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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슈티프터의 늦은 여름 (2)

필자 (匹子) 2021. 1. 19. 06:51

아스퍼호프에 머무는 동안 하인리히는 마틸데 타로나 부인 그리고 그미의 딸, 나탈리를 알게 됩니다. 그들의 대화는 자연과 예술 그리고 역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마틸데는 가끔 주인공을 식사에 초대합니다. 마틸데의 영지는 남작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마틸데는 라이자흐 남작과 함께 이곳 교회 증축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땅을 개간하는 등 소도시의 발전을 위하여 공동으로 많은 일을 행하고 있었습니다. 마틸데의 영주의 정원 앞에는 멋진 분수가 위치하고 있었는데, 분수 한 가운데에는 하나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요정이 반라의 차림으로 또 다른 요정과 함께 두 명의 남자와 격렬하게 포옹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복합적인 사랑을 암시해주는 개체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하인리히는 점점 그들과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그는 나탈리에게 깊은 연정을 품게 됩니다. 하인리히는 그미의 손을 잡으면서 사랑을 고백합니다. 나탈리 역시 주인공을 세련되고 품위 있는 젊은이로 받아들입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약속합니다. 드디어 설레는 결혼식 전날이 다가왔습니다. 리자흐 남작은 신랑을 찾아옵니다. 이때 그는 주인공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대목은 소설의 마지막 단락으로서 회상 형식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라이자흐는 고아로 태어나 몇몇 독지가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녔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에 라이자흐 남작은 하인바흐라는 지역에서 부유한 상인인 타로나 집에 가정교사로 일했다고 합니다. 그는 상인의 아들 알프레트를 가르치면서 학비를 벌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때 라이자흐의 눈에 비친 것은 알프레트의 누나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남작은 마틸데에게 사랑을 품게 되고, 그미에 대한 지대한 사랑은 격정적인 포옹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두 사람은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죽을 때까지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맹세합니다. 일단 두 사람은 그들의 관계를 비밀로 하자고 약속합니다.

 

그렇지만 라이자흐로서는 모든 것을 마틸데의 부모에게 털어놓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마틸데의 아버지는 완고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남녀의 깊은 사랑을 일회적인 열정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출신을 알 수 없는 가난한 젊은 청년이 사윗감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틸데의 부모는 라이자흐에게 두 사람의 결별을 강하게 요구합니다. 라이자흐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고는, 사랑하는 처녀에게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통고합니다.

 

 

 

 

슈티프터의 명성을 말해주는 오스트리아 우표

 

 

 

친애하는 S, 하인바흐에 있는 마틸데의 집에는 온갖 장미가 만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꽃들은 마틸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의 증인과 같습니다. 결코 파괴되지 않으리라는 그의 사랑은 이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라이자흐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장미가시 하나를 꺾습니다. 가시가 그의 손에 박히고, 손가락에서 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라이자흐는 하인바흐를 떠나 대도시로 향합니다. 몇 번이고 자살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꿈에 죽은 어머니가 나타나 그의 자살을 방해합니다. 라이자흐는 모든 것을 잊고 공부합니다.

 

결국 그는 공직을 얻게 되고 경력을 쌓아나갑니다. 간간이 마틸데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올랐지만, 애서 지워버리려고 노력합니다. 라이자흐는 출세하여 커다란 명성을 얻고 많은 재산을 축적하게 됩니다. 어느 날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가기로 결심합니다. 직업적 삶은 오래 전부터 조용하게 학문을 연구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려는 그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입니다. 라이자흐는 아스퍼호프라는 별장을 구입하여 자신의 꿈을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영지의 담 벽에 장미나무를 심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장미는 재앙, 극복 그리고 혁신과 갱생에 대한 상징물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마틸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틸데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어느 남자와 마음에도 없는 결혼식을 올립니다. 마틸데는 딸을 낳게 됩니다. 그미는 딸을 사랑하지만, 남편에 대해 조금도 애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마틸데는 아들에게 구스타프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구스타프는 자신이 오래 전에 사랑했던 남자 구스타프 라이자흐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남편은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어느 날 마틸데는 우연히 장미가 가득한 라이자흐의 영지로 오게 됩니다. 이로써 두 사람은 20년이라는 오랜 이별 후에 다시 재회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리자흐 남작은 주인공에게 다음의 사실을 애써 강조합니다. 두 사람은 결혼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거주하면서 일종의 “늦여름의 사랑”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틸데는 자신의 아들 구스타프를 교육시켜달라고, 구스타프 폰 라이자흐에게 부탁하였다고 합니다.

 

 

 

 

슈티프터의 그림

 

아, 세상에는 수많은 애타는 사연들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라이자흐의 영지에 피어 있는 장미꽃들처럼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아마도 비련으로 인한 불행과 기쁨 그리고 절망 등은 나이든 사람들의 가슴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을 것입니다.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하인리히는 마틸데의 딸, 나탈리와 결혼식을 치르게 됩니다. 그런데 두 집안의 혼사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인리히의 여동생 클로틸데는 조만간 나탈리의 남동생 구스타프와 결혼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슈티프터는 불행이 오랜 시간 끝에 행복으로 바뀌는 과정을 문학적으로 멋지게 묘사하였습니다.

 

친애하는 S. 슈티프터의 소설은 인간의 사랑을 이상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주위의 여건은 사랑하는 남녀의 관계를 모조리 찢어놓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를 시간적으로 극복해냅니다. 슈티프터의 인물들은 순결하고 순수한 사랑을 갈구합니다. 남녀는 부끄러움을 타고 얼굴을 붉히곤 하지요. 키스는 사랑의 감정이 주체하지 못할 때 행해지는 행위로 나타날 뿐입니다. 그렇기에 슈티프터의 애정관이 전근대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늘날 남녀들은 두 사람 관계에 있어서 냉담한 태도를 취하면서 “우리 헤어져!” 하고 내뱉지 않습니까? 2012년 독일에서 천이백만 명이 싱글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전체 인구의 12%가 싱글로 살아가고, 많은 사람들이 바람직한 삶의 패턴으로 “싱글”을 꼽는다고 하니 세상이 많이 변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슈티프터의 문학을 시기 별로 살펴보기로 합니다. 초기에 그는 대부분의 작가처럼 인습적이고 숙명적인 입장을 고수하였습니다. 가령 "높은 지역의 숲", "압디아스" 그리고 "바보의 성, 프로코푸스" 등의 작품이 이에 해당합니다. 자연의 폭력, 정치적 사건에 대한 무관심, 고유한 심리 상태에서 비롯하는 파괴적인 힘 등에 대해 초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저 무기력할 뿐입니다. 중년기 시절에 슈티프터는 근원적 현실에 대한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와 반대되는 세계를 증명해내려고 애씁니다. 예컨대 소설 "내 증조할아버지의 지도"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슈티프터는 당시의 문학적 복고주의를 대변합니다. 위험한 주위 환경으로부터 도피하는 주인공들의 자세는 체념, 유머 그리고 도피적으로 관망하는 태도 등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위험한 현실을 대하며, 여기서 어떤 법칙성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늦은 여름"도 이 시기에 집필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