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디드로의 "달랑베르와 디드로의 대화" (1)

1. 백과사전 학파 디드로의 대표작: 프랑스 계몽주의 문학은 논할 때 우리는 드니 디드로를 생략할 수 없습니다. 18세기에 프랑스에는 의고전주의의 경향으로 도식적이고 경직된 문헌이 많았습니다. 여기에는 볼테르의 강력한 종교 비판의 어조 역시 한몫을 했습니다. 그러나 디드로의 작품을 통해서 프랑스 계몽주의의 문학은 어느 정도 유연하고 깊이 넘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오늘은 드니 디드로의 철학적 대화 문집에 해당하는 『달랑베르와 디드로 사이의 대화L'Entretien entre d'Alembert et Diderot』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문헌은 1769년에 발표되었는데, 당시에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자신의 명제를 과감하게 개진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 실려 있는 논문인 「달랑베르의 꿈Le réve de d’Alembert」 그리고 「연속되는 대화de l'entretien」은 1830년에야 비로소 발표되었습니다.

 

2. 문헌의 특징: 디드로는 어떤 다른 문헌과 달리 『달랑베르와 디드로 사이의 대화』에서 자신의 철학적 상상력 그리고 시대를 앞서는 독창적인 사고를 놀랍게 피력하고 있습니다. 대화 속에 나타난 디드로의 사고는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문헌학적 차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많은 특징을 유감없이 표출하고 있습니다. 독자는 이 문헌을 통해서 디드로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문체, 다양한 문제를 유추하게 해주는 문장 그리고 놀라운 착상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상을 마치 미로 사이를 헤매듯이 이끌어나가는 놀라운 기교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디드로의 문장을 통하여 인간의 사고는 놀라운 과정을 거쳐서 어떤 명징한 표현에 도달하게 됩니다.

 

3. 생명체의 생성과 파멸: 달랑베르는 수학자인데, 이신론을 표방하면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이신론에 의하면 신은 세계를 창조했지만, 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쨌든 달랑베르는 최상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야 말로 모든 연구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맨 처음 디드로는 달랑베르의 다음과 같은 견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즉 세계 속에 생동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어떤 싹에 의해서 세상에 출현하는데, 이러한 싹은 결코 자생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디드로의 가설은 일종의 근원적 형성 그리고 어떤 보편적이고 전환 가능한, 생명체의 진화를 구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똥 속에서 꿈틀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충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떤 놀라운 곤충으로 변한다. 이와는 반대로 거대한 동물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우리를 경악에 사로잡히게 만드는데, 어쩌면 다시 유충의 상태로 돌아가는지 모른다. 이것이야 말로 지구상의 놀라운 일시적 생산 과정일지 모른다.”

 

4. 디드로의 진화 이론: 디드로의 진화 이론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세계에는 비-조직체의 물질이 존재합니다. 이는 생명을 지니지 않고 원자의 상태로 머물러 있습니다. 원자의 특성은 “섬세한sensibel”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energetisch”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둘째로 이러한 원자들이 서로 결합하고 상호 작용함으로써 발전을 추구합니다. 말하자면 원자의 결합은 라이프니츠Leibniz가 생각한 대로 발전의 잠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로써 원자들은 점진적으로 결합합니다. 이는 모든 물질 부분의 상호작용으로 해명됩니다. 여기에는 연금술에서 생각해낸 물질의 발효의 가능성이 처음부터 주어져 있습니다. 셋째로 세계 속에 조직체로서의 물질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생명의 탄생의 순간을 지칭합니다. 뒤이어 탄생한 생명체는 순환되고 성장의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쇠락하여 파멸됩니다. 생명체들은 디드로에 의하면 신체 구성과 사회적 맥락의 결과로서의 결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요약하건대 디드로는 세계에 존재하는 형태 내지 유형은 삶의 조건의 변화됨으로써 발전되고 변화되며, 사라지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수십억 년 지속되는데, 여기에는 어떠한 목적론도 존재하지 않으며, 때에 따라서는 변종 내지 잘못된 유형 내지 형태가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디드로는 자신의 고유한 진화 이론을 통해서 종교적으로 당연시된 종래의 목적론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5. 물질의 발전과 운동에는 자유 의지가 도사리지 않는다.: 뒤이어 디드로와 달랑베르는 물질과 에너지 사이의 관련성에 관해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자연의 영역은 지금까지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이는 임의적이고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문장을 생각해 보세요, “모든 동물은 다소 인간의 특징을 지니고, 모든 광물은 다소 어떤 식물의 특징을 지니고, 모든 식물은 다소 동물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경험에 의하면 자연의 영역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움직이지 않는 감각 능력sensibilité inerte”이며, 다른 하나는 “움직이는 감각 능력sensibilité active”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두 가지 사항은 생명체와 비 생명체를 구분하게 하는 척도가 됩니다. 자고로 모든 존재는 물질에 의해서 구성됩니다. 나아가 인간이 추구하는 최상의 노력은 가장 기초적으로 분할된 물질이 변화되고 원래의 상태로 환원되도록 애쓰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원칙에서 출발하면, 우리는 더 이상 자유 의지에 관해서 언급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