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스바르치의 공룡

필자 (匹子) 2018. 12. 31. 10:01

 

러시아 극작가, 에브게니 스바르치 (Evgenij Ṧvarc, 1896 - 1958)4막으로 이루어진 동화 극작품, 공룡1943년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맨 처음에는 폴란드어로 번역되어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것은 1965년이며, 그 후에 많은 극단이 이 작품을 공연 레퍼토리로 활용하였다. 이 작품은 전쟁 중에 공연되었는데, 사실 작품의 집필 시기는 그 이전으로 사료된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독일 파시즘 독재를 비판하고 있지만, 스탈린주의의 검열을 의식하여, 오랫동안 발표하지 않았다. 작품의 내용이 아주 위험한 우화임을 생각해 보라.

 

원탁의 기사, 란셀로는 어느 도시에 당도한다. 수백 년 전부터 폭정을 일삼으며 그 도시를 다스리는 자는 다름 아니라 공룡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공룡을 도시의 수호자라고 칭하고 있었다. 세 개의 머리를 달고 있는 괴물은 매년마다 기념일이 되면 나타나서, 아름다운 젊은 여자를 선택하여 결혼식과 동시에 죽이곤 한다. 시민들은 이렇게 살아가는 관습 자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러한 관습에 익숙하지 않은 란셀로는 공룡의 횡포에 격분한다. 사람들은 란셀로가 공룡 사냥꾼의 운명을 지녔다고 여긴다. 이러한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란셀로는 공룡의 거대한 몸집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공룡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자신의 무장으로는 공룡을 무찌를 수 없을 것만 같다. 시장 그리고 시청의 직원들은 도시의 체제가 변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주인공에게 매우 우스꽝스러운 무기를 제공한다. 예컨대 방패에는 쓰레받기가 문장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수공업자들은 비밀리에 란셀로를 위해서 여러 물건들을 마련한다. 장검, 날아가는 양탄자 그리고 자신의 몸을 감출 수 있는 도롱이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어느 날 밤에 공룡은 비밀리에 주인공이 있는 곳으로 잠입하여 그를 암살하려고 한다. 다행히 란셀로는 살해당하지 않는다. 며칠 후에 그는 공룡과 오랫동안 싸운다.

 

태양 빛이 흐릿해지고, 공룡의 머리통 세 개가 차례대로 마을 위로 떨어진다. 공룡이 죽게 된 것이다. 시민들은 공룡으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서 축제를 벌린다. 란셀로는 기진맥진하여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느 누구도 란셀로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여 시장은 자기 자신이 공룡을 살해한 자라고 거짓으로 주장한다. 시장은 새로운 권력자로 부상한다. 심지어 시장은 언젠가 공룡에게 몸을 바치기로 되어 있던 처녀에게 결혼까지 요구한다. 공룡이 죽고 난 뒤에도 아무 것도 변화되지 않았다. 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만 감옥이 만원이라는 사실밖에 없다.

 

가난한 사람들은 란셀로를 결코 잊지 못한다. 그들은 저항하면서, 집 대문앞에 란셀로의 이름을 새겨둔다. 어느 날 죽었다고 믿었던 란셀로가 도시로 되돌아온다. 그는 도롱이를 쓰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바로 이때 시장은 결혼식 피로연을 개최하려고 하였다. 란셀로는 시장과 그의 부하들을 체포하게 하고, 감옥 문을 열어 젖힌다. 이때 갇혀있던 죄 없는 사람들이 밖으로 뛰어나온다. 정의는 끝내 승리를 구가한다.

 

비록 동화의 요소가 담겨 있지만, 스바르치의 작품은 나름대로의 교훈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얼마든지 무제한적으로 유혹 당할 수 있다는 게 바로 그 교훈이다. 억압에 익숙하게 된 사람들은 도덕을 거짓으로 여기고, 쉽사리 새로운 공룡을 지배자라고 경배한다. 란셀로가 충고하는 것은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것은 모든 지배자들에게 일침을 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즉 위정자는 어떠한 독단적 입장을 고수해서도 안 된다. 권력을 쥔 사람은 무엇보다도 인민의 안녕을 깊이 고려해야 하며, 전체주의에 대항하여 인간 정신을 수호해야 한다. 설령 무력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