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서로박: 마키아벨리의 "만드라골라" (1)

필자 (匹子) 2021. 12. 8. 10:21

1. 극작가로서의 마키아벨리: 흔히 사람들은 니콜로 마키아벨리 (Niccolò Machiavelli, 1469 - 1527)를 『군주론』의 저자로 이해하고, 그를 이탈리아의 지식인 한 사람으로 파악합니다. 『군주론』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려는 목적으로 어떠한 술수와 간계조차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을 차근차근 기술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의 대표작을 읽으면,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권력자의 속내를 간파할 수 있음을 역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마키아벨리는 이판이 아니라 사판의 삶을 살아가면서, 명성을 드높인 적도 있었고, 6년 동안 비참하게 망명생활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사항은 우리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즉 마키아벨리가 군주의 사악하고 음험한 술수를 기술한 지식인이기 이전에, 문필가 내지 극작가였다다는 사항 말입니다. 물론 그의 작품의 수는 많지 않지만, 5막으로 이루어진 산문 희극, 『만드라골라Mandragola』는 후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작품은 추측컨대 1518년 초에 집필되었습니다. 작품은 그해 카니발이 개최되던 2월에 피렌체에서 초연되었습니다.

 

2. 피렌체와 주인공 칼리마코, 새로운 인물: 작품의 주인공은 칼리마코라는 사내인데, 파리에서 성장하여 고향인 이탈리아로 되돌아옵니다. 당시 샤를 8세는 이탈리아를 침공하여, 어쩔 수 없이 이탈리아로 이주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칼리마코는 피렌체로 향하는 도중에 루크레치아라고 하는 아름다운 여성에 관한 여러 가지의 소문을 전해 듣습니다. 그미는 나이 많은 부유한 시민 니키아와 6년 전에 결혼했습니다.

 

니키아는 불혹이 훌쩍 넘은 나이의 사내인 반면에, 루크레치아는 이제 이십대의 꽃봉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루크레치아는 절세 미모의 여인일 뿐 아니라, 결코 근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결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루크레치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주인공은 어떠한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그미를 자신의 정인으로 삼으리라고 결심합니다. 그런데 루크레치아는 다른 젊은 여인들과는 달리 축제에 참가하지 않고, 집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칼리마코는 만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3. 만드라골라, 최음제: 일단 칼리마코는 니키아의 주변 인물들을 수소문합니다. 니키아에게는 뚜쟁이 내지 결혼 소개자로 살면서, 무위도식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리구리오인데, 니키아의 집에서 식객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일단 리구리오를 만나서 자신의 의향을 전합니다. 부유한 니키아의 집을 방문하게 된 것도 리구리오의 도움 덕택이었습니다. 칼리마코는 자신을 저명한 의사라고 소개하면서, 니키아와 인사를 나눕니다. 니키아는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떠한가? 하고 주인공에게 진찰을 의뢰합니다. 이때 칼리마코는 진찰을 위해 리키아와 루크레치아의 오줌을 받아오라고 명합니다. 검사를 마친 뒤에 칼리마코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결혼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자식이 없다는 것은 니키아가 정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를 치료하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온천 지역으로 여행하여 그곳에서 목욕재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동침 전에 부인으로 하여금 목욕하게 하면서, 알라우네, 즉 최음제를 복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음제를 복용하는 여인은 반드시 한 가지 사항을 주의해야 합니다. 최음제는 이상한 효력이 있는데, 그것을 들이 마시고 복용한 여인은 흥분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과 동침한 첫 번째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입니다. 동침하는 남자는 날이 새기 전에 반드시 침실을 떠나야 참사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최음제로 활용되던 만드라골라의 모습

 

4. 동침을 위한 간계: 이 말을 듣는 순간 니키아는 일순간 전전긍긍합니다. 자신의 후사를 얻으려고 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 그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했던 것입니다. 이때 사기꾼 의사로 변장한 칼리마코는 한 가지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아내에게 최음제 섞인 목욕물에 목용하게 한 다음, 휴양 지역에 서성거리는 행인 가운데 한 사람을 물색하여, 아내, 루크레치아의 침실 안으로 들어가도록 조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남편은 아무런 위험 없이 아내와 육체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니키아는 피렌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지만, 가장 어리석고 무식한 사람으로 작품에 등장합니다. 그는 주인공의 이러한 조언을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최음제 목욕의 계획에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걱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아내, 루크레치아가 이러한 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이때 교활한 리구리오가 다음과 같이 묘안을 제시합니다. 루크레치아의 어머니, 그미의 고해 신부, 티모테오가 미리 그미를 설득하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해피엔딩, 루크레치아의 깨달음: 모든 계획은 주인공이 제안한 대로 진척됩니다. 칼리마코는 행인으로 변장하여, 최음제를 복용한 루크레치아의 침실로 잠입하는 데 성공을 거둡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그는 티모테오로 하여금 칼리마코로 변장하게 하여 사냥을 떠나게 합니다. 그래야 니키아가 나중에 자신의 아내와 동침한 사람이 낯선 행인이라는 것을 믿게 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최음제를 복용하는 여인은 자신과 동침하는 첫 남자를 살해한다는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사실인즉 칼리마코가 사용한 것은 최음제가 아니라, 따뜻한 포도주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인공은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는 루크레치아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어떠한 계기로 침실에 들어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사랑이 깊으면 죽음을 각오하고 그미와 동침하려고 했는지 낱낱이 밝힙니다. 그밖에 니키아가 죽으면, 자신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자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태를 간파한 루크레치아는 칼리마코를 가만히 쳐다봅니다. 어쩌면 이 사내야 말로 주께서 자신에게 하사한 천생 배필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갑니다. 바로 이 순간부터 그미는 칼리마코를 자신의 주인, 남편 그리고 연인으로 받들기로 결심합니다. 뒤이어 루크레치아는 칼리마코를 자신의 대부가 되게 해달라고 남편에게 요청합니다. 그날 이후로 거짓 의사, 칼리마코는 니키아의 식객으로 그의 집에 머물면서,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루크레치아와 조우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루크레치아는 임신하게 되는데, 영문을 모르는 니키아는 자신의 대를 이을 자식이 태어나게 되었다고 기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