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6. 건강한 성, 여성에 대한 연애 봉사: 레티프가 1798년에 발표한 작품 『반(反)-쥐스틴, 혹은 사랑의 향유Anti-justine ou les délices de l'amour』 속에는 사드의 문학 작품이 얼마나 인간의 건강한 성과 괴리되는 끔찍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가가 기술되어 있습니다. 『니콜라씨』의 마지막 대목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나는 내가 열렬히 탐하는 여성들을 한 번도 짓밟은 적이 없다.” 다시 말해 주인공은 자신의 모든 여성들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열과 성의를 다해서 자신의 파트너에게 봉사했다는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작품을 읽으면 많은 여성들이 주인공의 품에 안겨서 유명을 달리하는 장면이 속출합니다. 사회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는 여성들은 죽어가는 순간에 주인공 니콜라씨 곁에서 미지막 행복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애틋한 사랑으로 승화되어 있는 여인들의 죽음을 접할 수 있습니다.
7. 아홉 개의 단락: 줄거리를 고려하면 작품은 아홉 개의 단계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1. 유년의 시기 (1734 – 1746), 2. 성가대 소년의 시기 (1746 – 1747), 3. 프랑스 시골마을 쿠르지에서의 첫 사랑 (1748 – 1751), 4. 오세르에서의 수업시대 (1751 – 1755), 5. 두 번째 파리 체류 그리고 디종에서의 기능공의 시기 (1755 – 1759), 6. 파리의 체류 (1759 – 1767), 7. 작가로서의 작품 집필 시기 (1765 – 1776), 8. 대표작 『몰락한 농부Le Paysan perverti』의 완성 그리고 이후의 시기 (1775 – 1785), 9. 극심한 질병의 시기 (1785 – 1797).
뒤이어 여덟 번째의 단계 (사라의 이야기) 그리고 아홉 번째 단계의 보충 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레티프의 보충 판은 별도로 간행되었는데, 이 문헌은 “니콜라씨의 철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여기서 레티프는 당시의 도덕, 종교 그리고 정치에 관하여 나름대로의 일부 계몽적이며 개혁적인 사상을 견해를 개진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마지막 대목은 작품에 대한 개관을 싣고 있으며, 또한 작가의 문헌에 관한 사항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8. 충동의 억압이냐, 아니면 충동의 충족이냐?: 물론 작품은 엄청난 범위의 외설적 요소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작품에 묘사되는 성적 유희는 결코 작위적이거나 폭력성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레티프는 자신의 경험담을 건강한 성 나누기라고 명명하곤 하였습니다. 레티프는 1796년에 발표된 『작가의 노트Note de l’auteur』에서 다음과 같이 직설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였습니다. “이른바 도덕의 수호자라고 공언하는 청교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사랑과 여성들에 대한 금욕만이 미덕이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나는 그들에 대해서 완강하게 저항하려고 합니다. 설령 세인들의 근엄함으로 피해를 당하더라도 나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후세 사람들을 위해서 나는 오로지 진리에 충실하게 모든 것을 서술하였습니다.”
레티프의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오늘날 성 과학자들은 충동의 억압이 인간의 심리를 망치고 병들게 한다는 가설에 거의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인간은 어느 정도 자신의 충동을 제어할 수 알아야 하는데, 이는 개별적 인간의 삶의 방식과 결부되어 있다고 그들은 주장합니다.
9. 수많은 에피소드: 수많은 사랑이야기 가운데 몇 가지 사항은 과히 탁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주인공 니콜라씨가 사춘기의 나이에 접어들었을 때 나네트라는 여인은 아주 섬세한 사춘기 나이의 주인공을 우연히 알게 됩니다. 어느 날 밤 그미는 설레는 소년을 유혹한 다음에 어떻게 남녀가 결합하는지 여러 가지 방식을 가르쳐줍니다. 니콜라씨는 어느 날 자네트 루소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납니다. 그러나 그미는 주인공에게 어떠한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니콜라씨는 자신이 찾으려던 여성성의 모든 것을 간직한 것 같은 자네트에게서 애타게 사랑을 헛되이 갈구합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찬란하게 화장한 파라곤 마담을 바라보고 넋이 나가고 맙니다. 파라곤 마담은 어느 교사의 아내였는데, 잘생긴 청년에게 마음이 빼앗겨서 주인공을 자신의 정인으로 삼습니다. 니콜라씨는 그미와의 정기적인 성 도락을 통해서 어른이 됩니다. 젊은 창녀 제피에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딸을 제피에테와 안면을 익히게 해줍니다. 제피에테는 불치의 병에 걸려서 유명을 달리하는데, 그미의 곁에서 임종을 지키는 자는 바로 주인공 나콜라씨입니다. 니콜라씨는 우연한 기회에 아그네스 레베크라는 여성과 결혼하게 되는데, 이는 주인공에게 끔찍한 불행을 안겨줍니다. 그미는 심성이 고약하고 의심이 많은 여자였습니다. 가정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한 주인공은 밖으로 나도는, 이른바 “아스팔트 카우보이”로 살아갑니다.
10. 상과 성은 작가에게 소설적 소재가 되다.: 우연한 기회에 술집에서 만나게 된 로제 부르주아는 몹시 헌신적인 유부녀였습니다. 그미는 니콜라씨를 애호하며, 그가 소설가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을 아끼지 않습니다. 니콜라씨는 1772년부터 낮에는 작품 집필에 몰두하고, 밤에는 파리의 살롱에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우연히 루이제와 테레제라는 이름을 지닌 두 여성을 만나 교대로 사랑을 나눕니다. 나중에 니콜라씨의 정조 없는 생활방식을 알게 된 두 여성은 주인공에게 이별을 선언합니다.
1880년 주인공은 “사라”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을 사귀게 됩니다. 사라는 마음씨는 비단결 같았지만, 자신의 엄청난 성욕을 니콜라씨에게 전해주는 관능적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미에게는 남편과 자식이 있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주어진 여건 때문에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사라와의 이별은 니콜라씨에게 커다란 충격을 가합니다. 니콜라씨는 더 이상 사라를 만날 수 없다는 자괴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느낍니다. 주인공의 마지막 삶은 단편적으로 서술됩니다. 이제 늙어버린 니콜라씨는 네 명의 딸 가운데 한 명의 집에 거주하면서 외롭게 살다가 유명을 달리합니다.
11. 카사노바 그리고 레티프 드 라 브레톤: 레티프는 천하의 바람둥이 지아코모 카사노바보다 아홉 살 나이 어렸습니다. 두 사람은 동시대인이었지요. 그런데 레티프의 『니콜라씨』 속에는 카사노바의 회고록, 『내 삶의 이야기Histoire de ma vie』(1822)의 내용과 유사한 내용이 많습니다. 혹자는 레티프와 카사노바가 당시의 수많은 여성들을 농락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레티프와 카사노바는 사드와는 달리 여성들을 결코 성노리개로 취급하지 않고, 연애 봉사에 충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티프의 『니콜라씨』와 카사노바의 회고록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닙니다. 카사노바의 삶의 목표는 지상의 행복을 완전히 달성하기 위한 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레티프는 인민을 계도하려고 하는 계몽주의의 의향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흔히 사람들은 레티프가 비-인습적으로 방종하게 살다가 말년에 가난하고 고독하게 살았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혹자는 루소주의를 표방하는 작가, 레티프가 모든 것을 비밀리에 감추지 않고 노골적으로 까발림으로써 자신의 문학적 정당성을 찾으려고 했다고 주장합니다.
12. 인간이 인간을 소유할 수 있는가?: 어쩌면 레티프의 모든 이야기는 청소년을 계몽하기 위한 수단으로 읽혀질 수 있습니다. 인간 동물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 엄청나게 많은 사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작품은 자녀를 교육시키는 부모에 대한 충직한 조언으로 읽혀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작품은 청교도적 금욕의 생활방식을 경고하려고 의도했는지 모릅니다. 인간의 행복은 오로지 금욕과 기도만으로 충족될 수는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인간은 재화와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소유될 수 없다는 점, 다시 말해서 인간은 결코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레티프는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인간이 특정인간에게 소유의 대상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은 마라Marat, 그라쿠스 바뵈프Babeuf 등과 같은 공산주의자들이 오랫동안 골몰했던 테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레티프 드 라 브르톤은 학문적 편협성을 탈피한 문학 작품을 집필함으로써 라블레Rablais, 소렐Sorel 그리고 몽테뉴Montaignue의 뒤를 이어 인간의 정념의 근본적 특성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밝히려고 했습니다.
13. 18세기 파리의 풍속의 역사: 카사노바의 회고록, 『내 삶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는 작가의 광대무변한 시각에 놀라며, 당시의 주도적인 역사적 사건과 시대정신을 접할 수 있으며, 당시 중요한 인물들의 인간상의 핵심적 사항 등을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카사노바의 회고록에 비하면 레티프의 작품은 아무래도 농촌과 도시의 소시민 그리고 가난한 삶의 정황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카사노바의 회고록에 비해 주제상으로 미약하고 흐릿하다는 느낌을 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씨』는 18세기 프랑스 풍속의 역사를 위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놀라운 문헌으로 수용될 수 있습니다. 작품은 “작은 영웅들”이 둔탁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삶의 미로를 더듬어갔는지, 대도시 파리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얼마나 커다란 익명 존재로서의 기쁨과 애환을 겪었는지 등을 진솔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홍명희의 『임꺽정』이 한국문학을 빛나게 해준 까닭은 그 속에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건강한 성이 탁월하게 묘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레티프의 『니콜라씨』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명작에 편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문헌
- Casanova, Giacomo: Histoire de ma vie. F. A. Brockhaus, Wiesbaden & Plon, Paris F. A. Brockhaus, Wiesbaden & Plon, Paris 1960 - 1961.
- Restif de la Bretonne: Les Nuits de Paris ou le Spectateur nocturne (1788)
- Restif de la Bretonne: L’Anti-Justine ou les délices de l’amour (1798)
- Restif de la Bretonne: Monsieur Nicolas, ou le Cœur humain dévoilé (1794)
- Restif de la Bretonne: Les Nuits de Paris ou le Spectateur nocturne (1788)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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