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서로박: 마키아벨리의 "만드라골라" (2)

필자 (匹子) 2021. 12. 8. 10:23

마키아벨리와 그의 아내 사라 뒤낭

 

5. 무대의 언어, 피렌체 방언: 마키아벨리는 실제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시기에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사실 『만드라골라』는 그의 첫 번째 희극작품에 해당합니다. 물론 1504년에 그는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에 착안하여 「가면들Le maschere」를 집필하였습니다만, 이 작품은 오늘날 전해 내려오지 않습니다. 물론 마키아벨리는 테렌티우스Terenz의 「안드리아Andria」를 피렌체 방언으로 번역한 바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작품을 쓰기 이전에 무대에 활용될 수 있는 이탈리아어 방언에 관해서 숙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그의 논문 「언어 혹은 우리 언어에 관한 대화discorso o dialogo intorno alla nostra lingua」에 자세히 언급됩니다. 이 문헌은 나중에 1524년에 마키아벨리의 아들, 베르나도에 의해서 발표되었습니다. 실제로 마키아벨리가 작품에 도입한 무대 위의 대화는 피렌체 방언으로 기술되었는데, 그 자체 참신한 면을 드러냅니다. 마키아벨리는 일부 등장인물로 하여금 방언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등장인물의 이질적 계층 내지 다양한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게 하였습니다.

 

6. 등장인물, 티모테오: 작품에서 재미있는 인물 가운데 우리는 루크레치아의 고해신부, 티모테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고, 칼리마코가 쳐 놓은 그물에 얽히게 되는데, 나중에는 주인공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참가합니다. 가령 티모데오는 칼리마코를 루크레치아의 동침 상대로 결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경건한 신앙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수완과 파렴치한 면모를 지닌 고해신부입니다.

 

이를테면 티모데오는 단순하고 무식한 리키아와 같은 족속들이 피렌체의 상류층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싫어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특히 루크레치아가 임신할 경우 니키아로부터 고액의 헌금을 받는 데 대 대해 매우 흡족해 합니다. 티모테오는 독백의 장면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면서, 극작가, 마키아벨리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키아벨리 특유의 교활하고 음흉한 기지가 번득이고 있습니다.

 

7. 루크레치아 새로운 시대의 여성: 루크레치아는 불과 네 차례 무대 위에 등장합니다. 우리는 그미의 태도에서 마키아벨리의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원래 루크레치아는 기원전 6세기 로마의 귀부인이었는데, 사악한 한량에 의해 겁탈당한 다음에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결한 실존인물입니다. 마키아벨리는 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의 역사서에 근거하여 그미를 일부러 루크레치아로 명명하였습니다. 가령 작품에서 고해신부 티모테오는 루크레치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죄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의지일 뿐, 인간의 몸은 결코 아니지요.” 이 말은 리비우스를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명예의 문제에 있어서 등장인물, 루크레치아가 과거의 루크레치아와 동일한 생각을 지닌다고 여기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과거의 루크레치아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겁탈당한 다음 자결했지만, 등장인물, 루크레치아의 명예는 그미의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명예, 다시 말해서 관습에 의존하려는 체제 순응적 태도에서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마키아벨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극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루크레치아가 낯선 남자와 정을 통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과거의 미덕이 이미 변해 버린 현재의 실상을 더 이상 포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알리는 일입니다.

 

등장인물 칼리마코는 교활하고, 그미의 남편은 어리석기 이를 데 없습니다. 루크레치아의 어머니는 단순하며, 고해신부는 파렴치한 태도를 감추지 않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루크레치아는 무엇보다도 진취적으로 생각하면서, 더 나은 삶의 형태를 발견하려고 합니다. 그미가 남편에 대한 정조를 고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주어진 계율을 어기고 있지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사랑하는 임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어떤 현대적 사랑의 신선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8. 작품의 혁명성: 마키아벨리의 『만드라골라』는 겉으로는 바람둥이의 우스운 이야기를 전해주지만, 속으로는 과거 사회 그리고 현대 사회 사이에 온존하는 관습적 차이점을 강조하려 했습니다. 가령 주인공 칼리마코는 피렌체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로부터 버려져서 파리에서 자라난 젊은 흙수저입니다. 이에 비하면 니키아는 피렌체에서 모든 행운을 누리면서 생활하는 나이든 금수저입니다.

 

전자가 전근대적이고 정치적으로 보수화되어 있는 이탈리아 사회를 갱신시키려는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와 같은 인물에 비교될 수 있다면, 후자는 마키아벨리가 오랫동안 모시던 최고 행정관, 곤팔로니레 소데리니Gonfaloniere Soderini와 같은 인물에 비교될 수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두 사람의 근본적인 이질성을 지적함으로써, 사회 내지 사회적 관습이 변화되기를 은근히 자극했습니다. 어쨌든 마키아벨리의 작품은 대 성공을 거두었고, 지속적으로 공연되었습니다. 당시에 무대 장치에 커다란 공헌을 한 화가로서 안드레아 델 사르토를 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