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게지네와 마리는 베트남 참전에 반대하는 데모에 가담한다. 디트리히는 학자로서 나토의 레이다 감시망 작업을 추진한다. 말하자면 그는 미국 CIA 전략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인물이다. 게지네와 디트리히 사이의 관계는 그미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미가 드디어 결혼을 결심했을 때, 디트리히는 우연하게도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1968년 8월 20일 모녀는 체코의 프라하로 향한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복잡한 소설 구조는 방대한 소설 "기념일들"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지금까지 욘존의 작품에 이미 등장한 바 있다. 가령 게지네 크레스팔은 "야콥에 관한 추측"에서 주변 인물로 등장한 바 있다. 소설 내용은 게지네와 마리 사이의 대화, 게지네와 사망한 사람들 사이의 대화 그리고 게지네와 “아줌마”로 의인화되는 뉴욕 타임즈 사이의 대화 등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게지네의 의식이 재구성되고, 그미의 자기 동질성에 대한 인식이 전개되는 한, 그미는 소설에서 이야기의 목표점과 같다. 모든 일은 게지네의 인지, 경험, 기억 등에 의해 검증되고 이어진다. 흔히 많은 비평가들이 “욘존은 정치적 역사적 사실로부터 도피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진리에 대한 추적은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 부분 진리들만이 약간 감정 (鑑定)될 뿐이다.
우베 욘존은 한 가운데 있는데 1960년 폰타네 문학상을 받고 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입장과 주위의 요구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을 느끼고 있다. 하인리히 크레스팔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제 3제국과 결탁할 수밖에 없다. 리스베트는 기독교 윤리로 인해 나치 국가의 반윤리를 수용할 수 없었으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게지네는 정치적 윤리적 이상을 지니고 있었으나, 현실적 여건 때문에 이를 관철시키지 못한다.
정치적 윤리적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에 대해 소설은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소설적 하자는 아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지 못하는 까닭은 개개인이 역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의 주제는 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지 진리 자체는 아니다. 작가는 소설 주인공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게지네, 여기 누가 이야기하고 있을까. 우리 둘이서. 너도 듣고 있잖아, 욘존.” 작가는 독자에게도 적극적 자세를 요구한다. 고유한 문장, 원래의 개념에서 탈피한 현재와 과거의 순간들은 자유롭게 결합되고 서로 비교되고 있다. 그럼에도 독자는 소설의 인물들이 제기한 비판적 질문에 대해 자신의 고유한 견해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의 질문은 게지네의 입장, 과거에 대한 견해 등에 비판적으로 중재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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