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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아르노 슈미트의 '쪽지의 꿈' (2)

필자 (匹子) 2018. 12. 22. 21:51

5. 카를 마이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속에 배치되는 네 사람의 관계는 슈미트의 작품에 이미 묘사된 적이 있었습니다. 1964년에 발표된 절반의 혼인 속의 암소Kühe im Halbtrauer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16세의 소녀 헬과의 불행한 사랑의 결말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1963년에 아르노 슈미트는 시타라 그리고 그리로 향하는 길Sitara und der Weg dorthin이라는 논문에서 소설가 카를 마이Karl May의 작품과 인간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슈미트가 카를 마이의 작품과 전기에서 자신과 유사한 심리적 동인을 도출해내려고 시도하였습니다.

 

(오늘날 카를 마이의 연구에 의하면 카를 마이는 잠재적으로 동성연애의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대한 억압이 결국 그로 하여금 창작의 과정에서 어떤 특정한 문체라든가 특정한 주인공을 설정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가설일 뿐 사실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슈미트 역시 자신과 유사한 등장인물을 설정하여 포의 문학작품에서 어떤 정신분석학적인 특이성을 찾아내려고 시도합니다. 등장인물 가운데 빌마 야코비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상적이고 순수한 갈망에 비중을 두고 이를 구출하려고 의도하는 반면에, 다니엘은 포에게서 어떤 은폐된 성적 갈망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가 26세 때 결혼했던 버지니아 클렘. 그미의 나이는 불과 13세였다.

 

 

6. 어원 이론은 (은폐된 성욕을 발견해내려는) 구멍 이론이다.: 여기서도 아르노 슈미트의 어원 이론 Etym Theorie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어원이론이란 인간의 무의식을 밝히려는 이론인데, 상징적 형상 외에도 언어적 표현에서 인간의 무의식이 잠재적으로 노출된다고 합니다. 가령 불분명한 문법적 표현, 연어 유희 그리고 유추 작용 등은 인간의 성적 욕망과 관련되는 단초로 작용합니다. 아르노 슈미트는 이에 대한 예를 나이든 작가의 언어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가령 나이가 들게 되면, 초자아의 내용은 은폐되고, 무의식적 충동이 구조적으로 표현의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포의 소설과 시 그리고 평론에서는 이러한 언어학적 특성이 신비로울 정도로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다니엘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1900) 그리고 일상 체험의 정신분석학(1901)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 문학에 반영된 언어 그리고 상들은 무의식적으로 은폐된 어떤 성적 갈망을 은근히 드러낸다고 말입니다. 이는 특히 자주 사용되는 언어 그룹 그리고 음색과 결부되어 있는데, 부분적으로 심리적 검열로 인하여 고상하고 시적인 표현으로 출현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결한 (정신분석학적으로 단련된 귀에 음향의 유사성으로 유추될 수 있는) 단어들은 억압되고, 달리 표현되며, 승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7. 은폐된 성욕 그리고 언어유희: 가령 다니엘 파겐슈터허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포가 사용하는 팔라스라는 단어의 배후에는 팔루스가 도사리고 있으며, “의 배후에는 페니스가 자리한다고 합니다. “사실true” “전체whole”라는 단어는 다니엘에 의하면 “(프랑스어로) 구멍trou” 그리고 구멍hole”을 연상시킵니다. 또한 함께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음절 “con”여근cunt”을 떠올리게 한다고 합니다. 포의 무의식적 단어 그리고 상징적 상은 개별적 단어, 뇌의 잿빛으로 승화된 매듭으로 표현될 수 있는 어원만을 드러내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포의 작품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장면, 대상, 식물들, 풍경 그리고 이들의 형태라든가 색채, 다른 시각, 촉각 등에서 심층심리학적 갈망의 상징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주인공 다니엘은 이러한 방식으로 포의 암울한 심리 구조를 도출해냅니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에드거 앨런 포는 소녀 성욕으로 가득 찬, 성 불능의 방랑자였으며, 매독에 걸려 고생했습니다.

 

    

슈미트가 오랫동안 칩거하던 집. Bargfeld에 위치하고 있다.

 

8. 초자아, 자아, 이드 그리고 언어유희로 승화되는 성욕: 놀라운 것은 다니엘 파겐슈테허가 자신의 정신분석학적 논의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인공은 프로이트가 언급한 개인적 자아의 세 가지 심리적 특성 (초자아, 자아, 이드)을 넘어서서 네 번째의 심리적 특성을 예리하게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50세 이상의 나이든 지식인에게 발견되는 성적 욕망입니다. 나이든 여자들의 경우 성욕은 대체로 폐경과 함께 신속하게 사라지지만, 나이든 남자들의 성욕은 미약하게 남아 있는데, 실제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하고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네 번째 심리적 특성은 의식적으로 언어유희로 승화되거나 우스운 이중적 농담을 통해서 전환된 채 나타나곤 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실제로 영문학에서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 1713 - 1768)은 미완성 소설,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생애와 견해The Life and Opinions of Tristram Shandy, Gentleman(1759 - 1767)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장장 652페이지에 달하는 대작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1939)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후자의 작품의 경우 번역 불가능의 문장으로 인하여 독일에서는 1996년에야 비로소 번역본이 간행되었습니다. 다니엘 파겐슈테허는 평소에는 자신을 위대한 연구가라고 생각하는, 자의식이 강한 남자이지만, 성적으로는 지극히 갈등을 느끼는 나이 많은 사내에 불과합니다. 이를테면 그는 에드거 알란 포의 책을 읽으면서 무의식의 메커니즘 속에서 언어 속에 은폐되어 있는 성적 욕망의 흔적을 찾아 헤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