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고골의 '죽은 영혼' (2)

필자 (匹子) 2018. 8. 23. 09:58

5. 죽은 영혼을 판매할 때 나타나는 다섯 지주들의 반응: 재미있는 것은 치치코프의 제안에 대한 다섯 지주들의 반응입니다. (1) 마음씨 따뜻하고 말이 많은 마닐로프는 죽은 영혼들을 마치 거의 쓸모없는 거름으로 취급하면서, 주인공에게 그들을 고분고분 인계합니다. (2) 구두쇠 여인인 크로보츠카는 죽은 노예들을 거의 쓸모없는 존재로 이해하고, 헐값으로 파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3) 거칠고 투박한 소바케비치는 가급적이면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죽은 노예들을 칭찬하고 그들의 공로를 치하합니다.

 

(4) 거짓말을 일삼고, 술집과 투전판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 노즈드레프는 치치코프에게 과도한 금액을 요구합니다. (5) 기괴한 몰골을 드러내는 플루츠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자린고비처럼 행동합니다. 독자는 이러한 지주들의 행동에서 과히 죽은 영혼들의 면모를 읽을 수 있습니다. 죽은 농노들은 마닐로프에게는 그야말로 무가치한 존재일 뿐이고, 크로보츠카에게는 약간의 부수입을 챙길 수 있는 수단이며, 소바케비치에게는 더 이상 활용가치를 지니지 않은 소모품에 불과합니다.

 

6. 죽은 노예들의 가치 그리고 살아있는 지주들의 무가치: 물론 다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죽은 노예들의 삶은 찬란하고 생동감 넘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토지 소유자들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한마디로 죽은 영혼과 다를 바 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지주들의 주위 환경이 그들의 내면적 허영심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마을의 볼품없는 주위 환경과 생동감 없는 건물의 형태는 소바케비치의 거칠고 모난 성품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과 같습니다. 소바케비치의 집에는 온갖 잡동사니 물건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는 늙은 구두쇠의 경직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치치코프가 상대해야 하는 시골의 주민들, 특히 그곳의 공무원들은 지주들과는 달리 지극히 개인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들이야 말로 죽은 영혼의 전형과 같습니다.

 

7. 풍전등화에 처한 국가 그리고 이윤을 극대화시키려는 자본가: 치치코프의 사업 역시 사람들에게 놀라운 추측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수많은 소문들을 난무하게 합니다. 소설 속에는 코페이킨 대위의 이야기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코페이킨 대위는 전쟁에 부상당한 군인인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신의 전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한 바 있었습니다. 이 대목은 고골의 작품을 검열 문제에 시달리게 하였습니다.

 

간간이 우편배달부가 등장하여 기이한 은어를 사용하면서 코페이킨 대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는 치치코프의 사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들입니다. 어쨌든 치치코프는 시골에서 회자되는 여러 가지 소문으로 인하여 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발언은 작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 명징하게 드러나게 합니다. “나의 러시아여, 그대는 마치 쏜살같은 마차처럼 맹렬하게 돌진하여 지나가고 있네. 말해 봐, 그대는 어디로 향해서 나아가는가? 모든 흙들이 날아가고, 다른 민족들과 나라들은 시기의 눈초리로 비켜서면서,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구나.”

 

8. 소설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지만, 소설 속의 문체들은 복합적으로 직조되어 있다.: 고골은 세부 사항들을 주도면밀하고도 놀랍게 묘사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소설 속의 이야기를 보편화하고 적확하게 서술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이한 문체를 통하여 리얼리티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작가는 시골 여관을 묘사할 때 다양한 상징을 첨부하고 있으며, 도시의 유명 인사를 서술할 때에는 비논리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우스꽝스러움을 자아내게 조처하고 있습니다.

 

독자는 작가가 시골의 분위기 그리고 등장인물 등을 언급하면서 마치 모자이크처럼 모든 것을 잘 짜 맞추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고골의 언어의 특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골의 유명인사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고상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풍자의 요소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이에 비하면 이른바 천박하다는 사람들의 언어는 생동감이 넘치고 따뜻합니다. 상기한 이유로 인하여 우리는 고골의 문학적 특징으로 자연주의를 언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 “돈에 집착하는 살아있는 지주들은 모두 죽은 영혼이며, 노동하며 살다 죽은 노예들은 찬란한 삶을 살다가 하직한 영웅들이다.”: 고골은 러시아에 끔찍한 폭풍을 몰고 올 자본주의의 폭력에 관해서는 흐릿하게 인식했지만, 이를 문학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의 디테일에 몰두할수록, 자신이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자본주의의 거대한 폭풍을 다룰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거부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러시아의 장래 그리고 자본주의의 위험 등을 서술하기에는 너무 멀리 걸러왔던 것입니다. 새로운 술이 헌 부대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고골은 1845년에 죽은 영혼2권의 원고를 불태워 없애버립니다. 그는 나중에 다시 집필에 몰두하여 죽기 직전인 1852년에 다시 완성하였습니다. 3권은 착수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작품은 이러한 하자를 지니고 있지만, 여러 등장인물들에 관한 그의 서술 그리고 이야기를 개진해나가는 힘만은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고골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를 감동시키게 충분합니다. “돈에 집착하는 살아있는 지주들은 모두 죽은 영혼이며, 노동하며 살다 죽은 노예들은 찬란한 삶을 살다가 하직한 영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