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도스토예프스키의 '미성년' (2)

필자 (匹子) 2019. 3. 11. 07:00

6. 아르카디, 친아버지와 한 여성을 사랑하게 되다.: 아르카디는 아나키즘을 표방하는 서클 사람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혁명가, 돌구친에 대한 재판에 관한 신문 기사의 내용으로 소설 속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서클에서 아르카디는 무신론 그리고 자유연애에 관한 사항을 처음으로 접하게 됩니다. 여성에 대한 아르카디의 태도는 어떤 분열된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원론적으로 여성을 경멸합니다. 그 까닭은 어머니가 노예 출신으로서 아버지를 유혹하여 자신이 태어났다고 잘못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이란 신분 상승을 위해서 남자를 이용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르카디에게도 아름다운 여성을 갈구하는 열정이 없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카테리나에 대한 연정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아버지, 베르실로프 역시 그미에 대한 성적 욕망을 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연적이 되자, 부자 관계는 더욱 복합적으로 꼬이게 됩니다. 어느 날 베르실로프는 카테리나에게 깊이 실망합니다. 왜냐하면 그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오로지 자유분방한 삶 자체를 즐기며, 돈에 집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베르실로프는 끝내 그미를 살해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런데 아르카디가 그의 살인 계획을 알아차리고, 엄청난 비극을 사전에 차단시킵니다. 아르카디는 카테리나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어떤 꿈의 그림자를 차지하려는 헛된 망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Ähnliches Foto

 

7. 주인공의 상부 지향적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다.: 아르카디는 세르게이 소콜스키와 친구관계를 맺습니다. 소콜스키는 아르카디의 여동생, 리자를 사랑했는데, 리자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친구의 도움으로 상류층으로 도약합니다. 아르카디는 도박에 빠져, 일시적으로 빚에 시달리게 되지만, 나중에는 순식간에 일확천금을 벌어들입니다. 아르카디는 유희와 강탈의 삶을 살아가다가 놀라운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투전과 유희가 전개되는 불법적인 살롱에서 도둑으로 몰려서 빈털터리로 쫓겨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도시 전역을 방황하다가 우연히 높은 담을 넘게 되었는데, 발을 헛디뎌 그만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일순간 의식을 잃게 되고, 침대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이 무렵 옛날 모스크바에서 함께 학교 다니던 친구 람베르트가 병원에 나타납니다. 람베르트는 파렴치한 한량이었는데, 이때부터 주인공 아르카디에게 끔찍할 정도로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그는 아르카디가 가지고 있던 서류를 빼앗아서, 카테리나와 안나를 찾아갑니다. 뒤이어 그는 서류를 내밀면서, 서류의 매각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서류는 늙은 니콜라이 소콜스키의 재산을 증명해주는 채권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람베르트의 사악한 의도가 발각되어, 서류와 관련되는 경제적 문제는 해결됩니다.

 

8. 아르카디, 자신의 법적 아버지에게서 무소유와 인간애를 발견하다.: 사람들은 아르카디를 성 페테르부르크의 농장으로 데리고 갑니다. 아르카디는 그곳에서 자신의 법적인 아버지인 마카르 돌고루키와 만나게 됩니다. 그는 오랜 순례 여행에서 돌아와서, 병든 몸을 치유하고 있었습니다. 마카르에게는 순박함과 인간적 따뜻함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무소유의 마음과 인간적 따뜻함은 기독교 신앙과 결부되었으므로, 마카르 돌고루키는 더욱 강건하고 심원한 인간성을 견지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아르카디는 서서히 건강을 되찾으면서, 자신의 가족에 대한 증오심을 떨치게 됩니다. 특히 그의 어머니, 소피아가 희생을 감내하는 겸허한 인간임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그가 너무 어린 시절에 가족을 떠나 홀로 살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법적 아버지 마카르 돌고루키는 유명을 달리합니다. 그 이후로 가족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아르카디는 자신의 친부인 베르실로프와 화해하고, 대학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합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베르실로프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카테리나에 대한 열정을 접고, 조용하고 헌신적인 소피아에게 되돌아옵니다. 아르카디는 자신의 일기를 정리한 다음에 아버지의 친구 니콜라이 세미오노비치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합니다. 세미오노비치는 아르카디의 우연히 형성된가정이 개별적인 게 아니라, 시대적 소산으로 파악합니다. 그는 모든 갈등이 잘못된 진보와 구질서의 해체 사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논평합니다.

 

10. 작품은 발전 소설로 명명될 수 있다.: 주인공은 16일에 걸친 일기 형식으로써 3개월도 되지 않은 사건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세상에 상처 입은 젊은이의 심리를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잇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작품은 플로베르의 11(1842)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6)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설의 관점에 있어서도 작품은 놀라운 특성을 드러냅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한 인간의 편협한 시각 속에서 마치 만화경의 상처럼 찬란하게 서술되지만, 나중에는 주인공의 이러한 상은 여러 사건의 경험을 통해서 현실적으로 변화되거나 수정되어 나갑니다. 아르카디는 세상에 대한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갈등을 겪지만, 사람과 주위 환경에 대한 고통스러운 체험을 통해서 자신의 현실 적대적인 이념을 떨치게 됩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미성년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작품으로 평가하며, 이른바 악한 소설의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악한 소설이 그러하듯이 주인공은 심리적 혼란 속에서 위험천만의 행복을 접하게 되고, 육체적으로 의식을 잃게 된 다음에, 다양한 사회 계층을 접하다가 아래로부터의 관점을 견지하게 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작품에는 이러한 특성이 부분적으로 발견되지만, 미성년발전 소설로 명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은 한 인간의 도덕적 판단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