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박: 도스토예프스키의 '미성년' (1)

1. 다섯 대표작, 『악령』, 『백치』,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그리고 『미성년』: 오늘은 표도르 M. 도스토예프스키 (1821 - 1881)의 장편 소설 한 편을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우리가 다루려는 작품은 『미성년Podrostok』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다섯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이 작품은 일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875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내적 갈등을 투시하는 작가의 예리한 시각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설 구성에 있어서의 놀라운 면모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남긴 메모 첩은 우리에게 두 가지 사항을 전해줍니다. 첫째로작가는 소설을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하려고 했습니다. 둘째로 소설의 원래의 제목은 “죄 많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설정되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건대 소설은 한 젊은이의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통해서 연인을 둘러싼 부자 간의 갈등 그리고 1870년대 당시의 러시아의 여러 가지 사회 심리적인 문제 등을 은밀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2. 낯설기 이를 데 없는 친아버지, 탄생의 비밀과 가족의 붕괴: 안드레이 베르실로프는 성 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귀족인데, 오랫동안 유럽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는 신시대의 현대적 감각을 지닌 인간입니다. 볼테르를 신봉하고. 인간의 이성에 더 큰 비중을 두면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자세는 그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작용합니다. 베르실로프는 겉보기에는 이성적이지만, 내면에는 사랑과 성에 대한 강한 열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는 자식들에게 자상하고 헌신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관심사에만 집착하며 혼자 생활합니다. 약 20년 전에 베르실로프는 아내를 잃고, 경제적으로 파산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안나라는 딸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농장 노예인 소피아를 애인으로 취하여, 두 명의 혼외 자식을 낳게 했습니다. 주인공, 아르카디 그리고 그의 여동생, 리자가 바로 그 자식들입니다. 문제는 소피아에게 남편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미의 남편, 마카르 돌고루키는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됩니다. 주인이 밤마다 자신의 아내와 살을 섞는다는 사실을 접하자, 처음에는 깊은 충격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감내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도저히 집에 머물 수 없어서 마카르 돌고루키는 이 사원 저 사원으로 순례 여행을 떠납니다.

 

3. 서출의 귀족 청년, 아르카디 돌고루키: 아르카디 돌고루키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를 떠나, 모스크바의 김나지움의 기숙사에서 생활합니다. 학생들은 어떻게 알아내었는지는 몰라도 그의 어머니가 천박한 노예 출신이라고 그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가합니다. 이때부터 아르카디는 마음이 아파서 집중하여 공부할 수 없습니다. 그의 성적 역시 좋을 리 만무합니다. 아르카디는 선생들로부터 경멸당하고, 동급생들로부터 이따금 폭력에 시달립니다. 기숙사에 거주하지만, 주인공에게는 친구라고는 거의 없습니다. 방과 후에는 어떤 안온한 꿈속에 침잠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아르카디는 지금까지 자신의 친아버지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 안드레이 베르실로프를 바라본 적이 있을 뿐입니다. 아르카디는 자신의 고독한 삶을 청산할 수 있는 묘안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로트실트Rothschild 은행가처럼 갑부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아르카디는 이때부터 돈을 저축하려고 끼니마저 거르며,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돈과 권력을 장악하게 되면, 자신의 출신 성분을 나타내는 서류들을 얼마든지 삭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돈이 있어야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독립할 수 있으며, 자발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합니다.

 

 

4. 아르카디의 수업시대 그리고 취업: 아르카디는 이런 식으로 경직된 개인주의의 사고에 집착합니다. 사랑과 우정은 자신의 목표 설정에 방해된다고 믿습니다. 사랑과 우정에 관여하지 않으므로, 그는 더욱 외톨이로 살아갑니다. 19세가 되어 친부가 그에게 다가옵니다. 이때부터 안드레이 베르실로프는 주인공의 관심사 내지 삶의 계획의 중심을 차지하게 됩니다. 아르카디는 친아버지의 성품과 사고 등을 서서히 알아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친아버지는 사랑의 대상이자 증오의 대상입니다. 아르카디는 아버지의 성품을 좋게 여기지만, 다른 한편 그를 미워합니다. 천한 여자의 성을 탐하여 자신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모스크바에서 김나지움을 마친 다음에 아르카디는 고향인 성 페테르부르크의 농장으로 되돌아옵니다. 이곳에서 그는 은폐된 가족 관계와 직면하게 됩니다. 아르카디는 대학 진학을 포기합니다. 대학에 다닌 것보다는 하루빨리 독립하여 가족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는 친부 그리고 어머니와 언쟁을 벌인 다음에 독립합니다. 아버지의 소개로 나이 많은 니콜라이 소콜스키의 개인 비서로 일하게 된 것입니다. 소콜스키는 친아버지의 친구로 친아버지와 유산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아르카디는 성 페테르부르크에 방을 구해서 혼자 살아갑니다.

 

5. 아름다움과 고상함 그리고 돈만 밝히는 카테리나: 니콜라이 소콜스키에게는 딸이 있었습니다. 그미의 이름은 카테리나였습니다. 카테리나는 아흐마토프 장군과 결혼했으나 과부가 되었는데, 자유롭고 열정적인 삶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아르카디는 그미를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테리나는 나이 많은 아버지의 재산에만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르카디는 그미를 사랑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르카디는 우연한 기회에 한통의 편지를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카테리나가 변호사, 안드로니코프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편지에서 카테리나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아버지를 정신이상자 내지 미성년의 상태로 규정할 수 있는가?” 하고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편지를 접하게 되자, 아르카디는 아름다운 여인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마침내 자신의 고유한 직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아르카디의 이러한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