만, 질서 잡혀 있습니다. 따라서 섬사람들이 도취와 환락에 사로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주어진 국가와 가부장의 질서에 대해 부담을 느끼거나 저항하지 않고, 삶을 향유합니다.

 

노동 시간과 여가 시간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이를 철저히 구분된 것으로 의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의 노동은 소외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우므로 노동이 바로 유희요, 유희가 바로 노동입니다. 여가 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무언가 배우려고 하면서 동시에 휴식을 취하거나 즐거운 대화를 나눕니다. 따라서 펠젠부르크 섬사람들이 노동과 여가 시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뒤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